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도르 스칼렛 31화: 그녀가 잊은 것은

동방화영총

난이도 Extra

동행자 샤메이마루 아야

5. 그녀가 잊은 것은

 

 

 

 

 

무섭다. 두렵다. 가시로 찌르는 듯한 살기를 견디며, 도르는 힘겹게 앞으로 향한다. 자신이 해야 한다. 자신이 쓰러트려야 한다. 그렇게 강하게 다짐한다.

플랑의 말을 무시하고 돌아온 것은 이미 후회하고 있다. 그래도 돌아오지 않았으면 더 후회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틀리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도르는 눈앞에 벽을 전개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막는 것. 유카의 공격을 모두 막는다.

그렇게 다짐했을 때 바람이 불었다. 정신을 차리면 눈앞에 검은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왜 안도망간거야 바보!”

갑작스런 고함에 도르는 몸을 떨었다. 올려다보면 아야가 입술을 깨물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도르와 아야는 거의 동시에 하쿠레이 신사를 뛰쳐나왔다. 아야가 도르의 행동을 깨닫고 바로 달려온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도르는 든든함을 느꼈다.

하지만 아야의 머리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깨닫는다.

의지했던 하쿠레이의 무녀는 전투불능. 그럼에도 저 요괴는 거의 상처가 없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구원은 더 이상 바랄 수 없다. 결국 자신도 도르도 아무도 이 비상사태를 알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쓰러트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떻게? 레이무조차 패배했고, 어떻게 싸울지조차 모른다.

오로지 생각만 하고 전혀 싸울 기미를 보이지 않는 아야를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켜줄래? 솔직히 카라스 텐구는 아주 예전에 사냥한 적이 있었지. 내 상대가 되지 않아.”

유카의 아무렇지 않은 한 마디. 그 중에는 거짓이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그 말은 아야의 생각을 멈추게 하는 데 충분했다.

카라스 텐구를사냥해?”

순간 두통이 찾아왔다. 강렬한 두통에 비명을 지를 뻔 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일그러진 시야의 끝에서 유카는 이런이런, 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카라스 텐구는 상대가 되지 않아. 괜히 목숨을 버리려 하지 말고, 물러나.”

유카의 말에 눈앞에 빛이 아른거린다. 카라스 텐구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카라스 텐구를 사냥했다. 무언가,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다음 유카의 말에, 그녀는 모든 것을 떠올렸다. 유카로써는 방금 생각난, 무심코 한 말이었지만.

그러고보니오래전에 카라스 텐구와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진 카라스 텐구가 있었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을 하는 단검을 쓰는 여자였지.”

그 말에 아야의 두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눈앞을 아른거리던 빛이 사라졌다.

그래, 기억났다. 귀부인같은 나막신을 신고 있었지. 그런 놀랐어. 달리는데도 소리가 전혀 안났으니까. 이상했지.”

대신 아야의 머리는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고 있었다.

공격도 날카로웠지. 단검이라서 그런지 빠르고, 그런데도 가볍지는 않았어. 좋은 승부였지. 우연히 거기 있던건가? 그 마을의 주민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는데.”

천천히 고개를 든다. 옛날을 회상하며 미소짓는 유카의 표정이, 먼 옛날 기억의 괴물과 겹쳐졌다. 고향을 불바다로 만들고 소중한 존재를 죽인 그 증오스러운 괴물과.

죽이기 전에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어.”

이름을, 아야는 알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텐리 아야. 예전에 요괴의 산의 간부였던 대텐구 중 한 명.

단검을 이용한 무서운 스피드와 기술을 가진 텐구라는 종족을 뛰어넘을 정도의 능력자, 그리고 자신을 키우고 아야라는 이름을 준 어머니같은 상냥한 텐구.

그러고보니, 그 마을에 홀로 카라스 텐구 아이가 있었지. 관심이 없어서 놓쳤지만, 아직도 살아있으면 지금 너 정도겠네.”

이름을, 아야는 알고 있다. 그 싫을만큼 겁이 많고 적에게 자비를 받아야 할만큼 작은 존재를 안다. 그녀의 이름은 샤메이마루 아야.

양어머니 텐리로부터 이름을 받았으나 그녀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고, 그녀를 죽인 괴물의 모습을 잊을 만큼 어리석은 요괴. 지금도 남의 도움으로 괴물을, 아니 카자미 유카를 퇴치하려는 사람.

바람이 멎었다.

카자미유카

뭐야? 드디어 비켜줄 생각이 든거야?”

유유히 이야기하는 유카의 말을 끊고, 아야는 유카의 이름을 불렀다. 그 죽이고픈 괴물의 이름을 곱씹으며 말했다.“

이에 대해 유카는 드디어 눈앞의 카라스 텐구가 변심한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실제로 보통의 카라스 텐구라면 이미 항복했을 것이다. 보통의 카라스 텐구라면.

그날 단지 무력했던 자신을 저주하며 간신히 도망친 그녀는,

모든 싫은 기억들을 잊고 적의 모습조차 잊은 그녀는,

그리고 모든 것을 떠올린 그녀는,

방금 모든 것을 버렸다. 도르를 지키는 것도, 도움을 부르는 것도 포기했다.

분노의 불길을 눈동자에 담고, 피가 날 만큼 입술을 깨물고 뼈에서 소리가 날 만큼 주먹을 꽉 쥔 모습에서 증오의 마음이 가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점화된 불의 이름은 복수. 모든 것을 뒤덮을 만큼 크고 모든 것을 태워버릴 만큼 뜨겁고, 자신조차 태워 죽일만큼 깊은 업화.

너만은절대 용서하지 않아. 어머니를 죽인 것, 마을을 폐허로 만든 것, 그리고 나를 놓친 것, 전부 후회하게 해준다!”

바람이 휘몰아친다.

세로로, 가로로, 종횡무진 휘몰아치는 바람은 도르와 유카를 덮친다.

그 거친 바람 속에서 유카는 깨달았다.

그때 놓친 아이가 누구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훌륭해! 멋져! 그때의 나를 칭찬해 주고 싶어!”

과거의 자신에게 칭찬을 보내며 유카는 소리없이 웃는다. 옛날의 자신이, 지금의 이 요괴를 만들어낸 것이다.

최고! 최고야 도르 스칼렛! 너는 항상 내 기대 이상으로 만족시켜 주는구나! 너를 죽이면 얼마나

닥쳐어어어!!!”

이제 일 초라도 지체하지 못한다.

유카의 소리를 끊고, 오른손에 부채를 들고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력으로 유카를 겨냥해 신체를 돌진시킨다.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토네이토와 같은 일격. 그것을 우산으로 받아들인 유카의 여유로운 얼굴이, 처음으로 얼었다.

!”

유카는 오랜만에 혀를 찼다. 유산을 힘껏 잡고 아야의 공격을 막는다. 그러자 쉴틈없이 다음 공격이 날아온다. 단지 전신전력으로 돌진해올 뿐이지만 아야는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예상 밖의 공격에 유카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 카라스 텐구, 강하다.

분노에 몸을 맡기는 데에 비해 머리는 생각보다 냉정한 것 같다. 순간적으로 방출한 유카의 일격을 아야는 정확히 피한다. 유카는 미소를 지었다.

좋아! 좋아! ! 이름이 뭐지! 넌 한낱 카라스 텐구가 아니구나! 너만의 힘을 가진, 단 하나의 존재다!”

기억해라 유카! 내 이름은 샤메이마루 아야! 널 죽일 녀석의 이름이다!”

샤메이마루 아야, 샤메이마루 아야! 굉장히 좋은 울림이야! 자랑스러워해라 샤메이마루! 내가 인정하지. 너는 강하다! 샤메이마루 아야라는 이름의 강자!”

웃기지 마!”

비록 이 몸을 불사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죽인다. 그렇게 자신에게 맹세하고, 아야는 전력의 공격을 계속한다. 그것은 너무나도 무겁고, 날카롭고, 모든 면에서 유카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야는 정신이 없었다.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투의 범위 내에서였다. 그래서 그녀는 알아채지 못했다. 압도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유카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처음에는 위화감. 자신의 공격을 막는 유카의 우산의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확신으로 바뀐다. 곧바로 아야의 공격은 유카에게 통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공격은 막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든 막고 있었다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녀는 마치 아야의 공격이 보이는 것처럼 정확하게 우산으로 방어하고 있다. 처음에는 의심했다.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윽고 확신했다.

카자미 유카는 싸우면서 진화하고 있다고.

동시에 경악했다. 이 정도의 괴물이, 아직도 진화하느냐고.

그리고 그 방심이 독이 되었다. 유카에게 있어서 그것은 마치 사냥당할 것을 기다리는 먹이. 한 손을 적당히 휘둘러, 유카는 아야의 발을 붙잡았다.

어머, 적당히 해도 괜찮아?”

마음속으로 의외라는 목소리를 내면서, 유카는 미소짓는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아야는 아차싶은 표정을 지었다. 아야의 눈앞에는 이미 방출 직전의 빛나는 마력의 덩어리.

잡았다

광기의 미소를 띄며, 둔색으로 빛나는 마력의 격류는 구조 자체는 마리사가 사용하는 마스터 스파크와 같다. 차이가 있다면 마리사의 마스터 스파크는 부스터를 매개로 하지만, 유카의 경우는 순수하게 요력 자체를 적에게 부딪힌다. 즉 유카는 마리사가 하는 것을 부스터 없이 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그녀가 가진 요력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차이점. 마리사의 마스터 스파크는 반짝이는 무지개빛이지만, 유카의 것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둔색을 띄고 있다. 그것은 곧 절망의 색. 적을 삼킨 이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직선적인 단순한 공격이지만, 범위는 광대하다. 그것을 발목이 잡힌 채 맞으면 아야라도 어쩔 수 없다. 방어조차 통하지 않고 그녀는 삼켜진다.

그대로 다리를 잡고 있으면 손이 같이 말려들기 때문에 유카는 닿기 직전에 손을 놓았다.

우산에서 방출되어 아야를 삼킨 죽음의 광선은 그녀를 하늘 높이까지 끌어올린다. 그 몸을 깊은 곳까지 태우며 피해를 주는 광선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공중에 던져진 아야는 그대로 중력에 의해 지상으로 떨어졌다. 굉음을 내고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아야는 땅바닥에 격돌한다.

그 광경의 도르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비명이 들리자 유카의 마음은 떨리고 있었다. 시선을 돌리면 무력한 흡혈귀 소녀는 울상을 지으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 다음의 사냥, 아니 실전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몸이 도르를 향했을 때, 배후에 기척이 느껴졌다. 유카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있을 수 없어.

되돌아보고 잔해를 확인한다. 움직임은 일절 없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확실히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잔해가 날아갔다. 사방팔방 흩어진 잔해물을 산산히 부셔져 형체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잔해가 있던 자리에는 부채를 하늘로 가르킨 카라스 텐구. 그 마음은 아직 꺾이지 않고, 넘치는 요기는 대요괴 급이다. 몸은 너덜너덜해서 멀리서 봐도 전투를 계속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유카는 확신한다. 그 카라스 텐구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 날 더 즐겁게 해줘.

그래! 샤메이마루 아야! 이 정도로 끝날 리가 없지! 사냥감을 사냥하듯이, 와봐! 분노, 증오, 격분, 집념, 원망, 그 모든 것을 쏟아내 봐 샤메이마루 아야!”

그 말에 아야는 대답한다. 말이 아니라 감정이다.

으아아아아아!!!”

미친듯한 포효와 함께 모든 요력을 해방하는 아야.

그 모습을 카자미 유카는 일그러진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플랑/도르 스칼렛 30화: 괴물이 보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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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자 샤메이마루 아야

4. 괴물이 보는 세계

 

 

 

 

 

카자미 유카. 그녀가 태어난 것은 언제였는가? 그것은 그녀조차도 알지 못한다. 그만큼 긴 시간을 유카는 살아왔다.

태어난 곳이 환상향인지, 아니면 어느새 환상향으로 흘러들어온 건지조차 모른다. 카자미 유카에겐 어찌됐든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깨달았을 땐 유카는 이미 절대적인 강자였다. 다른 존재들은 갖지 못한 힘을 유카는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강력한 요력, 뛰어난 전투 기술 등 다양하지만 유카는 이를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수련한 적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수련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힘을 기를 것도 없이 전력으로 공격하면 적을 부술 수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유카가 한 것은 양산을 무기로 구한 것. 그것 외에는 꽃을 진심으로 사랑한 것. 정말 그 뿐이다.

천년, 아니 이천 년일까,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유카는 요괴를 닥치는대로 죽이고 다닌 적이 있다. 그 수는 수없이 많았지만 그 중 유카와 맞는 존재는 없었다. 어느 누구 하나도 유카를 멈출 수 없던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질려버린 것이다. 매일매일,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상대를 죽이는 단순한 반복에.

처음에는 싸움에 기쁨을 느꼈다. 목숨이 걸려있다고 생각하고, 지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긴장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착각이었다. 유카의 생명을 위협할 존재도, 즐겁게 해줄 존재도 없었다.

이윽고 그녀는 어느 장소에 주거를 마련했다. 싸움을 그만 둔 유카에게 남은 것은 꽃을 사랑하는 마음 뿐이었다.

다양한 꽃을 키우는 유카가 특히 좋아한 것은 해바라기였다. 그녀의 집 주변이 해바라기로 가득 차 태양의 밭이라는 이름을 얻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유카의 세계는 흑백이 되었다. 화려한 꽃을 제외하곤 그녀의 생활은 아무런 색을 갖지 않게 되었다.

싸움은 거의 없었다. 가끔 들어온 작은 요괴를 죽이는 정도였기에, 그런 하찮은 존재들은 곧 머리에서 지워졌다. 그녀의 세계는 유구한 시간동안 무색을 띄고 있었다.

 

그런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주황색과 금색을 찾아냈다. 처음에는 멀리서 관찰하고 있었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하던 일이다. 당장 죽이기에는 아깝다. 이곳에 온 이유를 알고나서 죽이는 것이 유카의 규칙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작은 흡혈귀 같았고, 땅에 무릎을 꿇고 꽃을 꺾으려 하는 참이었다. 흡혈귀 치고는 요력이 전혀 없었지만, 유카에게 그것은 상관없는 일이었다.

매우 큰 요력을 갖고 있다면 의식했을 지도 모르지만,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유카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꽃을 꺾는 행위는 유카에겐 극형을 받을 죄이다. 사랑하는 꽃을 꺾는 것으로 유카는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모든 꽃에 대해 그러는 것은 아니다.

잘 관찰해 보면 흡혈귀 소녀가 캐는 것은 약초로 그녀의 필사적인 모습으로 병에 걸린 소중한 존재가 있을 것이라고 유카도 추측할 수 있었다.

약초의 역할은 병을 치유한 것이다. 그렇게 쓰인다면 그 약초에게 있어서도 본의일 것이고 작은 흡혈귀에게 감사까지 느끼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꽃이 꺾였다.”라는 것에 의한 유카의 분노는 가라앉았다.

동시에 정말 기특한 소녀라고 유카는 생각했다. 그녀가 이곳에 오는 것만으로도 큰 일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가족인가? 적어도 소중한 존재를 위해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고도 약초를 가지고 오는 행동에 유카는 감탄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죽이자고.

그녀에게 있어 이유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단지 태양의 밭에 들어왔다. 단지 그 뿐이지만, 그것만이 유카가 도르를 공격한 이유이다. 그렇게 결정했다면 이후는 간단하다. 항상 그렇듯 다정하게 말을 걸고 방심한 소녀를 양산으로 내리친다.

그것만으로 그 작은 흡혈귀는 고깃덩어리로 변할 것이다. 불쌍하게도, 이런 곳에 와 버렸으니까. 그녀의 소중한 존재는 슬퍼할 것이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정상이라면 형용하지 못할 결론에 다다른 유카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양산을 힘껏 내리쳤다. 재미없어. 매번 일어나는 단순한 작업. 그리고 다시 흑백의 세계로-

손에 전해지는 진동. 내리쳐진 양산은 아무리 봐도 힘없는 소녀에게 막혔다.

찰나, 유카는 환희로 가득 찼다. 소녀를 중심으로 색이 조금 돌아왔다. 자세히 보면 그녀는 옷과 다른 푸른 눈을 하고 있고, 그 청안은 놀라고 있었다. 손에 펼쳐진 하얀 벽같은 것이 양산을 막고 있단 것을 확인하고, 유카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다시 양산을 소녀에게 휘두른다. 막힌다. 다시 한 번. 또 다시 막힌다.

이게 진짠가! 유카는 마음 속으로 외쳤다. 목소리를 냈다면 성대가 부서질 만큼의 기쁨. 마침내 나타난 것이다. 자신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존재가.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어떻게 그런 벽을 만들었는지, 어떻게 그 소녀를 망가트릴 수 있을 것인지.

양산과 흡혈귀의 벽이 충돌할 때마다 색이 돌아온다. 선명하게, 선명하게, 선명하게, 유카의 세계를 물들인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왜 공격하지 않는지 의아했다. 이쪽을 탐색하고 있나, 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눈치 채고 말았다. 소녀는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유카의 세계는 급속도로 색을 잃었다. 다시 흑백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공격을 할 수 없다. 그것은 즉 자신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존재에 대체 무슨 가치가 있는가. 그만큼 전율할 만큼의 환희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이후는 간단했다. 유카는 공격받지 않는다. 결국 마지막에는 방어가 깨지고 그 몸에 마력을 쏟아내는 결말. 그런 하찮은 결말일 것이다.

유카는 실망했다. 그러나 그 상태에서도 몸은 마음대로 움직였다. 순간적으로 뒤로 뛰어오르니 지금까지 있던 장소에 바람이 격돌했다. 땅을 도려내는 바람의 덩어리. 날린 것은 흡혈귀 소녀가 아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저 작은 존재를 지키는 듯한 카라스 텐구가 서 있었다. 그것을 보고 유카는 한숨을 쉬었다. 유카는 오니를 물리친 적도 있다. 그 오니보다 약한 카라스 텐구는 유카에겐 어중이떠중이일 뿐이다.

단 하나를 제외하고, 유카에게 카라스 텐구란 나쁘게 말해 잡어 두 글자로 나타낼 수 있다. 눈 앞의 카라스 텐구라고 해도 이것은 같다.

카라스 텐구는 유카에게 말했다. 그러나 대화는 유카를 상대로는 가장 의미없는 것이다. 유카에게 있어 모든 대화의 결론은 어떻게 해도 상관없다.”이며, 이 시점에서 흡혈귀도 카라스 텐구도 죽일 것이라고 확정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야기를 듣고는 있었지만, 내용에는 관심이 없었다.

어떤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녀는 도르 스칼렛. 그녀에게 해를 가하면 요괴의 현자나 산의 사천왕, 영원의 공주 등 환상향의 이름난 대요괴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현자. 그 말을 유카는 놓치지 않았다. 아무리 태양의 밭에서 나오지 않는 유카라도 야쿠모 유카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싸울 생각도 했다. 그러나 유카리는 신출귀몰.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만약을 위해 말하지만, 유카는 특별히 유카리 개인과 싸우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지 유카리가 강하기 때문에 싸우고 싶은 것이다.

유카는 산의 사천왕이나 영원의 공주가 누구를 말하는 지는 몰랐다. 하지만 유카리와 같이 거론될 정도면 요괴의 현자와 동등한 힘을 가진 것은 틀림없다. 게다가 이름난 대요괴라는 단어가 유카의 마음을 흔들었다.

다시 한 번 유카의 세계에 색이 돌아온다. 이번에는 작은 흡혈귀의 주변 뿐만이 아니다. 세계가 색을 되찾았다. 그 세계에서 흡혈귀, 도르 스칼렛은 유카에게 빛나는 존재로 보였다.

그녀 하나를 죽이는 것으로 자신은 환상향의 강자들과 싸울 수 있다. 하나의 살해로 더없는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유카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짓고 있었다. 도르나 아야가 보면 광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미소. 그러나 유카는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시간 기다린 이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유카는 확신했다.

이 단계에서 도르는 유카에게 있어서 제물이 되었다. 도르를 죽일 이유는 강자들과 싸우고 즐기기 위해서가 되었다.

 

태양의 밭에서 도망친 요괴는 지금까지 몇 번은 되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유카는 쫓지 않았다. 시간낭비였기 때문이다. 잡어를 죽이려는 노력이 아깝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최선의 선택인 후퇴하는 것을 택한 도르와 카라스 텐구를 유카는 뒤쫓는다. 그냥 쫓아가지 않는다. 사냥하듯이 천천히 뒤쫓는다.

어디로 도망치든 유카는 도르를 죽이고, 강자들과 싸우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오산이 일어났다. 유카에게 있어서 매우 기쁜 오산이.

도르가 하쿠레이 신사로 간 것이다. 요괴 퇴치라고 하면 하쿠레이 신사. 틀린 판단은 아니다. 설마 도르를 쫓는 것 만으로 하쿠레이의 무녀와 싸울 수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유카는 과거에 두 번 하쿠레이의 무녀와 싸운 적이 있다. 결과는 나지 않았다. 퇴치하러 온 두 무녀는, 둘 다 유카에게 어느 정도의 상처를 주었지만 유카는 받은 것 이상의 데미지를 무녀에게 주었다. 하지만 완전히 결착이 난 적은 없다. , 유카에게 하쿠레이의 무녀는 그저 그런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런 상대와 싸울 기회를 주었다. 마음이 설레었다. 도르가 보석처럼 보였다. 쫓는 것만으로, 하쿠레이의 무녀가 나타나는 것이다. 만약 죽인다면 얼마나 강한 대요괴가 움직일까. 유카는 몹시 기뻤다.

도르와 카라스 텐구가 도움을 부르러 날아갔지만, 유카는 그것을 쫓아가는 멋없는 짓은 하지 않았다. 부르려 한다면 부르게 두면 된다. 그만큼 강자를 자신에게 데려온다. , 더 많이 불러와라. 유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쿠레이의 무녀와 싸울 때도 다음의 강자만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은 산의 사천왕일까? 아니면 영원의 공주님? 설마 요괴의 현자가 이렇게 빨리 나오지는 않겠지. 만약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지만.

무녀와의 싸움은 결론만 말하자면 그럭저럭 즐거웠다. 그녀의 공격은 예리하고 세련되어 있었다.

단지 인간이 이렇게 강해질 수 있을까 하고 감탄했다. 그녀의 사냥감은 오른손에 불제봉을, 왼손에는 부적을 들고 있었다. 살상능력이 없는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영력으로 코팅된 그것들은 위협이었다.

몇 번 스쳐지나간 적은 있지만 유카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기를 가진 상대의 대처법을 잘 알고 있다.

양산과 불제봉의 격돌. 이때 유카는 움직였다. 왼손을 뻗어 나무 막대기를 힘껏 잡는다. 과연 무녀도 경악한 얼굴을 띄고 있었다. 무녀의 영력에 싸인 불제봉을 만지는 것 자체가 요괴에게 격통을 주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유카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았다.

소리가 울려퍼졌다. 중간이 부러진 불제봉을 보며 유카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 끝이다.

그러나 무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거리를 두고 왼손의 부적을 공중에 던진다. 어떤 구조인지 다시 무녀의 손에 돌아올 즈음엔 칼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부적으로 만든 칼, 무녀는 그것을 양손으로 쥐었다.

과연, 자신을 이기기 위해 양손으로 최선을 다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유카는 미소지었다. 칭찬했다. 무녀의 사고를 칭찬했다. 무녀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유카는 더욱 부추겼다. 하쿠레이의 무녀라면 반드시 가진 정도의 능력. 아직 사용되지 않은 그 능력을 써라. 그렇게 선언했다.

과거의 두 무녀는 보여주었다. 한 사람은 중력을 조종해 유카에게 예상치 못한 공격을 쏟아냈고, 다른 한 사람은 유카의 공격을 더 강한 힘으로 맞받아쳤다. 그렇다면 이번 무녀는 무엇을 할까?

유카의 외침에 무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돌진. 힘찬 기합과 함께 무녀는 유카를 거냥해 몇 번이나 칼을 휘두른다. 하지만 부족하다. 카자미 유카를 상대로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찰나, 도약하여 체중을 실은 레이무의 참격이 처음으로 유카의 어깨에 들어갔다. 강력한 영력으로 벼려진 칼이라면 요괴의 몸을 일도양단할 수준이다. 단순한 요괴였다면. 무녀의 혼신의 일격은 유카에게 있어 사소한 것이었다. 칼날은 어깨에서 멈췄다.

무녀의 기술도 꽤나 즐거웠다. 그녀는 이 환상향에서 꽤나 실력자일 것이다. 체술이라면 인간 중 일이 등을 다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영역에서의 이야기이다. 아무리 세련되었어도, 얼마나 예리해도 유카에겐 통하지 않는다.

결과는 시시했다. 발을 잡으면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 그리고 무녀의 몸통을 양산이 관통했다. 거기서 튀어나온 요력의 급류가 피해를 키웠다.

폭발이라고밖에 형용할 수 없는 그 급류는 신사와 무녀의 주거지를 반파하고 무녀를 내동댕이쳤다. 너무나도 어이없는 결말이었다.

유감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무녀의 본 실력이 아닌 것은 유카는 잘 알 수 있었다. 본 실력인 것은 아마도 체술 뿐일 것이다.

영력도 그녀의 용기에 비해 너무 적다. 아마 최대 보유량의 절반도 없을 것이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정도의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과거의 두 무녀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여 유카과 격전을 벌였다.

만약 영력이 충분했다면 상당히 좋은 싸움을 했을지도 모른다. 정도의 능력을 사용했다면 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만약의 이야기이다. 결과는 카자미 유카의 압승이었다.

진심을 다한 그대와 싸우고 싶었는데, 그렇게 말한 유카는 자신의 세계에서 하쿠레이의 무녀를 지웠다.

평소같았으면 여기서 유카의 세계는 색을 잃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흑백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세계를 물들였다. 한 번 도망친 소녀가 시선의 끝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도망쳤던 소녀, 도르 스칼렛이 눈앞에 있는 모습은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눈을 부릅뜨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옆에도, 뒤에도 다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혼자 돌아온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실소가 터져나왔다.

도르는 이쪽을 경계하며 노려본다. 그것은 유카에게 선전포고. 자신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자만. 그것이 유카의 눈에는 매우 우습게 비쳤다.

얼마나 즐겁게 해줄까. 얼마나 만족스럽게 해줄까. 앞으로 소녀를 어떻게 죽일지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유카는 양산을 잡은 손에 다시 힘을 주었다.

 

플랑/도르 스칼렛 29화: 최악의 사태와 그녀의 자만

동방화영총

난이도 Extra

동행자 샤메이마루 아야

3. 최악의 사태와 그녀의 자만

 

 

 

 

 

도르는 약초의 옆까지 달려왔다. 그 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색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발소리조차 귀에 들리지 않았다.

?”

그런데 누군가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에 서 있던 것처럼 그녀는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작은 요괴 씨.”

상냥한 음색이 귀를 간질였다. 눈앞에선 짙은 녹색 머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녹색과 붉은 색의 체크무늬로 장식된 스커트와 상의는 왠지 봄의 느낌이 들었다. 만약 그 뿐이었다면 도르는 예쁜 언니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그 미소에 왠지 모를 위화감만 없었다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 제 친구가 감기에 걸려서, 약초를 찾으러, 멋대로 가져가서 죄송해요!”

얘기하는 도중 혹시 이 여성이 이 밭의 관리인인가 생각해 도르는 바로 사과했다.

별로 상관 없어. 그 아이도 약초로 쓰이는 걸 바랄거야.”

, 감사합니다

감사하는 한편으로, 도르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눈앞의 여성은 미소 짓고 있다. 그렇지만 그 미소가 어딘가 이상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별로 상관없어. 사과할 필요 없단다.”

!! 도르!!’

머릿속의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반응할 수 있던 것은 경험 때문일까. 양산을 버리고 반사적으로 팔을 머리 위로 들어 흰색 방패를 출현시킨다. 그만큼 플랑의 목소리는 크고 초조했다.

목숨으로 지불받을게.”

부드럽게 중얼거린 말 다음 바로 울린 굉음. 바위가 부딪힌 듯한 엄청난 소리에 귀를 막고 싶어지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다. 쉴틈없이 목소리가 머리에 울린다.

뒤로 날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뒤로 난다. 거리를 벌린 채 고개를 들자 비로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여성은 손에 들고 있던 양산을 풀 파워로 내리쳤던 것이다. 도르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서.

어머? 고작 뱀파이어 주제에 제법이네. 방금 걸 막다니.”

왜 공격받는지 알 수 없다. 약초를 뽑아서? 그게 죽을만큼 나쁜 행동인가?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왜 갑자기

여기 들어왔잖아. 그 뿐이야. 그러니까 제거한다.”

예기치 못한 대답에 도르는 전율했다.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는 여성이 도르를 조금씩 추격해온다.

두 명의 위로 펼쳐지는 구름은 거무스름하게 물들고 있었다.

 

뭔 일이 생겼네.”

지하의 술집. 유기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마음의 준비를 기다리던 이부키 스이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일어섰다. 가족에 관한 분신의 연락. 아무래도 도르의 몸에 무언가 한 듯하다. 사토리를 찾아가기 전 다른 일을 전해들은 스이카는 곧 더 높은 우선순위로 목표를 수정했다.

잠깐 나갔다 올게.”

유기에게 그 말을 한 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스이카는 날아올랐다. 어느새 그녀가 보이지 않게 되자, 유기는 미묘하게 중얼거렸다.

대체 뭘 하러 지저에 온 거냐. 정말이지

마음속으로 유기는 건투를 빌었다. 어디까지나 기도할 뿐 도와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만.

도르, 피하면서 도망쳐! 그렇게 빠르진 않아!’

도르는 전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었다. 여성의 공격은 모두 무겁고 날카롭다. 그것을 한 개의 방패로 계속 막고있지만,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도르에게 곧 한계가 올 것은 분명했다. 그 때 플랑에게서 그러한 말이 나왔다.

그녀의 제안으로 도르는 눈앞의 여성의 공격을 막는 것이 아닌 피하기로 했다. 이 여성의 발은 그렇게 빠르지 않다. 어쩌면 이대로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타이밍을 맞춰 여성의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도르는 도망치는 토끼처럼 빠르게 달려나갔다. 적어도 날아간다면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지금은 날씨도 흐리고 태양빛도 없다. 행동을 제한하는 것은 없으니 도망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을 때, 다리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

얼빠진 소리가 새어나왔다. 발 아래를 보면, 초목 넝쿨이 발목에 얽혀 날아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발목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들면 눈앞에는 양산을 든 여성.

어느새여기에?!’

막아 도르!!’

놀라는 것과 동시에, 플랑이 외친다. 순간적으로 방패를 확장하자 여성은 미소지었다. 지금까지의 상냥한 웃음과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영약한 미소를.

처음엔 피하거나 막는 게 상황을 지켜보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지? 너 말이야공격을 못하는구나. 그렇지?”

여성은 치켜든 양산을 힘차게 내리쳤다. 하지만 그 양산은 방패를 건들지 않고 허공을 갈랐다.

확실히 방어는 강한 것 같지만, 내 앞에선 통하지 않아.”

찰나, 양산이 도르의 방패를 아래에서 올려쳤다. 그 힘에 도르의 팔은 견디지 못하고 하늘을 향했다.

큰일났다고 생각했을 땐 이미 늦었다. 눈 앞에는 돌출된 끝에 빛이 모이고 있는 양산과 승리를 확신한 여성의 얼굴.

죽는다. 그렇게 생각한 도르와 플랑이었지만 다음 순간, 여성은 그 자리에서 갑자기 뒤로 도약했다. 곧바로 여성이 서있던 장소에 바람이 몰아친다. 땅은 도려지고 도르는 풍압으로 날아갔다.

이 곳이 꽃밭이었던 것이 다행일 것이다. 날아간 도르의 작은 몸은 쿠션같은 초목 위에 떨어져 땅을 굴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몰라 당황하지만,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한다. 자신을 지키듯이 누군가 내려왔다. 엎드린 자신의 눈 앞에 검은 날개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도르는 고개를 들었다.

아야 씨!”

예전에 알게 된 카라스텐구 샤메이마루 아야가 서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이 아니다. 가만히 무표정인 채 여성을 바라보고 있다.

도르, 여기서 움직이지 마.”

도르는 대답을 하고 아야 건너편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영악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조금 불편함이 느껴졌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방해하는 건데.”

여성의 말을 아야는 완전히 무시한다. 단지 도르가 어떤 존재인지 상대에게 경고한다.

귀찮은 건 질색이지만친구가 습격당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죠. 그리고, 그냥 가는 것이 좋아요. 당신이 지금 덮친 건 도르 스칼렛. 그녀에게 해를 가하면 요괴의 현자나 산의 사천왕, 영원의 공주 등 환상향의 이름난 대요괴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아야의 발언은 상대를 퇴각시키기에 충분한 위력을 갖고 있긴 했다. 야쿠모 유카리나 이부키 스이카, 그런 이름난 대요괴를 적으로 돌린다면 살아날 수 없다. 틀림없이 도르를 포기하고 돌아갈 것이라고 아야는 확신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야 자신도 환상향에서 상당한 실력자다. 유카리나 스이카 정도는 아니지만 꽤나 상당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름도 신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자신의 말이라면 효과는 크다.

아야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분명 요괴인 이상 아야를 알 수도 있고, 유카리나 스이카를 두려워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그래그러면 그 소녀를 괴롭히면 환상향의 강한 존재들과 싸울 수 있는 건가?”

진심으로 기쁜 듯이 웃는 눈 앞의 여성이 예외의 존재라는 것을.

여성이 짓는 유열의 미소에 아야는 전율했다. 이 요괴는 보통의 요괴와 다르다. 이야기로 물러나게 할 수는 없다.

확신한 아야는 도르에게 제안한다.

도르 씨, 일단 도망가죠. 하쿠레이 신사로 가는 겁니다.”

,

여성에게 들리지 않도록 아야는 하쿠레이 신사로 후퇴하는 것을 제안했다. 요괴를 퇴치하는 것은 하쿠레이의 무녀. 그것이 이 환상향의 절대적인 룰. 나머지 문제는 거기까지 도망칠 수 있는가.

하지만, 그 부분에 관해서는 자신이 있었다. 자신은 환상향에서도 최속. 따라잡힐 수 없다.

발길을 돌려 도르를 안는다. 날개에 힘을 주고 최대한의 전력으로 하늘로 날아오른다. 하쿠레이 신사까지의 길은 그렇게 멀지 않다. 빨리, 더 빨리.

바람같은 음속을 넘어 광속으로 날아간다. 그 찰나에, 아야는 뒤에서 기척을 느꼈다.

있을 수 없다. 자신은 환상향 최속. 절대 따라잡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것은 뭐지?

왜 이 여성은 자신의 뒤에? 같은 속도로?

어머? 이번엔 술래잡기야? 이런 건 오랜만이네.”

놀랐다. 아야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여성의 능력은 미지수지만, 매우 위험하다.

필사적인 도피, 아니 그 여성에게 있어서 놀이는 하쿠레이 신사에 가까스로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반쯤 낙하하는 기세로 하쿠레이 신사의 마당에 돌진한다. 굉음이 울리고 흙먼지가 흩날린다. 하지만 그 너머에서 아야는 확실하게 보았다.

갑작스런 사태에 놀란 하쿠레이의 무녀가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 뭐야?! 무슨 일이야?! 신사가?!?!”

레이무의 고함에서 아야는 자신의 뒤에 누군가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순간적으로 아야는 소리쳤다.

레이무 씨! 의뢰입니다! 저 요괴를 퇴치해 주세요!”

갑작스런 사태에 갈피를 못잡던 레이무지만, 과연 하쿠레이의 무녀라고 할까. “요괴라는 한 마디에 눈빛이 바뀌고 손에는 불제봉이 들려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요괴가 하쿠레이의 신사에 난입하다니-”

자살지원일까? 라고 말하려던 레이무의 입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순간 몸을 짓누른 정도로 강대한 요기가 신사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레이무를 압도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레이무가 느껴본 적 없을 정도의 요력. 그것을 의도적으로, 여유있는 표정으로 방출하는 여성은 단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유열의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은 채.

그래, 당신이 지금의 하쿠레이의 무녀구나?”

오한이 들 만큼 섬뜩한 미소. 진심도 아니고 비웃음도 아닌 심상찮은 웃음에 레이무는 조금이나마 있는 요괴 퇴치의 경험으로 느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누구인지 레이무는 단박에 이해했다.

그리고 자신 혼자서 어쩔 수 없는 극도로 위험한 상대임도 이해했다.

불제봉을 쥐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뺨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지만 무시했다. 도르, 아야 앞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전한다. 그것이 이 자리에서 레이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었다.

둘 중 누구라도 좋아. 지원을 불러와. 내가 여기서 버틸 테니까, 가능한 강한 놈으로. 도르의 언니나 유카리 급의 녀석으로

필사적으로, 자신의 동요를 눈앞의 요괴에게 들키지 않도록 도움을 청했다. 순간적으로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자존심을 생각했지만, 눈앞의 요괴가 생각을 고치게 해주었다.

저 녀석은 지금까지 본 어떤 요괴보다도 위험하다.

힘뿐이라면 유카리나 스이카가 더 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힘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레이무의 심상치 않은 모습에 아야는 상황이 아주 나쁘게 흘러가고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도르의 손을 잡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도르, 지금 당장 집으로 가서 스이카 님을 불러와. 나는 마을에서 조력자를 최대한 찾아볼게.”

이 시간대라면 마을에는 앨리스, 마리사가 있다. 운이 좋으면 감미처에 유유코와 유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가장 올 가능성이 높은 것은 스이카이다. 도르도 그것을 알고 있는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때의 두 명은 초조한 상태였다. 눈앞의 레이무조차 경계할 정도의 요괴가 나타난 것이다. 초조한 것도 어쩔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스이카는 용무로 나가서 지금 집에 없는 것을.

그 스이카는 지금 하쿠레이 신사로 오고 있지만, 그래도 도착하기엔 한참 먼 상태이다.

그때까지 얼만큼의 피해가 나올지, 이때의 도르는 아직 알지 못했던 것이다.

 

등 뒤에서 보석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나뭇가지 같은 날개는 분주히 움직이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고막을 두드렸다.

아야는 마을로, 도르는 집으로 지원을 부르기 위해 날았다. 이제 조금의 여유도 없다. 늦으면 레이무는 물론이고 다른 피해자까지 나올 수 있다.

도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실제로 그녀의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도르는 요력을 느끼지 못한다. 스이카가 유카리같은 대요괴 클래스여도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살기는 느낄 수 있다. 레밀리아에게서 처음 느낀 피부를 찌르는 듯한 통증. 그것을 아까도 느꼈다. 아야를 향하고 있음에도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숨이 막힐 듯 했다.

하지만 그 뿐만이라면 그 여성은 레밀리아 정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레밀리아도 꺾은 레이무가 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싫은 예감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두 번째였다. 도르의 안에는 요기를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있다. 도르에게 향하진 않았지만 플랑은 그 여자의 힘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절대 안돼그거랑 싸우는 건 절대 안돼!’

요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플랑은 조금 전부터 몇 번이고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유유코나 유카리, 스이카 등 여러 대요괴와 조우하여 그 요력의 크기에 플랑이 놀란 적은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강하게 경고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 무서운 강요가 지금까지의 어떤 요괴와도 다른 이질적인 존재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도르는 아직 미숙했다. 지금까지 유유코나 유카리, 스이카가 얽힌 이변의 해결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했다. 카구야와는 함께 이변을 해결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자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라면, 혹시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 한 구석에서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레이무의레이무의 힘이 약해지고 있어?’

플랑은 최대의 실수를 하고 말았다. 도르가 그런 환상을 가진 줄도 모르고 레이무의 위기를 말해버린 것이다.

순간적으로 도르는 목적지를 집에서 하쿠레이 신사로 변경하고 왔던 길을 전속력으로 되돌아갔다. 플랑이 깨달았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안돼! 안돼 도르! 제발 돌아가!’

내 힘이면 레이무를 지킬 수 있을거야! 괜찮아!”

근거는 전혀 없다. 도르의 방어능력은 그 여성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것은 꽃밭에서 이미 경험했다. 그럼에도 도르는 아무도 다치지 않는 최선의 결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 이변으로 도르는 자신이 얼마나 작고 무력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도르보다 빠르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아야가 마을을 발견하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곳에 간다면 지원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머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이 아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까의 요괴와 대치했을 때부터 통증이 계속되고 있다. 몸 상태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몸 상태는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야는 이 아픔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 광기의 유열의 미소를 떠올릴 때마다, 그 피부를 찌르는 살기를 느낄 때마다 머리가 아파왔다. 대체 무엇인가. 멈춰. 멈춰. 멈추라고.

그렇게 생각해도 전혀 멈추지 않는다.

오늘은, 액일이네요.”

꿈도 나쁘고, 만난 적도 최악이고, 이보다 최악이 있을까.”

그러나 나쁜 일이란 연속해서 찾아오는 법이다.

샤메이마루 아야는 입장 상으로는 일개 카라스텐구지만, 그 힘은 강력하다. 유카리나 스이카에겐 한참 못 미치지만 환상향에서 상위권에 드는 힘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환상향에서 특정 기운을 탐색하는 것은 그녀에겐 쉬운 일이다. 그리고 그 힘으로 아야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하쿠레이 레이무의 위기와 도르 스칼렛의 목적지 변경을.

첫 번째는 상정 범위 내였다. 아무리 하쿠레이의 무녀라도 그 요괴를 혼자서 상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녀는 도움을 청한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는 상상하지 못했다. 도르가 레이무를 걱정해 신사로 돌아갈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야는 잊고 있던 것이다.

저 바보가!”

순간적으로 아야는 행선지를 신사로 변경했다. 도르는 약하다. 그 요괴 앞에서는 말 그대로 무력하다. 자신이 가지 않으면 틀림없이 환상향에서 지워질 것이다.

이 때 아야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마을에 들러 앨리스나 마리사, 케이네에게라도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이후의 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안돼! 안된다니까!!’

머릿속의 플랑이 울부짖는 소리를 무시하고 도르는 하쿠레이 신사에 착지한다. 경내에 거의 돌진하듯이 착지해 고개를 든 순간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레이무의 집은 무너지고 신사는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그 더미에서 붉은 무녀복을 더욱 붉은 피로 물들인 레이무가 쓰러져 있었다.

레이무는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중상을 입고 있었다. 온몸에 타박상과 자상이 있고 출혈이 심했다. 오른발은 기괴하게 꺾여있고, 손에 든 불제봉도 중간에서 부러져 있었다. 옆구리에 일격을 당했는지 그을린 듯 검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레이무는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진심이 아니였구나. 아쉽네. 제대로 싸우고 싶었는데. , 그래도 결과는 똑같았겠지만.”

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그 요괴가 서 있었다. 레이무가 심하게 당한 것과 다르게 그녀는 상처조차 없는 상태였다.

조금 피로해 보이지만 아직 여유로운 상태였다. 레밀리아를 꺾은 레이무와 싸우고도 여유가 있다는 것을 도르는 믿을 수 없었다.

다시 돌아오다니 바보같구나. 자기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거야?”

그녀는 이쪽을 바라본 채 미소지었다. 공포가 도르를 압도했지만 어떻게든 떨쳐내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자신이라면 쓰러트릴 수 있다. 쓰러트릴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노려보는 도르를 그녀는 비웃었다.

마음대로 생각해. 아니 오히려 그렇게 생각해. 그만큼 그 믿음이 꺾였을 때의 쾌감이 늘어나니까. 똑똑히 알려줄게.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손에 든 양산을 휘두르자 튀기는 피가 땅을 적셨다. 그것만으로 그녀의 살기는 더욱 커져 도르의 몸을 찌른다. 그녀는 큰 소리로 고했다.

원한이 있는 건 아니야. 그냥 심심해서 그래. 그뿐이야. 이 카자미 유카의 오락을 위해서.”

유카. 그렇게 자칭한 요괴는 양산을 도르를 향한 채 선언했다.

환상향은 강자만 살아남는 세계야. 그러니까 죽여줄게. 작은 흡혈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