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도르 스칼렛 37화: 그녀가 잃은 것은

동방화영총

난이도 Extra

동행자 샤메이마루 아야

11. 그녀가 잃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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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닫이 문을 열고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오랜만이다. 마을에서 얘기하다가 조금 늦어버렸지만, 지금부터라도 자 버리자. 그렇게 생각하며 방 문을 열었을 때, 아야는 말을 잃고 말았다.

좁은 방에, 다섯의 카라스 텐구가 이미 있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되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왜 그들이 여기에 있지? 문단속은 완벽했다. 그런데?

어서와, 아야.”

친근하게 말을 걸어온 것은 아야의 동료 중 한 명이었다. 싫을 정도로 익숙할 정도인 동료 중 한 명.

아야는 그가 싫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몰라서 기분이 나빴다.

여성의 방에 무단으로 침입하다니, 무슨 생각이에요?”

분명한 적의를 표출한다. 이제 아야는 이런 것은 지긋지긋했다. 그들을 상대할 시간은 없다. 한시라도 빨리 자고 싶었다.

하지만, 샤메이마루 아야, 너를 요괴의 산의 규정에 따라 죄인으로 데려오라고 명령받아서 말이야. 살아있으면 된다고 말했으니까괜히 저항하지는 마?”

?”

멍하던 머리가 각성한다. 지금 뭐라고 했지? 죄인? 누가?

요괴의 산은 싸움에 불간섭 하는 게 원칙. 그런데 관여했지?”

도르 스칼렛.”

그 말에 몽둥이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이해했다. 요괴의 산은 도르를 알고 있다. 그것은 즉,

그야, 거절합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도르가 가진 힘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디서 새어나갔는가. 그것은 자신밖에 없다.

요괴의 산을 위해 도르 스칼렛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위한 열쇠가 뭔지는 알지?”

거절!”

그 말에 아야는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다섯 정도라면 상대가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깨달았다. 실수였다. 피곤해서 미리 깨닫지 못했다.

현관을 뛰쳐나와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그리고 아야의 집 주위를 수백 명의 텐구가 둘러싸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미 너무 늦었다.

제길!”

분한 듯 외치며, 아야는 포위망을 빠져나가려 노력한다. 하늘은 날 수 없다. 날개를 쓸 수 없는것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 공중의 대비는 끝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힘을 믿고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요괴의 산이 자랑하는 전력 중에서도 아야의 전투력은 차원이 달랐다. 그런 그녀가 날개를 사용할 수 없는 정도로 잡힐 이유는 없었다. 포위에서 도망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쉽게 도망칠 수 없었다. 계속해서 빠져나가도 점점 적들이 다가왔다. 조금 전까지 친하게 대화했던 마을 주민들도 무표정하게 덤벼온다.

도망쳐야 한다.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어디로? 어디로 가야 도망칠 수 있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하지만 대체 어디로 가야 안전할 수 있는 것일까. 어디서도 이 큰 무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런 것은 무리다.

아차

생각하는데 너무 신경을 썼다. 정신을 차리면 눈앞에는 세 마리의 백랑 텐구가 있었다. 칼들 든 이들을 어떻게 하기엔 이미 너무 가까워졌다.

당했다. 라고 생각했을 때 어디선가 날라온 돌풍이 그들을 날려버렸다.

대체 뭐지? 그렇게 생각하며 바람이 날아온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아야 씨! 괜찮나요! 이쪽이에요! 도망쳐요!”

후배에게 손을 붙잡여 아야는 끌려갔다. 갑작스런 상황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떻게든 질문을 입에 담을 수 있었다.

, 어째서 당신

그야 아야 씨를 구하러 온 게 당연하잖아요! 아야 씨가 죄인이라니, 그럴 리가 없어요!”

후배의 말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제까지 친했던 모두가 적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녀만은 내 편으로 남아있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든든했다.

두 명은 숲을 빠져나가 동굴 입구까지 달렸다. 하늘을 날지 않는 것은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것에조차 아야는 기쁨을 느꼈다.

여기를 빠져나가면 일단 요괴의 산에서는 나갈 수 있어요! 그대로 어디론가 도망치죠!”

, 하지만 이대로는 당신까지

저는 아야 씨와 함께 가겠습니다.”

눈물이 흐를 뻔 했다. 어서 가죠, 라고 말하며 그녀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쨌든 그녀를 따라가자. 그리고 다시 감사 인사를 하자. 고마워요, 라고. 희망을 찾아낸 아야의 눈동자의 빛은 강해졌다.

 

동굴 속은 당연히 불빛이 없기에 어두운 길을 위태롭게 걸어갔다. 언제까지 걸어도 빛이 보이지 않는데 길이 지하에 있는 것일까.

, 그런데, 언제쯤 나갈 수 있는거야? 그리고, 이거 어디로 가는거야?”

아야 씨, 어두운 건 알지만 불빛은 켜지 마세요. 놈들에게 들킬 거에요. 게다가 얼마 안 남았어요.”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아야는 후배의 말을 따랐다. 그녀가 말하는 것이니 믿어도 될 것이다. 그렇게 조금 나아가자 갑자기 무언가에 부딪혔다.

, 어째서 멈춘거야? 설마 누군가에게 들킨거야?”

아야는 후배를 걱정하며 말을 걸었다. 그러나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심쩍게 생각되어, 아야는 후배를 호위하듯 앞으로 나왔다. 그러나 요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대체 뭐지?

불빛, 켜요. 아주 조금만.”

이렇게 말해도, 후배는 여전히 무반응이었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불을 밝혔다.

그리고 말문이 턱 막혔다.

눈앞을 바위가 가로막고 있었다. 마치 길을 막은 것처럼. 붕괴라도 일어난 것일까. 아니, 이건 오히려-

잘가요, 아야 씨.”

끔찍한 소리가 났다. 고기를 써걱 찢는 듯한 소리가. 동시에 허리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뜨겁다, 아프다, 뜨겁다, 아프다. 시야가 흔들린다. 쓰러지기 직전 벽을 다시 보고 아야는 이해했다. 붕괴된 것이 아니다. 이곳은 막다른 길이다. 이 동굴은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몸조차 가눌 수 없었다. 아야는 바닥에 쓰러졌다. 목만을 움직여 뒤에 서 있는 소녀를 바라본다. 소녀의 손에는 칼이 쥐어져 있었다.

과연 아야 씨군요. 가장 강한 마비약을 사용했는데, 아직도 움직일 수 있다니, 굉장하네요.”

째서?”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말에 후배는 웃는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뒤틀린 미소로.

? 왜냐고요? 아하하하! 그야, 그런 백랑 텐구 따위가 공을 차지하게 둘 수는 없으니까 그렇죠. 마을의 모두가 말했어요. 가장 먼저 당신을 잡은 텐구가 우승이라고. 이건 게임이에요. 게임. 아야 씨 참 재밌네요. 그렇게 순진하게 저를 완전히 믿다니요. 저라면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나요? 왜죠? 아 그랬죠제가 아야 씨의 첫 수제자니까요. 기대했죠?”

난폭하게 머리채를 잡혀 들어올려진다. 몸이 마비된 아야는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 얼굴을 들여다보는 후배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동자에 아야가 알던 후배의 모습은 없었다.

솔직히 짜증났어요. 뭔지 알아요? 나보다, 아니, 마을의 모두보다 강하다고 마음대로 행동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저는 당신을 스승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그건 그렇고, 아직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너무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오네. 저기, 아야? 이 산에는 네 친구도, 동료도 없어. 처음부터, 처음부터 하나도 없었다고! 아하하하하하!!”

미친 듯이 웃으며, 후배는 아야의 옷덜미를 잡는다. 그대로 아야를 질질 끌고 출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텐구가 기다리는 절망의 입구로.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의식도 몽롱하다. 눈꺼풀이 감기기 시작한다.

눈을 감기 직전, 한 소녀가 보였다. 그것은 환상, 최후에 아야의 머리에서 보인 현실이 아닌 광경. 그 소녀, 도르 스칼렛은 웃고 있었다. 너무나도 예쁜 미소를 자신을 향해 지어주고 있었다. 그 광경은 눈꺼풀이 닫히며 사라졌다. 깜깜한 세계로 떨어져 간다. 의식을 잃기 직전, 아야는 깨달았다.

자신이 잃은 것은 수많은 친구들 중 하나가 아닌 단 한명뿐인 소중한 친구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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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화영총 끝. 다음챕터 풍신록 넘어가기 전 다른 거 한두개정도 할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