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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도르 스칼렛 26화: 불사조의 눈물과 영원의 친구
동방영야초
난이도 Normal
동행자 호라이산 카구야
5. 불사조의 눈물과 영원의 친구
달빛 아래서, 그 소녀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도르도 유카리도, 그 자리의 누구도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했다.
단지 소녀는 익숙한 듯 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도르와 에이린의 사이로 들어온다. 아무도 그 소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달빛에 비친 그 모습은 너무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더 이상 내 친구에게 그 뒤숭숭한 걸 향하지 말아줄래?”
“공주님… 지금까지 어디에…”
어안이 벙벙한 것은 도르 일행 뿐만이 아니다. 카구야의 종자인 에이린 또한 주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활을 쥔 손의 힘을 뺐다.
그러나 카구야는 에이린을 계속 따갑게 바라본다.
“못 들었어? 나는 그만두라고 말했어. 이건 명령이야.”
“…알겠습니다.”
달빛 아래에서 말하는 카구야에, 에이린은 얌전히 활을 내렸다. 그 행위를 지켜보고, 카구야는 도르 쪽을 돌아봤다.
“그래, 밤을 멈추고 있던 건… 당신들이였구나.”
상처입고 너덜너덜해진 레이무를 치료하는 유카리를 바라보며, 카구야는 중얼거렸다.
“당신들이 만든 어중간한 영원한 밤 따윈 나의 영원을 조종하는 술 앞에선 무력해.”
그리고, 시간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두 개의 달은 하나가 되고 세계의 기운은 되돌아가 넘쳐나는 환상향의 요기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에이린이 달을 두 개로 만들고, 당신들이 밤을 멈췄다. 이것이 이변의 전모야. 도르, 당신 에이린이 왜 이변을 일으켰는지 알고 싶어?”
“안됩니다! 공주님!”
카구야의 다음 말을 들은 에이린이 다급히 외쳤다.
“그건 전부 내 잘못이야. 내가 달의 도시의 대죄인이기 때문이기 때문이야.”
그러나 카구야는 동요하지 않고 처음부터 각오한 듯 말을 계속했다.
“대…죄인?”
“그래, 나는 영원을 사는 사람. 요괴의 수명은 아무리 길어도 유한하지만, 나에겐 그런 게 없어. 나는 늙지도 죽지도 않아. 그래서 나는 달의 도시에서 추방되었어. 그리고 에이린은 그런 나를 따라와 주었어. 찾으러 온 달의 사자를 살해하면서까지 내 곁에 있어 주었지.”
에이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에이린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결계를 친거야. 달의 놈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그러니까 에이린을 비난하지 말아줘. 나에게 책임이 있어. 그리고…”
카구야는 유카리를 바라보고 머리를 숙였다.
“종자의 잘못은 주인의 책임. 멋대로 이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
카구야의 갑작스러운 사과에 유카리도 당황한 듯 했다.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상황이 바뀐다면 아무리 유카리 씨라도 생각하기 어렵지 않을까, 이렇게 도르가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
정말 어색한 듯 유카리가 입을 열었다.
“알고 있어. 마음대로 한 것이니, 어떠한 벌이라도-”
“아니, 그게 아니라…”
카구야의 말을 막고 유카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하늘을 가르켰다.
“이 세계는 환상향. 원래부터 하쿠레이 대결계에 의해 외부 세계와 격리되어 있어. 당신이 결계를 치지 않아도, 달의 도시에서 공격하는 건 불가능이야.”
“…응?”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이였어♪”
웃으면서 말하는 유카리와는 대조적으로 말을 잃은 카구야. 그 뒤에서 에이린은 머리를 눌렀다.
“맙소사…”
지금까지 자신이 하던 모든 일이 헛수고였단 것을 안 것이다.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에이린은 그 와중에도 방심하지 않았다.
“달의 기술을 너무 얕보고 있어. 지금은 찾지 못하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올지도 몰라.”
“그거라면 거기 공주님의 첫 친구의 차례라고 생각해.”
즉답하는 유카리의 말에, 카구야는 도르를 바라봤다. 영문을 모르는 도르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저기 도르, 만약 내가 위험하게 된다면, 도와 줄래?”
기대 어린 시선에 도르는 그렇다고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또 속이는 거냐? 옛날처럼?”
대답할 틈도 없이 목소리가 울려퍼졌기 때문이다.
울리는 목소리는 방금 전 들어본 목소리였다. 주위의 온도가 단번에 오르고 뜨거운 열풍이 휘몰아친다. 언제 들어왔는지, 그곳에는 불사조가 서 있었다. 등에서 홍련의 날개를 나타낸 채, 뚜벅뚜벅 걸어와 도르, 아니 카구야에게 다가온다.
모코우가 땅을 밟자 그 화염으로 초목이 타버린다. 아까 만났을 때보다도 압도적인 열량에 도르는 몸을 떨었다.
힐끗 카구야를 바라본다. 갑작스런 모코우의 등장에 카구야는 의아한 얼굴이었다.
“왜 여기있는거야, 모코우?”
그 질문은 당연히 모코우에게 던져진 것이지만, 모코우는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무시하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도르는 그녀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앗다.
“우리 아버지처럼 이용해 먹고 버리려고? 그렇게 놔둘 리가 없잖아. 그 아이는 케이네의 소중한 제자니까, 나의 제자와 마찬가지야. 너에게 줄 수 없어.”
그 충격적인 말에 도르는 순간적으로 카구야를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깨닫고 말았다. 카구야의 얼굴은 파래지고 있었다.
“어, 저게 무슨 소리야, 카구야…”
“아하하하하하! 역시나! 말 할수 있을 리가 없지! 알 리가 없어! 너는 항상 그래왔어. 간사한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니까. 네가 나타나는 바람에 우리 아버지는 미쳐버렸어. 모든 것을 너에게 바쳤어! 너 밖에 보지 않게 되었어. 그런 아버지를, 너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어. 그래서 아버지는 더욱 미쳤고… 어머니랑 나를 쫒아냈지.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 원래부터 병약했던 어머니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돌아가셨어. 혼자 남은 나는 너에게 복수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었어. 너를 죽이려고 네가 남긴 봉래의 약을 마시고 사람을 그만두었지… 카구야, 나는 네가 정말 싫어. 정말 죽일 만큼 미워해. 그리고, 오늘은 평소보다도 더 미워.”
오른손으로 불꽃을 만들며, 모코우는 카구야를 노려보았다. 심상치 않은 분노를 품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했다.
“…그래서 항상 시비를 걸어왔구나.”
카구야는 평소처럼 대답하지만, 여유가 없어보이는 것은 분명했다.
“항상 그랬지,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라.”
오른손을 흔들며 화염을 날렸다. 평상시라면 즉시 반응할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카구야의 반응은 늦었다. 그래서 불의 저편에서, 모코우가 도르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 말았다.
불이 꺼졌을 땐 모코우는 상공에 있었다. 홍련의 날개를 움직이는 조금 전과 거의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것은, 그 팔에는 작은 흡혈귀가 안겨 있었다.
“모코우! 대체 무슨 짓이야!”
“뭐냐니, 도르를 더 이상 너와 가까이 하게 둘 수는 없어. 너에게 이용되게 둘 수는 없어. 도르는 포기해.”
대조적으로 웃는 모코우와 초조한 표정의 카구야. 그 두 사람의 표정이 현재 각각의 입장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 그런 건 싫어…”
“어라? 도르, 너 요력이 전혀 없구나.”
“아, 네. 저는 강한 요괴가 아니라서.”
모코우에 안겨 있는 채라는 것은 이상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도르는 모코우의 물음에 대답했다. 도르는 이 두사람의 문답이 어디까지나 아까 전투의 연장선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카구야의 조바심은 예상 밖의 전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도 이상하네. 도르는 너한테 그렇게 이용 가치가 높은 거냐? 나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지만…”
“달라!!!”
그래서 모코우가 무심코 한 말에 카구야가 외쳤을 때, 도르는 눈을 크게 떴다.
“나는… 나는 도르를 이용하는게 아니야! 도르는… 도르는 내 첫 친구야… 처음으로, 미치지 않은 친구라고!”
가슴 앞으로 팔을 뻗으며, 카구야는 외쳤다. 도르는 처음에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미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소리일까. 그러나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확신할 정도로 그녀는 필사적이었고 비통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도르, 잘 들어. 내가 만나는 사람은 모두 미쳐버려. 친해질수록 미쳐버리지. 남자는 나를 자신의 것으로 하고 싶어하고 결국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되어버려. 여자는 나를 질투하고 결국 원망하기 시작하지. 과정을 다르지만 모두 미쳐버려. 하지만 도르, 너는 달랐어. 내가 처음… 나를 보고도 미치지 않은 건 네가 처음이야… 수천 년동안, 영원처럼 긴 시간에서 기다리던 단 하나의 친구야.”
카구야는 이제 모코우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단지 그녀의 팔에 안겨있는 유일한 친구에게 호소했다. 도르라는 작은 흡혈귀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존재인지.
질색한 것은 모코우였다.
“정말, 거짓말은 여전히 능숙하네.”
도르를 강하게 끌어안고 요력을 더 많이 방출한다. 열량 만으로 카구야는 붉어지고 있었다. 지나친 열량에 도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럴 듯 하네. 하지만 나는 안 속아.”
“!…”
“뭔 짓을 해도 나를 속일 수…”
차갑게 쏘아붙이던 모코우의 말이 멈춘다. 갑작스런 사건에 순간적으로 도르는 모코우를 보았다. 그 눈을 크게 떠져있고, 진심으로 놀란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을 보고있는지 확인하려고 카구야에게 눈길을 돌린다. 그리고 도르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선의 끝에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카구야가 있었다.
“모르겠어.”
땅에 엎드린 카구야를 향하며, 모코우는 말을 내뱉는다.
“너에게 도르는 그렇게 이용 가치가 있는거냐. 나는 아무리 봐도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는데.”
“제발… 네 아버지에게 한 일은 사과할게. 용서할 수 없다면 몇 번이고 죽어도 좋아. 저항하지 않을테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도르 만큼은 빼앗아가지 마… 부탁이야…”
“그래? 그럼 이제 그 거짓의 베일을 벗겨주지.”
“안돼요, 모코우 씨!”
“괜찮아 도르, 어차피 허세야. 막을 테니까, 안심해.”
모코우의 말에 도르는 반박할 수 없게 되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불안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 카구야의 모습이 거짓이라고는 도르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다시 설득하려고 모코우를 바라봤을 때, 이미 팔을 휘두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화구가 날아간다.
화구에서 주인을 지키려고 에이린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지금까지 지켜보던 종자의 움직임으로썬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카구야는 그것을 손으로 제지했다.
“무, 무슨…”
모코우는 확신했다. 카구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그녀에게 카구야는 절대적인 악이었다. 그 악이 친구의 제자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모코우는 제자를 지키려 했다. 자신이 정의라고 믿었다. 카구야가 자신에게 간파되어 더욱 당황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이제와서 모코우는 처음으로 생각한다. 만약 카구야에게 도르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정말 소중한 존재라면?
그리고 그 생각을 옳다는 것은 곧바로 드러난다.
“으…으…”
폭염이 사라지자, 그곳에는 카구야가 쓰러져 있었다. 옷은 여기저기 타 있고 몸도 너덜너덜했다. 그런데도 카구야는 움직였다. 어떻게든 팔만으로 상반신을 움직여 얼굴을 들고 모코우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은 비통하게 일그러져 있고, 한 줄기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공허한 눈으로 바라보는 카구야를 보는 모코우는 초조해졌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확신으로 바뀐다.
자신이 틀렸다. 이윽고 카구야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가냘픈 소리를 냈다.
“부탁…이야… 몇 번이고 죽어도… 나는… 상관없으니까… 제발…”
“카구야!!”
그 모습에 도르는 견딜 수 없었다. 조금 전의 자신을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모코우의 팔에서 벗어나 카구야의 곁으로 날아갔다. 그녀의 상반신을 안아들고 치유술을 걸기 시작했다. 천천히지만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카구야! 카구야!”
필사적으로 외치며 도르는 치유를 계속한다. 그리고 초목을 밟는 소리가 귀에 울렸다. 고개를 돌리면, 모코우가 서 있었다. 그 표정은 괴로운 듯 일그러져 있었다. 갑자기, 도르는 따뜻한 무언가에 감싸였다. 힘차게 포옹되었다.
“부탁이야 모코우… 용서해줘…”
“…”
그것이 카구야라는 것을 알고 도르는 당황했다. 그녀는 너덜너덜한 채 도르를 지키려 했다.
“너… 제멋대로잖아… 제멋대로잖아!! 뭐야, 그게! 내 소중한 것은 부숴버리고 자신의 소중한 것은 지키고 싶어하고! 나도 아버지가 소중했고 어머니를 사랑했는데! 네가 빼앗았어! 그런데도, 빼앗지 말라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게!”
모코우는 울고 있었다. 비통한 고함을 치며 카구야를 노려보고 있었다. 도르를 껴안는 힘이 더 강해진다.
“미안해… 미안해요… 앞으로도 계속 사죄할 테니까…”
“그만, 그만! 그런 거 필요없다고!”
카구야의 말을 막고 모코우는 절규한다. 그녀의 마음을 도르는 헤아릴 수 없다. 모코우의 마음을 아는 것은 그녀 자신밖에 없다. 아니, 그녀도 모를지도 모른다.
“뭐야 이거… 마치 내가 나쁜 것 같잖아…”
눈물을 흘리며 모코우는 중얼거린다. 올려다 보았을 때의 표정은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도르,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을게. 너는… 너는 저 녀석을, 카구야를 믿어?”
“…네, 믿어요.”
여기까지 카구야의 진심을 봤으면 믿지 않을 수 없다. 카구야는 진심이다. 진심으로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카구야의 큰 몸을 꼭 끌어안은 도르는 분명히 말했다.
그 모습에 모코우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윽고 한숨을 토해냈다.
“카구야, 나는 너를 용서할 생각을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케이네의 소중한 제자의 의지를 무시하면서까지 당신을 괴롭힐 생각은 없어. 난 네가 싫어. 정말 싫어. 절대 믿지 않아. 하지만, 도르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믿어줄게. 보상도 사과도 필요없어. 다만, 도르를 지켜. 너 때문이 아니야. 케이네의 소중한 제자를 지키기 위해서야.”
“응… 알겠어… 고마워… 고마워…”
도르를 더 강하게 껴안고, 카구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만족했는지 모코우는 발길을 돌렸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괴로움을 알고 있어. 나는 그런 경험을 주는 악당이 되고 싶진 않아.”
분한 듯 내뱉고선 모코우는 죽림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도르를 강하게 끌어안던 힘이 약해지며 카구야가 땅으로 떨어졌다.
“카구야! 카구야!”
“괜찮아. 기절한 것 뿐이야.”
뒤에서 들리는 말에 뒤돌아보면 에이린이 상냥한 미소로 카구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카구야의 작은 몸을 양손으로 부드럽게 안아올렸다.
“나머지는 나에게 맡겨.”
그렇게 말하곤 에이린은 영원정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 등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 느닷없이 어깨에 손을 얹어졌다.
“이번 이변도 너에게 신세졌구나.”
“마리사… 으음, 나는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주로 카구야가 했지.”
도르의 말에 마리사는 미소지으며 모자의 챙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그럴 리가. 지난 번 유유코의 건에서 너는 잘 하고 있다고 말했잖아… 내가 말했지만, 그 힘이 부럽네… 그것은 자각하지 못하는 것도 참.”
끝에 나지막히 중얼거린 말을 도르는 듣지 못했다. 그 말을 다시 들으려고 물으려 했을 때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고마워 도르, 이번에도 도움을 받았네.”
고개를 돌리면, 상처받은 레이무가 유카리의 어깨에 기대어 가까이 오고 있었다. 레이무는 만신창이지만 도르를 보고 미소짓고 있다. 상처는 유카리에 의해 많이 치유된 것 같다.
“저 불사조의 아이가 등장했을 때는 어떻게 되려나 싶었지만 잘 해결됐네.”
갑자기 귓전에 목소리가 들려 도르는 뛰어오를 뻔 했다. 목만 돌리자 바로 뒤에 유유코가 서 있었다. 그녀는 그대로 도르의 뺨에 가느다란 손가락을 올려, 왼손으로 빛나는 금발을 만지작거렸다.
“안녕, 도르. 좋은 밤이야. 그대의 이 금발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구나.”
“유, 유유코 씨… 놀랐어요.”
장난스런 미소를 짓고, 유유코는 조금 멀어진다. 동시에 시야에 두 그림자가 비춰졌다. 조금 위축된다. 레밀리아 스칼렛과 이자요이 사쿠야.
저 두 명은 자신의 얘기는 하지 않는 것일까. 그 둘과 만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동시에 조금이지만 외로움이 밀려왔다.
“도르, 신경 쓰지마. 저 둘은 너에 대해서는 언제나 저런 느낌이니까.”
“사실, 도르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하면 어느새 사라져 있어.”
앨리스, 레이무의 말에 도르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도르로써도 가급적 레밀리아와 사쿠야는 피하고 싶은 주제였다. 역시나 잠시 뒤 마음 속의 소녀가 삐져버렸다.
“어쨌든 다들 수고했어요. 그럼 돌아갈까요.”
유카리의 그 말에 그 자리의 대부분 돌아갈 준비를 한다. 물론 도르도 그 안에 속해 마리사와 앨리스와 실없는 잡담을 계속했다. 그 중에서도 아직 움직이지 않은 요괴는 둘.
“유유코 님?”
백옥루의 정원사 콘파쿠 요우무는 언제까지나 움직이지 않을 듯한 주인의 모습에 눈치를 보고 있었다. 유유코는 계속 무표정인 채 유카리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요우무, 너에게 도르를 보는 나는 어떻게 보이지?”
“네?”
갑작스런 질문에 요우무는 당황했지만 곧 천천히 대답했다.
“도르를 지켜보는… 어머니 같은 느낌일까요…?”
“그래…”
무표정으로 가만히 바라보는 유유코. 그 시선의 끝에는 한 흡혈귀만 있단 것을 깨닫고 요우무는 더 자세히 대화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대로 훌쩍 유카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얼굴을 다시 보았을 때, 요우무는 등골이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자신은 지금까지 세부사항을 보지 못했단 것을 깨달았다.
유유코의 도르를 보는 어머니 같은 얼굴은 마치 가면처럼 비춰졌다.
달이 둘로 나뉘어 밤이 끝나지 않고 막강한 요력을 주는 이 사건은 나중에 영야이변으로 불린다. 그 이변의 해결사는 하쿠레이의 무녀와 보통의 마법사를 포함한 무리라고 얘기되지만, 실제로는 춘설이변처럼 해결사는 따로 있다.
“뭐야 이거. 엄청 맛있어, 도르!”
“아, 감사합니다.”
그 해결사 둘, 호라이산 카구야와 도르 스칼렛은 마을의 감미처에서 함께 화과자를 먹고 있었다. 카구야는 평소대로의 모습이지만, 요력을 통해 모습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것으로 주변 사람들이 미치는 일을 줄일 것이라고. 도르가 보기엔 전혀 모습이 바뀌지 않아 정말 괜찮은가 물었지만 카구야는 대답대신 웃기만 했다.
“그나저나 도르는 내 변장이 통하지 않는다니… 뭐, 내 본모습을 봐주니 오히려 좋으려나.”
“저거 정말 괜찮을 걸까…”
마지막은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일단 카구야의 변장에 대해서는 신용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더라도 평소의 카구야의 모습이었다. 믿을 수가 없겠지.
“그렇지만, 에이린이라도 역시 어쩔 수 없었구나.”
“응, 조금 기대하고 있었는데…”
에이린에게 기대했던 도르와 플랑을 분리할 해결책. 그러나 에이린의 대답은 할 수 없다, 였다. 여러 가지 약을 만들 수는 있지만 정신까지 작용하고 도르와 플랑을 교체할 약을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에이린은 단언했다. 왠지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들으면 풀이 죽는 것이었다. 이로써 남은 것은 스이카가 말한 방법 뿐이었다.
“역시 도르의 사정은 좀 복잡하구나.”
“네, 어떻게든 하고 싶었지만…”
“미안해 도르. 우리가 도움을 주지 못해서.”
“아, 아뇨. 오히려 여러 가지 도움을 줘서 감사한… 어?”
갑자기 보인 카구야의 입술에 눈길이 갔다. 예쁜 분홍 입술에 콩가루가 조금 묻어 있다. 도르는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여 오른손 검지로 카구야의 입술의 콩가루를 떼어냈다.
“카구야, 콩가루가 묻어 있어.”
킥킥 웃으며 떼어낸 콩가루를 입으로 가져간다. 입 안에 달콤한 맛이 퍼진다.
“어… 어…”
“?”
그러자 눈에 띄게 카구야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도르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카구야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도르를 보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하아… 정말…”
중얼중얼 투덜거리는 카구야에게서 눈을 떼고 거리로 눈길을 돌린다. 오늘도 감미처는 번창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영야이변을 회상한다.
이번 이변에서, 자신은 처음으로 본질적인 해결에 기여했다. 카구야와도 친구가 되었다. 플랑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지만, 이번 이변은 도르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다. 자신도 이변을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남의 힘을 빌려야 하긴 했지만, 그래도 환상향의 주민들은 모두 좋은 주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과 함께라면 어떤 이변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 유유코나 스이카, 에이린처럼 이변의 주모자와도 서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모두 사이좋게 될 수 있다고. 그렇게 도르는 믿었다.
그러나 도르는 곧 이 생각이 잘못된 것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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