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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도르 스칼렛 30화: 괴물이 보는 세계
동방화영총
난이도 Extra
동행자 샤메이마루 아야
4. 괴물이 보는 세계
카자미 유카. 그녀가 태어난 것은 언제였는가? 그것은 그녀조차도 알지 못한다. 그만큼 긴 시간을 유카는 살아왔다.
태어난 곳이 환상향인지, 아니면 어느새 환상향으로 흘러들어온 건지조차 모른다. 카자미 유카에겐 어찌됐든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깨달았을 땐 유카는 이미 절대적인 강자였다. 다른 존재들은 갖지 못한 힘을 유카는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강력한 요력, 뛰어난 전투 기술 등 다양하지만 유카는 이를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수련한 적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수련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힘을 기를 것도 없이 전력으로 공격하면 적을 부술 수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유카가 한 것은 양산을 무기로 구한 것. 그것 외에는 꽃을 진심으로 사랑한 것. 정말 그 뿐이다.
천년, 아니 이천 년일까,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유카는 요괴를 닥치는대로 죽이고 다닌 적이 있다. 그 수는 수없이 많았지만 그 중 유카와 맞는 존재는 없었다. 어느 누구 하나도 유카를 멈출 수 없던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질려버린 것이다. 매일매일,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상대를 죽이는 단순한 반복에.
처음에는 싸움에 기쁨을 느꼈다. 목숨이 걸려있다고 생각하고, 지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긴장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착각이었다. 유카의 생명을 위협할 존재도, 즐겁게 해줄 존재도 없었다.
이윽고 그녀는 어느 장소에 주거를 마련했다. 싸움을 그만 둔 유카에게 남은 것은 꽃을 사랑하는 마음 뿐이었다.
다양한 꽃을 키우는 유카가 특히 좋아한 것은 해바라기였다. 그녀의 집 주변이 해바라기로 가득 차 태양의 밭이라는 이름을 얻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유카의 세계는 흑백이 되었다. 화려한 꽃을 제외하곤 그녀의 생활은 아무런 색을 갖지 않게 되었다.
싸움은 거의 없었다. 가끔 들어온 작은 요괴를 죽이는 정도였기에, 그런 하찮은 존재들은 곧 머리에서 지워졌다. 그녀의 세계는 유구한 시간동안 무색을 띄고 있었다.
그런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주황색과 금색을 찾아냈다. 처음에는 멀리서 관찰하고 있었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하던 일이다. 당장 죽이기에는 아깝다. 이곳에 온 이유를 알고나서 죽이는 것이 유카의 규칙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작은 흡혈귀 같았고, 땅에 무릎을 꿇고 꽃을 꺾으려 하는 참이었다. 흡혈귀 치고는 요력이 전혀 없었지만, 유카에게 그것은 상관없는 일이었다.
매우 큰 요력을 갖고 있다면 의식했을 지도 모르지만,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유카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꽃을 꺾는 행위는 유카에겐 극형을 받을 죄이다. 사랑하는 꽃을 꺾는 것으로 유카는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모든 꽃에 대해 그러는 것은 아니다.
잘 관찰해 보면 흡혈귀 소녀가 캐는 것은 약초로 그녀의 필사적인 모습으로 병에 걸린 소중한 존재가 있을 것이라고 유카도 추측할 수 있었다.
약초의 역할은 병을 치유한 것이다. 그렇게 쓰인다면 그 약초에게 있어서도 본의일 것이고 작은 흡혈귀에게 감사까지 느끼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꽃이 꺾였다.”라는 것에 의한 유카의 분노는 가라앉았다.
동시에 정말 기특한 소녀라고 유카는 생각했다. 그녀가 이곳에 오는 것만으로도 큰 일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가족인가? 적어도 소중한 존재를 위해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고도 약초를 가지고 오는 행동에 유카는 감탄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죽이자고.
그녀에게 있어 이유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단지 태양의 밭에 들어왔다. 단지 그 뿐이지만, 그것만이 유카가 도르를 공격한 이유이다. 그렇게 결정했다면 이후는 간단하다. 항상 그렇듯 다정하게 말을 걸고 방심한 소녀를 양산으로 내리친다.
그것만으로 그 작은 흡혈귀는 고깃덩어리로 변할 것이다. 불쌍하게도, 이런 곳에 와 버렸으니까. 그녀의 소중한 존재는 슬퍼할 것이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정상이라면 형용하지 못할 결론에 다다른 유카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양산을 힘껏 내리쳤다. 재미없어. 매번 일어나는 단순한 작업. 그리고 다시 흑백의 세계로-
손에 전해지는 진동. 내리쳐진 양산은 아무리 봐도 힘없는 소녀에게 막혔다.
찰나, 유카는 환희로 가득 찼다. 소녀를 중심으로 색이 조금 돌아왔다. 자세히 보면 그녀는 옷과 다른 푸른 눈을 하고 있고, 그 청안은 놀라고 있었다. 손에 펼쳐진 하얀 벽같은 것이 양산을 막고 있단 것을 확인하고, 유카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다시 양산을 소녀에게 휘두른다. 막힌다. 다시 한 번. 또 다시 막힌다.
이게 진짠가! 유카는 마음 속으로 외쳤다. 목소리를 냈다면 성대가 부서질 만큼의 기쁨. 마침내 나타난 것이다. 자신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존재가.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어떻게 그런 벽을 만들었는지, 어떻게 그 소녀를 망가트릴 수 있을 것인지.
양산과 흡혈귀의 벽이 충돌할 때마다 색이 돌아온다. 선명하게, 선명하게, 선명하게, 유카의 세계를 물들인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왜 공격하지 않는지 의아했다. 이쪽을 탐색하고 있나, 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눈치 채고 말았다. 소녀는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유카의 세계는 급속도로 색을 잃었다. 다시 흑백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공격을 할 수 없다. 그것은 즉 자신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존재에 대체 무슨 가치가 있는가. 그만큼 전율할 만큼의 환희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이후는 간단했다. 유카는 공격받지 않는다. 결국 마지막에는 방어가 깨지고 그 몸에 마력을 쏟아내는 결말. 그런 하찮은 결말일 것이다.
유카는 실망했다. 그러나 그 상태에서도 몸은 마음대로 움직였다. 순간적으로 뒤로 뛰어오르니 지금까지 있던 장소에 바람이 격돌했다. 땅을 도려내는 바람의 덩어리. 날린 것은 흡혈귀 소녀가 아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저 작은 존재를 지키는 듯한 카라스 텐구가 서 있었다. 그것을 보고 유카는 한숨을 쉬었다. 유카는 오니를 물리친 적도 있다. 그 오니보다 약한 카라스 텐구는 유카에겐 어중이떠중이일 뿐이다.
단 하나를 제외하고, 유카에게 카라스 텐구란 나쁘게 말해 잡어 두 글자로 나타낼 수 있다. 눈 앞의 카라스 텐구라고 해도 이것은 같다.
카라스 텐구는 유카에게 말했다. 그러나 대화는 유카를 상대로는 가장 의미없는 것이다. 유카에게 있어 모든 대화의 결론은 “어떻게 해도 상관없다.”이며, 이 시점에서 흡혈귀도 카라스 텐구도 죽일 것이라고 확정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야기를 듣고는 있었지만, 내용에는 관심이 없었다.
어떤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녀는 도르 스칼렛. 그녀에게 해를 가하면 요괴의 현자나 산의 사천왕, 영원의 공주 등 환상향의 이름난 대요괴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현자. 그 말을 유카는 놓치지 않았다. 아무리 태양의 밭에서 나오지 않는 유카라도 야쿠모 유카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싸울 생각도 했다. 그러나 유카리는 신출귀몰.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만약을 위해 말하지만, 유카는 특별히 유카리 개인과 싸우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지 유카리가 강하기 때문에 싸우고 싶은 것이다.
유카는 산의 사천왕이나 영원의 공주가 누구를 말하는 지는 몰랐다. 하지만 유카리와 같이 거론될 정도면 요괴의 현자와 동등한 힘을 가진 것은 틀림없다. 게다가 “이름난 대요괴”라는 단어가 유카의 마음을 흔들었다.
다시 한 번 유카의 세계에 색이 돌아온다. 이번에는 작은 흡혈귀의 주변 뿐만이 아니다. 세계가 색을 되찾았다. 그 세계에서 흡혈귀, 도르 스칼렛은 유카에게 빛나는 존재로 보였다.
그녀 하나를 죽이는 것으로 자신은 환상향의 강자들과 싸울 수 있다. 하나의 살해로 더없는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유카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짓고 있었다. 도르나 아야가 보면 광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미소. 그러나 유카는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시간 기다린 이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유카는 확신했다.
이 단계에서 도르는 유카에게 있어서 제물이 되었다. 도르를 죽일 이유는 “강자들과 싸우고 즐기기 위해서”가 되었다.
태양의 밭에서 도망친 요괴는 지금까지 몇 번은 되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유카는 쫓지 않았다. 시간낭비였기 때문이다. 잡어를 죽이려는 노력이 아깝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최선의 선택인 후퇴하는 것을 택한 도르와 카라스 텐구를 유카는 뒤쫓는다. 그냥 쫓아가지 않는다. 사냥하듯이 천천히 뒤쫓는다.
어디로 도망치든 유카는 도르를 죽이고, 강자들과 싸우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오산이 일어났다. 유카에게 있어서 매우 기쁜 오산이.
도르가 하쿠레이 신사로 간 것이다. 요괴 퇴치라고 하면 하쿠레이 신사. 틀린 판단은 아니다. 설마 도르를 쫓는 것 만으로 하쿠레이의 무녀와 싸울 수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유카는 과거에 두 번 하쿠레이의 무녀와 싸운 적이 있다. 결과는 나지 않았다. 퇴치하러 온 두 무녀는, 둘 다 유카에게 어느 정도의 상처를 주었지만 유카는 받은 것 이상의 데미지를 무녀에게 주었다. 하지만 완전히 결착이 난 적은 없다. 즉, 유카에게 하쿠레이의 무녀는 그저 그런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런 상대와 싸울 기회를 주었다. 마음이 설레었다. 도르가 보석처럼 보였다. 쫓는 것만으로, 하쿠레이의 무녀가 나타나는 것이다. 만약 죽인다면 얼마나 강한 대요괴가 움직일까. 유카는 몹시 기뻤다.
도르와 카라스 텐구가 도움을 부르러 날아갔지만, 유카는 그것을 쫓아가는 멋없는 짓은 하지 않았다. 부르려 한다면 부르게 두면 된다. 그만큼 강자를 자신에게 데려온다. 더, 더 많이 불러와라. 유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쿠레이의 무녀와 싸울 때도 다음의 강자만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은 산의 사천왕일까? 아니면 영원의 공주님? 설마 요괴의 현자가 이렇게 빨리 나오지는 않겠지. 만약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지만.
무녀와의 싸움은 결론만 말하자면 그럭저럭 즐거웠다. 그녀의 공격은 예리하고 세련되어 있었다.
단지 인간이 이렇게 강해질 수 있을까 하고 감탄했다. 그녀의 사냥감은 오른손에 불제봉을, 왼손에는 부적을 들고 있었다. 살상능력이 없는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영력으로 코팅된 그것들은 위협이었다.
몇 번 스쳐지나간 적은 있지만 유카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기를 가진 상대의 대처법을 잘 알고 있다.
양산과 불제봉의 격돌. 이때 유카는 움직였다. 왼손을 뻗어 나무 막대기를 힘껏 잡는다. 과연 무녀도 경악한 얼굴을 띄고 있었다. 무녀의 영력에 싸인 불제봉을 만지는 것 자체가 요괴에게 격통을 주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유카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았다.
소리가 울려퍼졌다. 중간이 부러진 불제봉을 보며 유카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자, 끝이다.
그러나 무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거리를 두고 왼손의 부적을 공중에 던진다. 어떤 구조인지 다시 무녀의 손에 돌아올 즈음엔 칼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부적으로 만든 칼, 무녀는 그것을 양손으로 쥐었다.
과연, 자신을 이기기 위해 양손으로 최선을 다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유카는 미소지었다. 칭찬했다. 무녀의 사고를 칭찬했다. 무녀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유카는 더욱 부추겼다. 하쿠레이의 무녀라면 반드시 가진 정도의 능력. 아직 사용되지 않은 그 능력을 써라. 그렇게 선언했다.
과거의 두 무녀는 보여주었다. 한 사람은 중력을 조종해 유카에게 예상치 못한 공격을 쏟아냈고, 다른 한 사람은 유카의 공격을 더 강한 힘으로 맞받아쳤다. 그렇다면 이번 무녀는 무엇을 할까?
유카의 외침에 무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돌진. 힘찬 기합과 함께 무녀는 유카를 거냥해 몇 번이나 칼을 휘두른다. 하지만 부족하다. 카자미 유카를 상대로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찰나, 도약하여 체중을 실은 레이무의 참격이 처음으로 유카의 어깨에 들어갔다. 강력한 영력으로 벼려진 칼이라면 요괴의 몸을 일도양단할 수준이다. 단순한 요괴였다면. 무녀의 혼신의 일격은 유카에게 있어 사소한 것이었다. 칼날은 어깨에서 멈췄다.
무녀의 기술도 꽤나 즐거웠다. 그녀는 이 환상향에서 꽤나 실력자일 것이다. 체술이라면 인간 중 일이 등을 다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영역에서의 이야기이다. 아무리 세련되었어도, 얼마나 예리해도 유카에겐 통하지 않는다.
결과는 시시했다. 발을 잡으면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 그리고 무녀의 몸통을 양산이 관통했다. 거기서 튀어나온 요력의 급류가 피해를 키웠다.
폭발이라고밖에 형용할 수 없는 그 급류는 신사와 무녀의 주거지를 반파하고 무녀를 내동댕이쳤다. 너무나도 어이없는 결말이었다.
유감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무녀의 본 실력이 아닌 것은 유카는 잘 알 수 있었다. 본 실력인 것은 아마도 체술 뿐일 것이다.
영력도 그녀의 용기에 비해 너무 적다. 아마 최대 보유량의 절반도 없을 것이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정도의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과거의 두 무녀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여 유카과 격전을 벌였다.
만약 영력이 충분했다면 상당히 좋은 싸움을 했을지도 모른다. 정도의 능력을 사용했다면 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만약의 이야기이다. 결과는 카자미 유카의 압승이었다.
진심을 다한 그대와 싸우고 싶었는데, 그렇게 말한 유카는 자신의 세계에서 하쿠레이의 무녀를 지웠다.
평소같았으면 여기서 유카의 세계는 색을 잃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흑백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세계를 물들였다. 한 번 도망친 소녀가 시선의 끝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도망쳤던 소녀, 도르 스칼렛이 눈앞에 있는 모습은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눈을 부릅뜨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옆에도, 뒤에도 다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혼자 돌아온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실소가 터져나왔다.
도르는 이쪽을 경계하며 노려본다. 그것은 유카에게 선전포고. 자신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자만. 그것이 유카의 눈에는 매우 우습게 비쳤다.
얼마나 즐겁게 해줄까. 얼마나 만족스럽게 해줄까. 앞으로 소녀를 어떻게 죽일지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유카는 양산을 잡은 손에 다시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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