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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도르 스칼렛 1화: 처음 뵙겠습니다, 그리고 안녕 환상향
동방홍마향
난이도 Tutorial
동행자 플랑도르 스칼렛
1. 처음 뵙겠습니다, 그리고 안녕 환상향
환자에게 불안을 주지 않는 갈색을 기조로 한 디자인에 새하얀 침대. 창문에 걸린 커튼에서 조명의 빛보다 따뜻함을 주는 빛이 비치는 그러한 방.
그 작은 공간만이 소녀의 ‘세계’였다. 태어난 지 17년, 이 방 밖의 세계를 아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작은 액정TV와 부모로부터 듣는 모든 것이 동경하는 세계였다. 언젠간 반드시 그 세계를 접할 수 있다고 믿고, 언젠간 반드시 돌봐준 부모님에게 보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던 소녀는
어느 소원도 이루지 못한 채 조용히 삶의 막을 내렸다.
불치병이 온 몸에 퍼져 혼자 걷기는 커녕 일어날 수도 없다. 그런 소녀가 영원한 잠에 들기 전 생각한 것은
“나는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라는 후회뿐이었다.
눈에 편한 갈색의 방과는 다른 자극적인 붉은 방에서 소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고 자세를 바꾸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다본다.
빨갛다, 보다는 피처럼 진한 붉다, 가 어울리는 방에서 시야가 흔들이는 것을 느낀다. 색채에 의한 착각인지, 지금까지 맡아본 적은 없지만 피 냄새 같은 것이 비강에 차는 것을 느낀다.
지나친 냄새에 기분이 나빠져 팔에 얼굴을 파묻고 소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잠시 멍하니 있으면 점차 마음이 침착해진다. 사람이란 무섭도록 빨리 익숙해지는 것으로, 천천히 눈을 뜨자 잠시 뒤 이상하게 꾸며진 방에도 점차 눈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시선을 왼쪽으로 향하자 창이 시야에 들어왔다. 밖에선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밤인 것일까.
시선을 오른쪽으로 향하자 벽처럼 새빨간 융단이 시야를 덮었다. 뺨에서 전해지는 감촉에서 꽤나 고급품인 것을 알았다. 그야말로 지금까지 느낀 적 없는 기분 좋은 부드러움.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 붉은 두 눈동자가 있었다.
숨이 멈출 정도로 소녀는 깜짝 놀랐다.
언제부터 내려다보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침대에 걸터앉은 그것은 가만히 이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붉은 벽과 대비되는 빛나는 금발에 주황색 프릴 장식이 있는 드레스. 옷과 같은 빨간 리본으로 묶은 흰 나이트캡과 천진난만함이 묻어나는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은 그것이 어린 소녀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 뒤에 펼쳐진 팔색 보석의 날개가 강한 위화감을 발하고 있었다.
“언니, 어떻게 여기에 온거야?”
분홍색의 작은 입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방울이 굴러가는 듯한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 그것은 보통 인간과는 다른 외모와 맞물려 매우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에 관해서는 오히려 소녀가 궁금한 상태였다.
“…어떻게 왔냐고 물어도”
나온 것은 아까의 붉은 소녀의 목소리와 대조적인 가냘픈 목소리였다. 그래도 소녀는 충분히 알아들은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형태로 반응했다.
“언니, 이름은? 난 플랑이야!”
꽃이 피었다. 금발에서 상상되는 태양과 같은 미소였다. 생전에 TV를 통해 다양한 미소를 보았지만, 그 어떤 미소보다도 아름다웠다.
“아… 나는 유우. 프랑, 여기는 어디야?”
“여기는 홍마관이라는 곳이야. 언니는 어디서 온 거야?”
“나는…”
말하려다 소녀는 깨달았다.
자신은 틀림없이 죽었다. 그 괴로움은 죽음 직전의 인간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천천히 몸이 차가워지는 감각. 그것을 생각하자 소녀는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지만 그 이상의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든다.
여기는 현실이 아니야?
소녀가 알고있는 현실이 모두가 아닌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눈 앞의 어린 소녀가 일반적이지 않은 것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외모와 분위기, 그리고 몸을 짓누르는 중압감이 이곳이 지금까지 있던 곳과는 다름을 알려준다. 나는 유령이 되어 다른 세계에라도 온 것일까.
“언니! 언니!”
큰 소리에 순간적으로 사고를 멈춘다. 눈의 초점이 천천히 맞고, 어린 소녀의 윤곽이 선명해진다. 뺨을 부풀리고 불만스러운 듯 바라보는 어린 소녀에게 소녀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 미, 미안해. 나도 잘 모르겠어.”
“잘 모르겠다고?”
별. 처음에 떠오른 것은 그것이였다. 눈을 별처럼 빛내는 어린 소녀는 다리를 바동거리며 몸을 앞으로 향했다.
“그러면 언니는 바깥 세계의 인간이야? 같이 이야기하자! 이야기!”
몸을 스프링처럼 휘어 바닥으로 날아온 어린 소녀를 보고 눈이 번쩍 떠진다. 속도는 눈으로 쫒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거리도 인간으로선 너무 멀다. 신체 능력이 평범한 소녀의 그것이 아니다.
“음… 내가 아는 것은 별로 없는데 그래도 괜찮아?”
“응! 괜찮아!”
진작에 보통이 아닌 것은 알았지만, 꽃같은 미소를 보자 소녀의 의문은 안개처럼 사라져갔다.
자신이 TV에서 얻은 지식 위주로 어린 소녀에게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어린 소녀는 진심으로 즐겁게 듣고 있었다. 대화 속에서 소녀는 그 어린 소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플랑도르 스칼렛. 확실히 일본인은 아닌 이름에 소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름에 비해 일본어는 능숙하다.
어쩌면 이곳은 지금까지 있던 세계가 맞을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시선에 끝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플랑의 뒤에서 흔들리는 이형의 날개가 있었다.
“있잖아 유우, 더 얘기해줄래?”
“응, 알겠어.”
잠시 대화를 계속하자 플랑이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서 가녀린 목소리를 냈다.
“곧 사람이 올거야. 그 사람한테 유우를 안내할 테니까, 나중에 또 와야 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또 미소짓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응. 꼭 다시온다고 약속할게.”
그 한마디로 플랑은 다시 미소지었다. 자신의 한 마디로 그녀가 웃을 수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소녀는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올 때까지 더 얘기할래?”
바닥에 드러누워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소녀와 바닥에 앉은 인간 이상의 신체능력을 가진 어린 소녀.
모습도 종족도 다르지만 두 사람은 분명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나에겐… 어머니가 있었지만 끝까지 폐만 끼치고 말았어.”
적어도 소녀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유우의 어머니는 상냥하구나.”
“그렇네. 엄청 상냥한 어머니였어.”
자신의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소녀에게 어머니는 세상의 대부분이였기에 그녀는 플랑을 눈치채지 못했다.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플랑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플랑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야? 분명 어머니도 플랑처럼 예쁘시겠지.”
그것은 금기였다. 결코 입 밖으로 내서는 안되는 말. 플랑은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작을 멈춘다.
“플랑…?”
“으… 아…”
플랑의 모습이 이상한 것을 겨우 눈치 챈 소녀는 그녀에게 눈길을 돌린다.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고개를 가로저으면 신음하는 플랑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다.
“플랑? 괜찮아?”
팔을 필사적으로 움직여 몸을 질질 끌면서 플랑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자신이 건강하다면 곧바로 달려갔을 텐데. 지금처럼 이 몸을 미워한 적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리지만 확실히 플랑에게 다가간다.
“안돼! 오지 마!”
갑작스런 거절에 소녀는 팔을 움직이는 것을 그만두었다. 플랑의 말과 천천히 일어서는 플랑의 모습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플랑의 모습을 보고 소녀는 절규했다. 플랑의 눈에는 빛이 없었다. 확실히 자신을 보고있지만, 거기서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플…”
소녀에게 마지막으로 허용된 것은 그 한마디. 가슴에 극심한 통증이 온다. 깨달았을 땐 주위의 시야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까까지 보고 있던 플랑의 빨간 드레스처럼.
“꾸욱해서… 쾅”
희미해지는 시야에 끝에 비친 플랑의 모습은 울고있는 것 같았다고 소녀는 생각했다.
알아차리진 못했지만 소녀가 도달한 세계는 “환상향”.
하지만 단 한시간만에 소녀는 그 세계에서의 삶을 마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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