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플랑/도르 스칼렛 3화: 내 이름은 도르 스칼렛
동방홍마향
난이도 Tutorial
동행자 플랑도르 스칼렛
3. 내 이름은 도르 스칼렛
관을 빠른 걸음으로 나아간다. 그 이유는 분노가 아닌 관심 때문이었다.
“우와, 엄청 예쁜 그림.”
‘정말이네. 이 근처일까?’
큰 호수와 그것을 둘러싸듯 늘어선 나무 그림. 그것을 보고 소녀와 플랑은 동시에 탄성을 내뱉는다. 플랑은 어떤지 모르지만 소녀는 허리 날개를 파닥파닥 거리고 있다. 꼬리가 있다면 분명 좌우로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 눈을 반짝이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회화 뿐 아니라 샹들리에나 장식물 등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그녀들에게 있어서는 신기했기에 볼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집 안을 둘러보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었다.
겨우 어느 정도 구경이 끝난 뒤, 소녀는 유달리 큰 문 앞에 서있었다. 조금 전 레밀리아가 있던 방의 문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다른 문보다는 큰 문.
장식은 없는 그 문을 소녀는 천천히 연다.
눈에 들어온 것은 수많은 책장이었다. 내부는 어둑어둑하고 책장이 빽빽하게 있다.
방의 깊이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커 맞은 편 벽이 보이지 않는다. 도서관을 무한히 늘린 것. 그런 표현이 어울릴 듯 하다. 그런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방을 소녀는 걸어간다.
오른쪽을 보고 왼쪽을 봐도 그곳에는 책 밖에 없다. 게다가 어느 책도 소녀가 모르는 언어로 쓰여있어 해독할 수 없었다. 계속 걷자 이윽고 멀리서 불빛이 보였다.
천장에서 빛나는 백색광과는 다른 부드러운 오렌지색광. 그것에 이끌리듯 소녀는 나아간다. 큰 책상과 그 위에 쌓인 수많은 책, 그리고 의자에 걸터앉은 한 소녀가 보인다.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시선조차 향하지 않고 한마디.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고 그저 책을 넘긴다. 빠른 손동작으로 책장을 넘겨간다.
‘파츄리, 플랑의 방에 벽을 만든 사람이야.’
과연, 아무래도 이 사람이 전에 플랑이 말했던 파체라는 인물일 것이다. 결계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의 책을 단숨에 읽는 것도 납득이 갔다. 이 여자도 보통 인간은 아니다.
“아, 저기! 플랑의 광기는 이제 없어졌어!”
플랑의 모습을 가장하고 큰 소리로 말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몹시 차가웠다.
“…그래”
단 한 마디. 시선도 향하지 않고 표정도 바꾸지 않는다. 마치 원래 아무도 없는 것처럼 파츄리는 계속해서 책을 읽고 있었다. 마치 인형 같았다.
“어, 어… 플랑은 가볼게.”
왠지 기분이 나빠져 소녀는 달아났다. 그 말에도 파츄리는 알겠단 대답 뿐이었다.
시야의 구석에 갈 때까지 파츄리를 바라보지만 이쪽을 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쓴웃음을 지으며 소녀는 그 자리를 뒤로 할 수밖에 없었다.
“어, 언제나 저런 느낌이야?”
‘몰라. 얘기한 적도 없어.’
플랑 역시 파츄리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저런 반응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관의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되어있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소녀는 걷고 있었다.
그래서 모퉁이에서 오는 낌새를 알아채지 못했다. 시야에 잠시 비친 빨간색. 그 다음엔 누군가 부딪히면서 소녀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투둑 소리가 나며 책이 떨어진다. 소녀는 황급히 사과하며 책을 집으려 손을 뻗는다.
“히익!”
하지만 그 손은 비명에 의해 멈췄다. 고개를 들어보면, 마찬가지로 엉덩방아를 찧은 빨간 머리 소녀가 떨고 있다.
그 등에는 레밀리아와 비슷한 날개가 나있어 인간이 아닌 것은 확실했지만, 그 몸은 마치 토끼처럼 작게 떨리게 있었다. 눈에는 공포의 빛이 서려있었다.
“아…아…”
‘…읏!’
떨리는 목소리에 플랑이 반응했다.
눈 앞의 빨간 머리 소녀는 플랑을 두려워하고있다. 만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 살해당할 뻔 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무서워 하지마!”
그래도 플랑은 하고 싶어서 한 일이 아니다. 만약 누군가 플랑이 무섭다고 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광기가 나쁜 것이지, 플랑이 나쁜 게 아니다.
“이제 플랑은 미치지 않았어! 그러니까…”
‘유우…’
“윽…”
하지만 그것을 알고있는 건 소녀뿐이다. 책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빨간 머리 소녀는 일어나 발길을 돌려 도망간다. 그 등에 손을 뻗었지만 소녀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괜찮아… 이럴 줄 알고 있었으니까.’
“아니야… 이건…”
플랑에게 건네줄 말을 찾을 수 없다. 자신은 플랑에게 무엇을 해 줄수 있을까?
사정을 알고 있는 것은 자신뿐인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도서관을 둘러보고 안 것은 이곳이 소녀가 있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곳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책을 꺼내봐도 대개는 언어조차 이해하지 못했지만 게 중에는 단어를 알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그래도 의미는 몰랐다. 읽을 수 있다고 해서 해독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자신은 전혀 다른 세계에 온 것 같다.
어떻게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천장의 불빛이 닿지 않는 구석까지 다녀본다.
눈앞에 큰 문이 나타났다. 큰 책장의 일부 같은 이상한 문.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그 문손잡이에 손을 뻗는다.
“뭐하고있는거야?”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소녀는 놀라 뒤돌아본다.
어느새 온 것일까, 파츄리가 가만히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은 엄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 신기한 문이─”
“돌아가.”
계속 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말하지 못하게 하는 중압감이 있었다. 아무튼 파츄리의 말대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 소녀는 그 옆을 지나 출구로 나갔다. 조금 걸어간 뒤 뒤돌아봤지만 이미 그곳에 파츄리의 모습은 없었다.
“뭐였지?”
‘글쎄.’
플랑과 마음 속에서 말을 주고받고, 소녀는 방을 나섰다.
여기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도서관은 관의 왼쪽 한 켠 1층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복도에서는 입구가 보인다.
창문을 통해서는 분수와 나무문이 보였다. 그대로 로비로 나서 밖으로 나오려던 소녀는 무언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플랑에게
밖은 햇볕이 강하니 이 양산을 사용하도록 해
‘언니…’
소녀는 레밀리아의 부드러운 일면을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대면했을 땐 무정한 느낌을 받았지만 본성은 착한 것 아닐까.
“좋겠네, 플랑.”
마음 속 플랑에게 미소지으며 소녀는 양산을 손에 들고 문을 열었다.
눈 앞에 펼쳐지는 개방적인 공간. 하늘은 푸르고 깨끗하다. 깨끗이 손질된 초목이 정원을 장식한다.
그것은 소녀가 손을 뻗어도 닿지 않았던 세계. 그저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풍경의 세계.
‘유우… 울고있어…’
플랑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소녀는 처음으로 자기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알아챘다.
자신은 겨우 이쪽 세계의 바깥에 나올 수 있었다. 다른사람처럼 걸을 수 있다. 그것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는 그녀만이 알 수 있다.
눈물을 훔치고 양산을 쓰고 소녀는 천천히 걸음을 내딛는다. 양산이 햇빛은 가려주지만 외부의 기류를 막아주지는 않는다. 소녀는 천천히 걸으며 분수를 들여다본다.
“플랑, 이게 뭐야?”
‘플랑에게 물어봐도… 아, 저거 봐! 얼굴이 비치고 있어!’
플랑의 말대로 들여다보자 수면에는 귀여운 미소의 금발의 소녀가 비쳐있었다.
팔을 뻗어 물을 만져본다. 서늘한 느낌이 전해져 곧바로 손을 뺐다.
“굉장하다. 원래 이런 건가?”
‘평범한 물 아닌가? 나도 잘 모르겠어.’
그 후에도 소녀와 플랑은 여러 가지를 구경했다. 정돈된 초목을 만지자 가시에 찔러 손가락을 다치기도 했다. 푸른 하늘에 열중해 양산 밖으로 나와 몸을 태울 뻔 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처음 보는 경치에 플랑과 소녀는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다.
이윽고 정원을 둘러본 두 사람은 큰 문 앞에 서있었다. 여기가 관의 입구인 것은 알지만 밖에서 인기척이 난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크다. 존재감이라고 하는 것일까. 찌릿찌릿한 무언가를 두 사람은 느끼고 있었다.
천천히 손을 대어 양팔로 연다. 문은 생각보다 무거웠지만 어떻게든 열 수 있었다. 연 문의 오른쪽으로 얼굴을 내밀고 밖을 들여다보았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곧바로 문 옆에 있던 인물과 눈이 마주쳤다.
한눈에 예쁘다고 생각했다. 찰랑이는 붉은 머리에 황룡의 문양이 그려진 중국풍 옷. 하지만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눈에서는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그러나 아까의 메이드와 달리 적의는 없다. 단지 순수하게 당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단단히 양산을 잡고 소녀는 문으로 걸어간다. 소녀의 날개를 보고 붉은 머리 여성은 얘기했다.
“혹시 여동생 님 이신가요? 아가씨의”
“아, 응. 맞아.”
“이유가 있어서 안에만 있다고 들었는데, 괜찮나요?”
“응. 이제 괜찮아졌어.”
믿어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시원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붉은 머리의 여성은 예상외의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아… 저는 홍 메이링이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이곳에서 문지기를 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놀러오세요.”
“어?”
무심코 되물어버렸다. 그러나 메이링은 평온한 미소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어, 저기, 메이링은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음, 저는, 엄청 오래 전부터 이곳에 있었어요.”
그것은 소녀가 이 세계에 와서 플랑 이외의 인간과 처음 제대로 이야기한 순간이었다.
사실 메이링이 인간은 아니지만.
“동생 님의 이름은 뭔가요?”
순수하게 플랑이 궁금해서 질문해준다.
“플랑. 플랑도르 스칼렛이야. 잘 부탁해 메이링.”
‘잘 부탁해!!’
마음 속에서 플랑이 신나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때때로 미소가 새는 것 같고 듣고있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몹시 좋았다.
“메이링, 플랑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네, 언제라도 오십시오.”
작별인사로 손을 흔들며 메이링으로부터 멀어진다. 그 동안 플랑은 왜그래~? 라고 물었지만 그냥, 이라고 얼버무리며 관으로 돌아왔다.
나선형 계단을 천천히 내려온다. 식물에 조금 덮힌 지하실의 큰 문을 열고 붉은 방으로 돌아온다. 호화로운 캐노피가 달린 침대에 걸터앉아 소녀는 천천히 말했다.
“저기, 플랑. 나 이제 플랑인 척 하는 건 그만둘 생각이야.”
‘어, 뭐?’
갑작스런 소녀의 고백에 플랑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양 손을 짚고 천장을 바라보며 소녀는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오늘 여러사람과 얘기하며 깨달았어. 내가 뭘 하고싶은지. 플랑, 메이링이랑 얘기할 때 기분이 어땠어?”
‘엄청 즐거웠어!’
들을 것도 없이, 대답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소녀는 미소지었다.
“저기, 플랑. 우리 어머니도 그랬어. 어머니는 어떤 때라도 나에게 미소지어주고 어떤 때에도 계속 함께 있어주었어. 내 뒷바라지 때문에 하고싶지만 못한 일도 있고 싫은 일도 있었을텐데, 그래도 계속, 쭉 함께 있어줬어.”
‘…’
플랑은 소녀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플랑에게 미소를 주고 싶어. 플랑의 제일 환한 미소를 보고 싶어.”
‘유우…’
자세를 원래대로 고치고 손바닥을 가만히 바라본다. 눈처럼 흰 손바닥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뭘 할까 여러가지 생각했어. 이 몸으로 지금까지 못했던 것들을 잔뜩 해보는 것도 생각했어. 아마 이 몸이라면 내가 지금까지 못했던 것들을 어렵지않게 할 수 있겠지.”
태양빛이 쏟아지는 푸른 하늘 아래를 걷는다. 자신의 다리로 자신이 원하는 곳을 간다. 모두 이 몸이라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원래의 몸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 하늘을 나는 것도 가능하다. 소녀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플랑 덕분이다.
그래서 소녀는 플랑에게 보답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경험을 시켜준 플랑을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어.”
‘하, 하지만 유우는 그래도 괜찮아? 유우는 지금까지 움직이지 못했고… 유우가 이 몸을 돌려주면 유우는 어떻게 되는거야? 이미 유우의 원래 몸은…’
플랑은 당황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소녀를 말리려고 한다. 소녀가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플랑도 잘 알고 있었고, 플랑의 몸을 돌려준 후 유우가 어떻게 되는가, 그것은 당연한 의문이었다. 소녀의 몸은 이젠 없다.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는거야. 어차피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플랑의 몸을 돌려주는 것은 확실하고… 그리고 플랑과 친구가 된다면 이대로 있는 것보단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다고 생각해.
둘이서 어딘가로 나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들이 가고 싶은 곳을 결정하고, 같이 그곳에서 논다. 소녀가 원한 또 한가지. 그것은 친구.
계속 병원 생활을 해야 했던 소녀에게 친구란 닿을 수 없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저기, 플랑. 새로운 이름을 지어줄 수 있어?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나의 새로운 이름.”
‘어? 하지만 유우는 유우가 아니야?’
플랑의 목소리에 소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어, 사실 유우키라고 했지만… 그건 내 성이야. 이름이 아니라.”
‘성?’
“음, 플랑 쪽에서는 패밀리 네임이라고 하나? 스칼렛이라고 하는 건 레밀리아도 같지?”
‘아, 그런거구나! 그럼 유우의 엄마도 유우야?’
“맞아.”
물음표를 띄우며 플랑은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원래 이름은…’
“어, 그게 사실은 나 내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말끝을 흐리며 소녀는 자신의 이름을 생각했다. 아직도 자신의 이름만은 좋아할 수 없었다.
‘그래! 그럼 생각해볼게. 음…’
아무래도 깊게 묻지는 않는 것 같아 소녀는 마음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했다.
머릿속에서는 플랑이 음, 음, 하면서 필사적으로 이름을 생각하고 있다. 목을 이리저리 갸웃거리며 고민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
이윽고 무언가를 생각한 것 같다.
‘플랑도르에서 플랑이 플랑을 맡고, 도르 스칼렛이라고 하는 건 어때? 그러면 둘이 합쳐 플랑도르야!’
“정말 좋다, 플랑! 고마워!”
둘이서 플랑도르. 그 말에 감동한 소녀는 그 이름을 받아들였다. 495년 간 감금되어 있던 플랑과 17년 간 병원에서만 지내온 소녀, 아니 도르는 그 이름에 숨겨진 잔혹한 의미를 깨닫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 때부터 소녀는 도르가 되었다. 도르의 목표는 단 하나. 이 몸을 플랑에게 돌려주는 것. 이를 위해선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역시 레밀리아와 상담하는 게 좋겠지.”
플랑의 언니인 레밀리아 스칼렛. 플랑을 감금한 것이 그녀란 것은 플랑에게 들었지만 그녀도 플랑을 사랑한다는 것을 도르는 확신했다.
몸을 플랑에게 돌려준다면 그녀와 상담하는 것은 필수라고 도르는 생각했다.
‘음, 그래도 플랑은 언니가 싫어…’
495년 동안 갇혔던 플랑은 언니에게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도르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바꿔 나가자.
‘으응…’
플랑은 도르의 목적에 아직도 납득하지 못한 듯 했다. 그러나 도르는 그것에 내색하지 않고 입구의 문을 열고 나선형 계단으로 발을 디딘다. 두 번째는 소녀로서가 아닌 도르로서 명확한 목표를 가진 채 계단을 올라갔다.
'번역 소설 > 플랑 도르 스칼렛'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랑/도르 스칼렛 6화: 홍무이변과 하쿠레이의 무녀 (0) | 2018.06.26 |
---|---|
플랑/도르 스칼렛 5화: 어둠에 비치는 한 줄기 빛 (0) | 2018.06.25 |
플랑/도르 스칼렛 4화: 의심과 공포와 부서진 마음 (0) | 2018.06.23 |
플랑/도르 스칼렛 2화: 두 번째 삶은 플랑과 함께 (0) | 2018.06.22 |
플랑/도르 스칼렛 1화: 처음 뵙겠습니다, 그리고 안녕 환상향 (0) | 2018.06.21 |
설정
트랙백
댓글
글
플랑/도르 스칼렛 2화: 두 번째 삶은 플랑과 함께
동방홍마향
난이도 Tutorial
동행자 플랑도르 스칼렛
2. 두 번째 삶은 플랑과 함께
붉게 깜빡이는 시야가 점점 원상태로 돌아온다. 점차 점멸 속도는 느려지고, 이윽고 완전히 없어진다.
눈에 들어온 것은 495년 동안 계속 본 붉은 융단, 그리고 그것을 더욱 진하게 물들인 대량의 혈흔. 그것은 가장 피하고 싶었던 광경.
495년 동안 플랑이 본 인간은 유우가 처음이었다. 그녀가 보던 인간은 언제나 한낱 고깃덩어리였다.
자신이 있던 세계를 얘기해 준 유우는 플랑에게 있어서 첫 번째로 맺은 사람과의 관계였다. 그래서 사쿠야에게 이야기해서 보호해달라고 할 예정이었다.
자신이 미쳐 있어도 유우라면 받아준다. 단 한 시간 밖에 얘기하지 않았지만 플랑은 유우의 상냥함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전부 자신의 손으로 부숴버렸다. 가장 원한 것을 없애버렸다. 이 절망감은 처음이 아니다. 몇 번이나 광기를 극복하려고 했다. 몇 번이나 이 능력과 맞서려고 했다. 그 때마다 플랑의 기대는 배신당했다.
이젠 한계였다. 495년에 걸친 외로운 싸움은 플랑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유우를 죽여버렸다.
메마른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일어나 고급 침대로 뛰어 들어간다. 최고급의 깃털이불도 지금은 너무 차가웠다.
“죽어버리면… 좋은데…”
자신이 살아있을 가치가 있을까. 495년동안 갇히기만 한 인생. 자신은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일까. 만약 여기를 나선다 하더라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깨뜨려 부수는 것 밖에 자신은 할 줄 모르는데.
오히려 유우가 몇 배는 더 살 가치가 있었다. 그 상냥한 미소는, 자신의 능력보다 더 가치있었다.
“플랑이… 죽어야 했는데…”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플랑이 잠들기 전 눈에 아른거린 모습은 유우의 미소였다.
따뜻함. 그것이 소녀가 제일 처음 느낀 것이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방금 전 본 붉은 벽이 눈에 들어온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소녀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은 이제 불사신이라도 된 것일까.
천천히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는다. 그러자 익숙한 것이 눈에 비친다.
“어라…”
빨간 스커트에 흰 프릴. 아까 본 플랑의 옷
당황하는 소녀의 시야에 금색 머리카락이 보이며 뺨을 간지럽힌다. 그것을 천천히 만진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느낌.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자신의 머리는 확실히 검은색이었다. 그런데 이 머리와 이 복장, 이것은 마치…
그렇게 생각한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동작. 그것을 아무런 문제없이 해냈지만 감동할 여유는 없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며 팔과 다리를 본다. 아래를 보면 빨강을 기조로 한 프릴 장식의 드레스. 위를 보면 푹 눌러쓴 모자.
조금 전까지 본 플랑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어…어…”
사람이 패닉에 빠지면 당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놀란 것은 처음이었다.
“무슨 일이야?”
침대에 들어가 자리잡은 소녀는 머리를 감쌌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으음… 시끄러워…’
머리에 목소리가 울려 소녀는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나 아무도 없다.
“뭐야? 누구 있어?”
‘어… 유우?’
확실히 대답은 들리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목소리는 틀림없이 플랑이다.
“플랑? 어디 있어?”
‘유우… 살아있구나, 다행이야… 그리고 아까 있던 방에 있다고 생각해. 달라진 것도 없어…’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어딘가에 있을 플랑을 찾기 위해 소녀는 방안을 둘러보지만 아무리 찾아도 플랑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기분 나빠… 세상이 휘청거려…’
갑자기 들려 온 목소리에 소녀는 깨닫는다. 플랑은 바로 근처에 있다.
“혹시 내 안에 플랑이 있는거야?”
‘어?’
바보같은 소리를 내는 플랑을 두고 소녀는 방에 있는 거울 앞에 선다. 금발의 머리에 빨간색 드레스, 그리고 천진난만함이 남아있는 얼굴은 바로 플랑이었다.
‘플랑이다…’
“음… 내가 플랑이고 플랑도 플랑이고… 그치만 난 플랑이 아닌데, 하지만 지금은 플랑이고…”
전대미문의 사태에 소녀의 머리는 펑크 직전이었다.
‘에, 그러니까 유우… 어… 미안해? 플랑이 여기 있는 이유는 플랑의 광기 때문일거야… 아까 그 광기에 휩쓸려 버려서… 정말 미안해요…’
머리에 울리는 울먹이는 목소리. 아니,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괜찮아. 내가 플랑을 화나게 만들었구나…”
‘그렇지 않아!’
울리는 큰 소리에 소녀에게서 미소가 새어나온다.
“플랑, 나도 미안해. 왠지 플랑의 몸을 빌린 거 같아서…”
‘하지만 그것도 플랑 탓이니까… 역시 플랑이 사과해야…’
“음… 그러면 둘 다 잘못한 걸로 하고 화해할래?”
자신의 가슴 앞에서 기도하듯 양손을 잡고 플랑에게 말을 건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소녀는 그녀도 확실히 수긍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응! 고마워 유우!’
플랑에 말에 미소지으며 소녀는 마음을 바꿔 생각한다.
자신은 분명 플랑의 몸 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플랑의 인격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공생 관계로 살고 있다.
몸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자신 같았다. 그렇다면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생각은 많지만 우선 할 일이 하나 있었다.
“플랑, 몸 좀 빌릴게.”
‘응?’
침대에서 일어나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뛴다. 혼자만의 힘으로 서서 움직인다. 그것은 소녀에게 첫 경험이었다.
그 모습을 플랑은 소녀의 안에서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플랑! 날아봐도 돼?”
‘응, 괜찮아. 등에 의식을 집중해봐.’
플랑의 말대로 등에 의식을 집중한다. 그러자 날개가 움직이는 기색이 들었다. 살랑살랑 보석이 흔들린다.
발바닥에 압력이 사라지고 천천히 떠오른다. 나는 것을 어려울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공중에 멈춘 소녀는 자신의 허리를 바라본다. 좋은 소리를 내며 날개는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후후… 유우도 이상한 사람이구나. 날 수 있는 게 그렇게 신기해?’
“저기, 내 세계에서 보통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어.”
플랑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소녀는 기쁨을 감추지 않고 방 안을 비행한다. 플랑은 원하는 만큼 날아보라고 말한 뒤 침묵했다.
아무래도 떠드는 소녀를 바라보는 것이 즐거운 것 같다. 소녀는 그런 플랑을 잊을 정도로 비행을 계속했다.
“저기 플랑?”
복잡한 무늬가 그려진 이불 위에 앉은 소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플랑에게 말을 건다. 파닥파닥 발을 흔들고 날개도 바쁘게 앞뒤로 움직인다. 그 움직임만으로도 소녀가 신난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나가봐도 돼?”
‘…무리야’
밝은 물음에 돌아온 것은 어두운 대답이었다.
‘플랑은 계속 여기에만 있었어. 나갈 수 없어.’
“그래?”
소녀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간다.
고급스러운 금으로 장식된 커다란 문. 조금 높은 금 손잡이에 손을 대고 천천히 돌린다. 플랑의 말과 반대로 문은 쉽게 열렸다.
어둠의 저편에, 위로 연결된 계단이 보인다.
“…열었는데”
‘…에’
불만스러운 듯 플랑은 한숨을 쉰다. 자신이 495년 동안 어떤 수단을 써도 열리지 않았던 최대의 장벽이 이렇게나 쉽게 뚫린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것 없었다는 듯이. 불평하고 싶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플랑의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소녀는 계단을 올라간다.
“저기 플랑, 여기엔 누가 있어?”
‘음, 잘 모르겠지만 언니랑 사쿠야랑 파체는 있을 거야.’
새롭게 등장한 세 명을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외운다. 언니는 말 그대로일 테고, 다른 두 명은 어떤 사람일까.
‘음… 사쿠야는 플랑에게 밥을 주는 사람, 파체는 이상한 벽을 만든 사람.’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자 우연인지는 몰라도 플랑이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사쿠야는 메이드같은 존재이고, 파체는 뭔가 특별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
확실히 기억하며 계단의 끝에서 소녀는 발을 멈췄다.
“그런데 플랑,”
‘응?’
“나는 이 관에서 나라는 걸 밝혀? 아니면 플랑처럼 행동해?”
문득 생각난 것을 입 밖으로 낸다. 이것은 꽤나 어려운 문제같았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플랑인 척 하는게 좋다고 생각해. 갑자기 이렇게 되었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을 거고.’
플랑의 말처럼 소녀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녀가 그것을 할 수 있을까? 플랑의 흉내를 내며 허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괜찮아 유우. 모두 플랑이랑 별로 만난 적이 없으니까.’
머리에 울리는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울 듯 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혼자서 그 어두운 지하실에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자신이 겪은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플랑을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말을 걸 수는 없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소녀에게 그녀를 위로한 자격은 없으니까.
“알았어. 플랑인 척 해볼게.”
그래서 소녀는 말하지 않았다. 플랑도 말하지 않았다.
붉게 물든 복도를 천천히 걷는다. 어떤 구조인지 밖은 밝지만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 탓에 실내는 묘하게 어둡다.
그것이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과 더불어 약간 음침한 기운을 느끼게 했다.
긴 복도의 모퉁이를 천천히 돈다. 동시에 장미 향기가 코를 자극하며 눈 앞에 최초의 인간이 나타났다.
“여동생…님?”
소녀는 먼저 눈 앞의 여성이 인간인지 의심했다. 당황하고 있지만 이성은 잃지 않은 날카로운 보라색 눈동자와 빛나는 은색 머리.
청색과 흰색의 메이드 옷에 스커트는 이상하리만치 짧다. 그 요염한 허벅지에 매어져 있는 나이프가 눈에 들어온다.
‘유우, 사쿠야야.’
플랑의 목소리에 소녀는 놀라 의식을 되찾는다. 눈 앞의 여성에 넋을 놓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장미 향수와 신비로운 모습은 자극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녀가 사쿠야라고 했다. 가타카나인지 한자인지, 한자라면 표기는 무엇인지는 몰르지만 일단 목적 중 하나는 만날 수 있었다.
우선 말을 걸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동생 님, 결계는?”
갑작스런 중압에 소녀는 꼼짝할 수 없었다. 향해진 것은 살기. 눈을 더 가늘게 뜨고 손가락을 허벅지에 대고 있다. 칼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다. 여기서 지하실에 돌려보내진다면 다시 꼼짝도 못하게 된다.
소녀는 압력에지지 않고 열심히 목소리를 냈다.
“아, 그게, 사쿠야, 플랑은 이제 더 이상 미치지 않아서… 그러니까…”
자신의 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는지 소녀는 몰랐다. 사쿠야는 그 발언에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다시 적의를 향했다.
‘언니한테 데려가 달라고 해. 언니라면 알거야.’
“저,정말이야! 언니라면 알 수 있을거야!”
플랑의 목소리에 죽다 살아난 듯 소리를 낸다. 언니라는 단어에 사쿠야의 눈썹이 순간 움찍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허벅지에서 손을 떼고 발길을 돌렸다.
“따라와주세요.”
그 한마디와 함께 사쿠야는 걷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사건에 소녀는 아연실색했지만, 우선은 따라간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쿠야는 걸어간다.
로비나 홀 등 보고 싶은 곳은 많았지만 지금은 사쿠야를 따라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계단을 올라가고 더 안쪽으로 가자 다른 문보다도 우뚝 솟은 크고 화려한 문.
그것을 양손으로 열고 사쿠야는 왼손을 방 안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들어가라는 뜻 같다.
천천히 걸음을 향한다. 방 안은 상당히 천장이 높고 좌우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 있다. 안쪽은 입구에서부터 진홍색의 융단이 방을 양분하며 깔려있고, 그 앞에는 하나의 옥좌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플랑과 나이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듯한 어린 소녀가 홀로 앉아있었다.
플랑이 적이라면 그녀는 백. 이 한마디로 표현될 정도로 두 사람의 외모는 비슷했다.
다른 것이라면 그녀의 머리 색은 하늘색인 것과 날개 모양이 다른 것일까. 눈 앞의 어린 소녀는 악마같은 날개를 하고 있다.
그녀가 플랑이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일 것이다. 무료한 듯 오른팔로 턱을 괴고 다리를 꼬며 이쪽을 보고 있다. 그 눈동자에서는 아무것도 짐작할 수가 없다.
‘레밀리아 스칼렛. 플랑의 언니야.’
울리는 목소리는 조금 언짢은 듯 했다.
“아가씨, 여동생 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사쿠야의 말에 대답한 목소리는 플랑과 비슷한 외모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성숙했다. 말 한마디에 무게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는 소녀를 무시하고 두 사람은 이야기를 계속한다.
“여동생님 왈, 광기는 이제 사라졌다고.”
“뭐?”
사쿠야의 말에 레밀리아가 턱을 괸 손을 풀었다. 가만히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소녀가 눈을 움찔움찔 거리며 바라보고 있으면, 레밀리아의 눈이 붉게 빛났다.
“…사라졌네”
그 순간에 광기의 존재를 파악한 것이다. 레밀리아의 눈 색깔은 원래대로 돌아오고, 그녀는 다시 턱을 괴었다.
“광기가 사라진 거라면 관은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좋아. 하지만 밖에는 나가지 마. 햇볕은 지금의 너에겐 상당히 해로울 테니까. 사쿠야, 저녁은 일 일분 더 많이 만들어.”
“알겠습니다.”
돌아온 말에 소녀는 크게 놀랐다. 495년. 플랑에게 들은 그 시간은 너무 길다. 그만큼의 기간 동안 플랑은 홀로 광기와 싸웠는데, 돌아오는 말은 단지 그것.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소녀 뿐만이 아니었다.
‘…진짜 죽이고 싶다’
플랑이 나지막히 중얼거린 한 마디를 소녀는 놓치지 않았다.
그래도 레밀리아에게 따질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 마디 뿐이었지만, 플랑인 자신에게 한 말에서 부드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말투, 내용, 분위기, 그 모든 것이 조금 누그러진 듯 보였다. 물론 그것은 자신이 아니라 플랑에 대해서지만.
‘가자, 유우.’
플랑에 말에 소녀는 방을 떠난다. 사쿠야는 따라올 생각은 없었는지 레밀리아의 옆에서 플랑에게 그저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레밀리아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 그것이 소녀가 처음 느낀 사쿠야에 대한 인상이었다.
'번역 소설 > 플랑 도르 스칼렛'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랑/도르 스칼렛 6화: 홍무이변과 하쿠레이의 무녀 (0) | 2018.06.26 |
---|---|
플랑/도르 스칼렛 5화: 어둠에 비치는 한 줄기 빛 (0) | 2018.06.25 |
플랑/도르 스칼렛 4화: 의심과 공포와 부서진 마음 (0) | 2018.06.23 |
플랑/도르 스칼렛 3화: 내 이름은 도르 스칼렛 (0) | 2018.06.23 |
플랑/도르 스칼렛 1화: 처음 뵙겠습니다, 그리고 안녕 환상향 (0) | 2018.06.21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