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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도르 스칼렛 20화: 통하는 진심
동방췌몽상
난이도 Easy
동행자 이부키 스이카
4. 통하는 진심
기분이 가라앉아 있다는 걸 스스로도 알 수 있다. 시각은 오후지만, 태양은 구름에 가려져 따뜻한 햇살을 가리고 있었다. 양산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흐린 날이 지금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솔직하게 기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간판 아가씨의 일이지만 도르의 미소는 없었다. 길 가던 사람들도 걱정스럽게 말을 걸어 주었지만 도르는 억지 웃음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가라앉은 마음을 어떻게든 하려고 하늘을 올려다봐도 비가 내릴듯한 검은 구름이 넓어질 뿐이었다.
문득 그 구름에 작은 구멍이 생기고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그 무언가는 바로 도르 옆 지상으로 향해 아슬아슬하게 감속하여 눈앞에 내려섰다. 검은 날개를 펄럭이고 나막신 소리를 내며 바람으로 감싸며 나타난 것은 신문기자 샤메이마루 아야. 덧붙여 오늘로 사흘 연속 방문이다. 첫 날은 방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안녕하세요 도르 씨. 오늘이야말로 오는 거죠?”
“네. 레이무가 어제 말했다고 했으니까, 곧… 아, 왔어요.”
마치 노린 것처럼 멀리서 세 개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어제의 그림자보다 조금 키가 큰 세 그림자는 곧바로 이쪽을 향해 온다. 콘파쿠 요우무, 사이교우지 유유코, 그리고 아야의 목적인 요괴, 야쿠모 유카리. 유유코와 유카리는 즐겁게 담화를 하며 걸어온다. 요우무는 그 사이에 낄 생각은 없는지 한걸음 뒤에서 걷고 있다.
“안녕하세요 유카리 씨.”
“그래, 안녕 도르. 레이무한테서 얘기를 듣고 왔어. 당신이 신문 기자구나.”
도르의 앞까지 걸어온 유카리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든다. 사정을 레이무에게 들은 것 같아, 도르 옆에 있는 아야에게도 인사했다. 그때 지은 미소는 도르에게 지은 미소와는 조금 달랐지만 그 차이를 도르가 알아채진 못했다.
문득 보면, 유유코가 손을 흔들고 있다. 유유코는 항상 이렇다. 특별히 대화를 하는 건 아니지만, 항상 다정한 미소를 지어준다. 손을 흔드는 행동은 그녀가 조금 장난끼많은 성격임을 말해준다.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해주면, 유유코는 한 번 끄덕이곤 아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 신문 기자씨, 이야기는 안에서 하죠?”
“네? 아, 네.”
유카리에게 이변에 대해 물어보려 생각하고 있던 아야는 조금 당황했지만, 유유코에게 끌려가 감미처 안으로 사라졌다. 요우무도 주인의 뒤를 쫒아 가게 안으로 사라진다. 남은 것은, 유카리 뿐.
“도르,”
단 한마디. 그렇게 불린 도르는 유카리 쪽을 본다. 그리고 알아챘을땐, 눈앞에 유카리의 금발이 있었다. 너무 가까워 놀라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귓가에 속삭이는 말에 도르는 굳어버렸다.
“스이카는 어제부터 계속 그대와의 일을 걱정하고 있어.”
“…네?”
갑자기 스이카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도르는 당황한다. 하지만 유카리는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스이카는 어제부터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있어. 계속 그대만을 생각하고 있어. 만약 그대의 고민이 요괴와 관련된 거라면, 인간과 관련된 거라면, 자신 때문이라면, 그렇게 계속 고민하고 있어.”
“…”
“당신의 고민은…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이지?”
유카리의 말에 도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이 귓가를 맴돈다. 유카리는 도르의 양 어깨를 붙잡는다. 똑바로 눈을 응시하고, 유카리는 말을 잇는다. 도르가 한 걸음을 나아가게 하기 위하여. 흐린 마음을 개이게 하기 위하여.
“도르, 괜찮아. 스이카가 그대를 싫어하는 일은 없어. 비록 당신이 인간이여도 당신은 도르. 그렇죠? 아니면, 당신은 스이카를 믿을 수 없는걸까?”
“그… 그렇지 않아요!”
“그렇다면 여기서 고민만 하고 있어서는 해결되지 않아요.”
하늘이 개인다. 유카리의 한마디에 도르는 고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가게 입구로 향한다. 가게 안을 들여다보고 마침 눈이 마주친 할머니에게 중간에 빠지겠다고 말한다. 그것은 허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와 마찬가지였다. 평소라면 허용되지 않는 행위. 하지만 할머니는 도르의 눈동자에 확실한 의지를 느꼈다. 엄격한 표정으로 그녀는 외친다.
“어서 서둘러! 도르!”
할머니의 말에 도르는 확실히 끄덕이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아야는 황급히 따라가 말리려 한다.
“기다리세요 도르 씨! 아직 이야기가…”
“필요없어.”
단 한 마디. 그렇게 말한 유카리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뛰어나가려는 아야를 제지한다. 부채로 입술을 감추고 수상쩍은 미소를 지으며 유카리는 아야에게 경고했다.
“당신이 원하는 건 춘설이변의 전모. 그렇다면 도르는 없어도 상관없어. 그렇지?”
반박은 받지 않겠다는 듯한 말투에 아야는 그저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불안이라는 구름이 걷힌 도르의 마음과는 달리 실제 구름은 비구름이 되어 차가운 비를 뿌리고 있었다. 진흙탕이 된 비탈길을 도르는 한없이 오른다. 몇 번이나 발이 걸려 넘어질 뻔 했지만 그럼에도 도르는 넘어지지 않았다. 빨리 스이카를 보고 싶어. 빨리 만나고 싶어. 그 일념으로 도르는 산길을 달린다. 그리고 길고 긴 언덕길을 올랐을 때, 그곳에는 비에 젖은 작은 오니가 홀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비는 점차 강해지고 거센 소리를 낸다. 그에 지지 않도록 강하고 강하게 외친다.
“스이카!”
도르의 외침에 스이카는 천천히 돌아본다. 그리고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된거야 도르?!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잖아? 게다가 이런 빗속-”
“나, 나 스이카에게 숨긴 게 있어!”
걱정하는 스이카의 말을 가로막고, 도르는 다시 외친다. 겁내면 안된다. 스이카를 믿고 진실을 고백한다. 도르는 그 생각 만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나는 확실히 몸은 흡혈귀지만… 사실은 인간이야! 플랑이란 소녀의 몸에 들어간 인간… 그게 내 정체야!”
비 때문에 시야는 흐릿하다. 그러나 스이카가 말문이 막힌 것은 보였다. 스이카가 싫어할까 두려워 하면서도 도르는 열심히 말을 계속한다.
“나는 무서웠어. 내가 인간인 줄 알면 스이카가 나를 싫어할까봐. 그렇지만… 그렇지만 스이카는 이변에 대한 얘기를 해줬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말하지 않으면… 그치만 미움받는것도 무서워서… 그래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젠 도르도 몰랐다. 머릿속에선 플랑이 열심히 응원하고 있지만 그 말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스이카와 친구로 남고 싶다. 그 생각 만으로 가득했다.
“스이카… 미워하지 말아줘… 스이카와 계속 친구로 남고 싶어…”
오열 섞인 목소리로 나온 그 말이 도르의 마음을 모두 나타내고 있었다. 스이카와 친구로 있고 싶다. 단지 그뿐인 작은 소망. 그리고 무엇보다도 순수한 마음이 비에도 지지 않고 스이카에 마음에 닿는다.
비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방울을 양손으로 닦고 있으면, 물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랐을 때에는 도르의 작은 몸은 감싸져 있었다. 자신의 몸과 비슷한 크기. 그러나 강하게 껴안는 힘은 거센 비 때문에 차가워진 몸을 따듯하게 해 주었다.
“싫어…할 리가 없잖아! 네가 요괴가 아니래도, 네가 인간이였다고 해도, 그래도 넌 내 친구 도르잖아?”
껴안는 힘이 더 강해진다 조금 답답했지만 그것이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도르의 마음은 들어차고 있었다.
“너… 바보같아… 그런 일로 계속 고민하다니. 나는 도르의 미소를 좋아해. 그런… 그런 시시한 걸로 싫어질 리가 없잖아. 너는 나에게 친구니까.”
“스이…카…”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계속해서 흐른다. 천천히 손을 스이카에 등에 올려 지지 않을 만큼 힘껏 껴안는다. 친구라고 불러준 스이카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도록 강하게 강하게 껴안는다.
그날, 밤늦게 비가 그치기 전까지 두 사람은 계속 같이 있었다. 그리고 폭우 속에서 껴안고 있던 두 사람의 마음은 진정으로 통하고 있었다.
물방울이 창문을 두드린다. 이어 들리는 빗소리에 시선을 돌리면 조금이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날씨가 나쁜 건 알고 있었지만, 타이밍이 나쁘다. 하지만 그런 일로 도르는 멈추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에 도르의 친구, 야쿠모 유카리는 요염하게 미소지었다. 그 미소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수상쩍게 여기는 카라스 텐구, 샤메이마루 아야는 그녀에게 쭈뼛쭈뼛 말을 걸었다.
“저, 그래서 춘설이변에 관해 말인데요…”
그제서야 처음으로 아야의 존재를 눈치챈 듯 유카리는 시선을 돌렸다. 매우 영리한 머리는 순식간에 정보의 바다에서 상황을 알아차려 곧바로 부채를 손으로 가져간다. 손으로 그것을 펼쳐 천천히 입가에 가져간다. 감미처의 달콤한 향기를 즐길 수 없는 것은 유감이지만, 이미 해 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유카리는 친구에서 현자로 태도를 바꾼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샤메이마루 아야, 더 이상 춘설이변에 대한 취재는 그만두십시오.”
“…네?”
아야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당연한 것이고, 이 경우 잘못한 것은 틀림없이 유카리지만, 유카리는 반론을 받지 않겠다는 시선과 압력으로 아야에게 경고한다.
“잘 들으세요 카라스 텐구 씨. 이건 충고가 아니라 경고에요.”
요기를 내뿜는 깨끗한 미소에 아야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분명히 확인한 유카리는 다음 순간 손뼉을 친다.
“당신도 기자라면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알아서 좋은 것, 몰라서 좋은 것, 알아서는 안될 것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춘설이변은… 세 번째입니다.”
부채를 접고 테이블에 내리친다. 보이지 않는 결계를 치고 있기 때문에 소리가 밖으로 새 나가지는 않았지만, 결계의 안에서는 크게 울렸다. 오른쪽에서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화과자를 먹는 유유코와 그 옆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요우무가 이 공간의 이상함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아야의 대답을 허용하지 않고, 유카리는 계속 말한다.
“물론 도르 스칼렛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도 춘설이변에 관계자. 따라서 그녀에게 이변에 대해서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유카리가 위협한 후 몇 초, 아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불안을 조금 키웠지만, 아무래도 기우였던 것 같았다. 아야는 이해한 듯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대충 인사하고 허둥지둥 가게를 떠났다. 마을에 가장 가까운 괴짜 카라스 텐구. 그렇게 들은 만큼 조금 불안했지만 역시 그녀도 일개 텐구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유카리는 안도한 것처럼 숨을 내쉬고, 아직 손대지 않은 다과에 손을 올린다. 조심스레 들어 입에 넣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이 차오른다. 몇 번이나 먹고 있지만 이 맛만큼은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입으로 천천히 다른 조각을 가져오며 유카리는 생각한다. 이것으로 아야는 도르에 대한 기사를 쓰지 않을 것이다. 유카리에게 춘설이변은 그렇게까지 숨길 사건이 아니다. 레이무처럼 아쉬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유코처럼 꺼림칙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다른 것이 문제였다. 도르 스칼렛. 마력과 요력을 전혀 갖지 않음에도 본 적 없는 방어의 기술을 사용하고, 그 정신에 또 다른 소녀가 공존하는 흡혈귀. 만약 그녀가 환상향 전역에 알려진다면, 좋지 않는 생각을 하는 집단이 나올 것은 틀림없다. 게다가 도르는 남을 의심할 줄 모른다. 쉽게 꼬드겨져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것을 막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하얀 방어벽은 확실히 위협이다. 그러나 유카리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 무언가가 도르에게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래서 그녀는 도르를 그냥 친구로 보지 않는다. 도르를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관찰하고 있었다. 물론 야쿠모 유카리 본인으로썬 가장 친한 친구이자 유유코를 구해준 은인 도르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샤메이마루 아야에게도 확답을 받았다. 향후 춘설이변에 대한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고, 도르에게 집요하게 접촉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하나의 고민이 사라졌다. 그러나 유카리는 한 가지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그녀는 샤메이마루 아야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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