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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도르 스칼렛 6화: 홍무이변과 하쿠레이의 무녀
동방홍마향
난이도 Tutorial
동행자 플랑도르 스칼렛
6. 홍무이변과 하쿠레이의 무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지하실의 자신의 방. 그곳에서 도르는 침대에 앉아 플랑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여기엔 아무도 없기 때문에 목청높여 대화를 해도 플랑이 있다는 걸 알릴 일은 없다.
다른 데서 큰 소리로 얘기하더라도 도르 속에 플랑이 있다고 믿지는 않겠지만, 도르는 다소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역시 도서관을 먼저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 두사람의 이번 주제는 향후에 대해서. 플랑은 되돌리는 것은 결정된 사항이지만 어쨌거나 두 사람에게 이 세상에 대한 지식은 없다.
도르는 이 세계에 온 것이 방금 전이고, 플랑도 생애 전부를 지하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방에선 바깥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지식의 습득이 제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플랑도 도르도 글자를 읽을 수 없잖아?’
그래서 도서관인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매체, 즉 책을 읽을 줄 모르는 것이다.
전에 도서관에서 책 한권을 펼쳤을 땐 문자를 읽기는커녕 문자라고 판별하는 것도 어려웠다. 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문자를 모르는 것이다.
한숨을 내쉬면서도 도르는 도서관에 있는 소녀에게 기대를 건다.
“파츄리에게 책을 소개받는다… 음…”
스스로 말하고도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 파츄리의 모습에서 협력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 그렇지만 파츄리를 의지할 수 밖에 없네.”
레밀리아는 만나는 걸 거절하고 있으니 각하. 사쿠야도 레밀리아가 아니라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믿고 따르는 메이링도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옆에서 가르쳐달라고 하는 것도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역시 파츄리에게 책을 소개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안되더라도 해봐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도르는 일어나 걷는다. 화려한 문을 열고 도서관으로 천천히 향했다.
“그래.”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츄리는 선뜻 협력해주었다. 한 마디만 하고 시선을 책을 향한 채 손가락만 움직인다. 그러자 잇달아 책이 도르 앞에 쌓여간다.
“말한다는 건 말을 이해하는 힘은 있다는 거야. 그리고 그걸 문자로 고치기만 하면 될 뿐. 쉬운 책이지만, 읽을 줄 알면 보통으로 읽고 쓸 수준은 될거야.”
“고마워요, 파츄리.”
몇 권의 책을 품에 안고, 도르는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을 파츄리는 힐끗 바라봤다.
“아무래도 뭔가 있던 것 같네. 눈이 달라졌어.”
“그, 그런가?”
갑작스런 파츄리의 발언에 도르는 당황했다. 자신의 눈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본인은 알 리가 없다. 그러나 파츄리는 이야기를 계속할 생각은 없는 듯 다시 책에 집중하고 있었다.
평소의 파츄리다운 일이었으므로, 도르도 더 이상 신경쓰지 않고 다시 걸어갔다. 어쨌든 이것으로 문자에 대한 공부는 다소 될 것이다.
“아, 맞아.”
문득 떠오른 듯 파츄리는 도르를 멈춰세운다. 여전히 손가락만을 움직여 종이를 가져와 빛나는 손 끝으로 종이를 긋는다. 무슨 구조인지, 차례대로 종이에 문자가 새겨져간다.
“처음엔 이걸 쓰면 좋을거야. 만지면 글자의 발음이 재생되는 마법이야. 우선은 이것으로 문자 자체를 기억하고 책을 읽도록 해.”
반으로 접은 종이를 도르의 책 위에 얹는다.
“아, 감사합니다…”
도르는 파츄리라는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엔 무표정한 인형같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꽤나 신경써주고 있다. 돌보기 좋아하는 언니 같은 느낌도 든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는 듯해서, 도르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조금이나마 파츄리의 부드러움을 느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파츄리가 적어준 종이는 처음 문자를 배우기엔 더없이 좋은 도구였다. 종이에 써있는 문자를 만지면 그 문자를 파츄리의 음성으로 발음해 주므로, 이 종이 덕분에 문자를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소개해준 책도 매우 알기 쉬워, 도르와 플랑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책을 탐독했다.
그리고 3일 뒤 도르는 플랑과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읽는 책은 파츄리가 처음 소개해준 책이 아니다.
두 사람에게 시간은 매우 여유로웠기에, 상당한 시간을 독서에 할애할 수 있었다. 문자를 배우는 것도 포함하여, 첫 날에 파츄리에게 전달받은 책은 당일 클리어. 그 다음 받은 책은 둘째 날 오전 중으로 전부 읽었다.
그 후에는 직접 도서관의 다양한 책을 뒤져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고 있다. 침대 위에는 책이 두 권. 오른쪽의 책은 도르가 읽고 있고 왼쪽의 책은 플랑이 읽고 있는 것이다.
요 며칠 플랑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아무래도 완전히 시야를 공유하고 있지는 않은 듯 도르보다 시야각이 좀 더 넓은 것 같다.
또한 도르가 시야의 초점을 맞췄다고 해서 플랑의 시야의 초점도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른쪽은 도르가 읽고 왼쪽은 플랑이 읽고 있는 것이다.
“도르, 책 넘겨줘.”
“응.”
도르가 왼손을 움직여 페이지를 넘기는-플랑이 보고있는- 책은 환상향의 지리 책이다. 이에 반해 도르가 읽고 있는 것은 요리 책이였다.
이것만 보면 도르는 놀고 있는 것 같지만, 도르도 이 세계의 책은 읽고 있다. 요리는 살아가는 데 필요하므로 기억할 필요는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도르는 요리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음… 만들어보고 싶다…”
관 속을 돌아다니며 찾은 건 아니지만 주방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험해 보고 싶다고 도르는 생각했다.
“실례합니다.”
“우왓!!”
갑자기 방에 나타난 사쿠야에 도르는 화들짝 놀랐다. 아무래도 플랑도 깜짝 놀랐는지 말을 잃었다. 문은 닫혀있고, 방에 누군가 들어온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책에 너무 집중했나, 라고 도르는 빗나간 생각을 하며 머뭇머뭇 사쿠야에게 말을 걸었다.
“저, 사쿠야 씨?”
“놀라게해서 죄송합니다. 아가씨의 전언입니다. 지금부터 방에서 나오는 것을 금지한다고.”
“어…”
이쪽을 신경쓰지 않고 말하는 사쿠야에 도르는 엉뚱한 소리를 흘린다. 나오지 말라니 무슨 뜻일까.
“나오지 말라고 해도 계속은 아닙니다. 곧 제가 다시 허가를 내드릴 테니 조금만 참아주세요.”
머리를 살짝 낮춘다. 그 다음 사쿠야는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뭐, 뭐였던 거지?”
‘그, 글쎄?’
폭풍과도 같은 방문에 두 사람은 그저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쿠야의 말이 아니여도 두 사람은 방을 나갈 생각이 없었다. 쌓인 책들을 읽는 작업. 그것이 사흘 동안 두 사람이 했고 앞으로도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쿠야 씨는 순간 이동이 가능한 걸까?”
‘그럴지도.’
두 사람은 사쿠야에 대해 전혀 엉뚱한 능력을 가정하고 다시 독서의 세계로 빠졌다.
요리책을 읽고 난 뒤 펼친 마법 입문서도 전부 읽는다. 그 다음 도르는 “환상향 요괴 도감”이라는 책을 잡는다. 시계가 없어서 정확한 시간은 모르지만 상당한 시간이 흐른 듯 하다.
책 표지를 열자 큰 지진이 방을 덮친다.
“뭐, 뭐야?”
‘잘 모르겠지만 큰 요력이… 이거, 레밀리아?’
머릿속에서 플랑의 목소리가 울린다. 여기서 사흘만에 알아낸 플랑의 특징은 시야 외에도 하나 더 있다.
플랑은 아무래도 요괴의 힘, 요력이라는 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것을 매우 상세하게 느끼는 것 같고,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누가 내는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뱀파이어인 플랑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덧붙여 그런 플랑의 몸을 빌리고 있는 도르는 요력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요력을 느끼려 했지만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 어깨를 축 늘어트렸던 기억도 최근이다.
어느 쪽이든, 레밀리아의 요력이 강하게 방출되고 있다는 뜻은 싸우고 있다는 것일까. 도르는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온다.
‘도르, 가는거야…?’
“응, 역시 가봐야겠어.”
‘…하아. 요력은 전에 레밀리아랑 만났던 곳에서 나오고 있어.’
“고마워, 플랑.”
플랑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도르는 달린다. 닫힌 문을 만졌을 때 무슨 소리가 난 듯한 생각이 들었지만, 곧바로 잊었다.
평소처럼 문을 연다. 목표는 최상층의 알현실. 계단을 뛰어올라 복도를 빠져나간다. 가까워질수록 진동이나 소리가 커진다. 최상층에 올라 모퉁이를 돌자 더욱 큰 소리가 나고 충격이 퍼졌다.
“!”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도르는 알현실 문을 힘껏 연다. 큰 소리를 낸 문 너머에는 장대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좌우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바닥에도 큰 구멍이 몇 개 뚫려있다. 방 중앙의 진홍색 융단은 일부가 타 버렸고, 융단의 끝에 있는 옥좌도 절반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타버린 융단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다. 도르가 볼 때 왼쪽에는 무릎을 꿇고 있는 레밀리아, 그리고 오른쪽에는 붉은 무녀복 같은 것을 입은 소녀가 서 있었다.
무녀같은 소녀는 부상이 있지만 레밀리아만큼은 아닌 듯 했다. 무엇보다, 막대기를 레밀리아에게 들이대고 있는 광경에서부터 이 싸움의 승자는 결정난 듯 했다.
“레밀리아!!”
큰 소리로 외치며 도르는 레밀리아의 앞으로 달려가 붉은 무녀복을 입은 소녀의 앞에 두 팔을 벌리고 가로막아 대치한다.
그 동안 소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날개… 레밀리아의 여동생?”
“아니다!”
레밀리아의 호통에 도르는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분명한 거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들으니 마음이 심란해진다.
붉은 무녀복의 소녀는 레밀리아의 호통에 전혀 두려워하는 모습 없이 단지 흠, 하고 말했을 뿐이다.
“음, 뭐, 좋아. 어찌됐든 이변은 해결했고, 내 일은 이제 끝난 것 같네.”
관심없다는 듯이 소녀는 출구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창문으로 눈을 돌리면 깨진 스테인드글라스에서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사흘 전 시작된 홍무이변은 도르가 모르는 사이 이미 해결되어 있었다.
“기다려!…윽!”
너덜너덜해진 레밀리아가 일어나 소녀를 쫒아가려 하지만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주저앉는다.
“레밀리아!”
황급히 도르는 달려가 손을 뻗었다. 그 손을 레밀리아는 강하게 내친다.
“왜 온거야? 너 따위의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 내 눈앞에서 사라져!”
넓은 방에 울려퍼지는 소리와 적의적인 시선. 완강히 도르를 거부했다.
한 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손을 넣고, 도르는 출구 쪽으로 달려나갔다. 더 이상 이곳에 있으면 마음이 망가질 것만 같았다. 문을 거칠게 열고 모퉁이를 돌았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던 인간 때문에 도르는 심장이 멎을 뻔 했다.
“상당히 서두르고 있네.”
“어, 어…”
생각지도 못한 인물에 도르는 당황할 뿐이었다. 벽에 기대어 있던 붉은 무녀복의 소녀는 몸을 벽에서 떼며 도르를 마주봤다.
“나는 하쿠레이 레이무, 이 환상향에서 무녀를 하고 있어. 당신은 레밀리아의 여동생인 거야?”
“…아니, 내 이름은 도르야. 이 몸은 플랑이라는 여동생의 몸이지만 나는 그녀와는 전혀 달라.”
숨길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도르는 레이무에게 정직하게 대답한다. 그 말에 레이무는 고개를 갸웃한다.
“무슨 소리야?”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 정신이 플랑의 몸에 들어가 버린 것 같아… 플랑의 인격도 내 안에 있지만…”
마음 속에서 플랑이 어이! 야! 하며 화내고 있지만, 아무래도 레이무에겐 들리지 않는 것 같다. 하쿠레이 신사의 무녀.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레밀리아를 쓰러트린 걸 생각하면 상당한 실력자이다. 그녀라면 몸을 되돌릴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나는 플랑에게 이 몸을 돌려주고 싶어. 혹시 이것에 대해 아는 건 없는거야?”
“…”
레이무는 팔짱을 끼고 천천히 생각에 잠긴다. 이윽고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질렀다.
“나도 그런 건 경험한 적 없고, 주변에서도 본 적 없어.”
“그래…”
레이무의 말에, 도르는 어깨를 축 늘어트린다. 조금 기대를 했던 만큼 유감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침울해진 도르에게 레이무는 웃으면서 가볍게 첨언한다.
“나에게 기억이 없다는 거야. 어떻게든 해 줄 사람이라면 알고 있어.”
“에? 저, 정말?”
도르의 기대하는 눈빛에 레이무는 만족스럽게 그개를 끄덕인다.
“얘기는 해놓을 테니까, 그 때 신사로 와. …아니다,”
조금 말을 정정하며 레이무는 계속한다.
“도르, 언제든지 좋으니까 오고 싶을 때 신사에 와. 언제든 맞아줄 테니까.”
그렇게 말한 뒤 레이무는 홍마관의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멀어지는 뒷모습에 도르는 말했다.
“어… 어째서 그렇게까지…”
도르가 레이무와 만난 것은 처음이다. 그렇게까지 깊은 관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언제든지 오라는 말을 하는지 몰라 도르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뒤돌아봐 시선만 도르를 향한 채 레이무는 말했다.
“왜냐면 너,”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도르는 할 말을 잃었다.
“그대로 놔두면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아.”
이렇게 말한 뒤, 레이무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에 도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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