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도르 스칼렛 31화: 그녀가 잊은 것은

동방화영총

난이도 Extra

동행자 샤메이마루 아야

5. 그녀가 잊은 것은

 

 

 

 

 

무섭다. 두렵다. 가시로 찌르는 듯한 살기를 견디며, 도르는 힘겹게 앞으로 향한다. 자신이 해야 한다. 자신이 쓰러트려야 한다. 그렇게 강하게 다짐한다.

플랑의 말을 무시하고 돌아온 것은 이미 후회하고 있다. 그래도 돌아오지 않았으면 더 후회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틀리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도르는 눈앞에 벽을 전개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막는 것. 유카의 공격을 모두 막는다.

그렇게 다짐했을 때 바람이 불었다. 정신을 차리면 눈앞에 검은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왜 안도망간거야 바보!”

갑작스런 고함에 도르는 몸을 떨었다. 올려다보면 아야가 입술을 깨물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도르와 아야는 거의 동시에 하쿠레이 신사를 뛰쳐나왔다. 아야가 도르의 행동을 깨닫고 바로 달려온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도르는 든든함을 느꼈다.

하지만 아야의 머리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깨닫는다.

의지했던 하쿠레이의 무녀는 전투불능. 그럼에도 저 요괴는 거의 상처가 없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구원은 더 이상 바랄 수 없다. 결국 자신도 도르도 아무도 이 비상사태를 알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쓰러트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떻게? 레이무조차 패배했고, 어떻게 싸울지조차 모른다.

오로지 생각만 하고 전혀 싸울 기미를 보이지 않는 아야를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켜줄래? 솔직히 카라스 텐구는 아주 예전에 사냥한 적이 있었지. 내 상대가 되지 않아.”

유카의 아무렇지 않은 한 마디. 그 중에는 거짓이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그 말은 아야의 생각을 멈추게 하는 데 충분했다.

카라스 텐구를사냥해?”

순간 두통이 찾아왔다. 강렬한 두통에 비명을 지를 뻔 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일그러진 시야의 끝에서 유카는 이런이런, 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카라스 텐구는 상대가 되지 않아. 괜히 목숨을 버리려 하지 말고, 물러나.”

유카의 말에 눈앞에 빛이 아른거린다. 카라스 텐구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카라스 텐구를 사냥했다. 무언가,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다음 유카의 말에, 그녀는 모든 것을 떠올렸다. 유카로써는 방금 생각난, 무심코 한 말이었지만.

그러고보니오래전에 카라스 텐구와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진 카라스 텐구가 있었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을 하는 단검을 쓰는 여자였지.”

그 말에 아야의 두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눈앞을 아른거리던 빛이 사라졌다.

그래, 기억났다. 귀부인같은 나막신을 신고 있었지. 그런 놀랐어. 달리는데도 소리가 전혀 안났으니까. 이상했지.”

대신 아야의 머리는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고 있었다.

공격도 날카로웠지. 단검이라서 그런지 빠르고, 그런데도 가볍지는 않았어. 좋은 승부였지. 우연히 거기 있던건가? 그 마을의 주민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는데.”

천천히 고개를 든다. 옛날을 회상하며 미소짓는 유카의 표정이, 먼 옛날 기억의 괴물과 겹쳐졌다. 고향을 불바다로 만들고 소중한 존재를 죽인 그 증오스러운 괴물과.

죽이기 전에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어.”

이름을, 아야는 알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텐리 아야. 예전에 요괴의 산의 간부였던 대텐구 중 한 명.

단검을 이용한 무서운 스피드와 기술을 가진 텐구라는 종족을 뛰어넘을 정도의 능력자, 그리고 자신을 키우고 아야라는 이름을 준 어머니같은 상냥한 텐구.

그러고보니, 그 마을에 홀로 카라스 텐구 아이가 있었지. 관심이 없어서 놓쳤지만, 아직도 살아있으면 지금 너 정도겠네.”

이름을, 아야는 알고 있다. 그 싫을만큼 겁이 많고 적에게 자비를 받아야 할만큼 작은 존재를 안다. 그녀의 이름은 샤메이마루 아야.

양어머니 텐리로부터 이름을 받았으나 그녀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고, 그녀를 죽인 괴물의 모습을 잊을 만큼 어리석은 요괴. 지금도 남의 도움으로 괴물을, 아니 카자미 유카를 퇴치하려는 사람.

바람이 멎었다.

카자미유카

뭐야? 드디어 비켜줄 생각이 든거야?”

유유히 이야기하는 유카의 말을 끊고, 아야는 유카의 이름을 불렀다. 그 죽이고픈 괴물의 이름을 곱씹으며 말했다.“

이에 대해 유카는 드디어 눈앞의 카라스 텐구가 변심한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실제로 보통의 카라스 텐구라면 이미 항복했을 것이다. 보통의 카라스 텐구라면.

그날 단지 무력했던 자신을 저주하며 간신히 도망친 그녀는,

모든 싫은 기억들을 잊고 적의 모습조차 잊은 그녀는,

그리고 모든 것을 떠올린 그녀는,

방금 모든 것을 버렸다. 도르를 지키는 것도, 도움을 부르는 것도 포기했다.

분노의 불길을 눈동자에 담고, 피가 날 만큼 입술을 깨물고 뼈에서 소리가 날 만큼 주먹을 꽉 쥔 모습에서 증오의 마음이 가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점화된 불의 이름은 복수. 모든 것을 뒤덮을 만큼 크고 모든 것을 태워버릴 만큼 뜨겁고, 자신조차 태워 죽일만큼 깊은 업화.

너만은절대 용서하지 않아. 어머니를 죽인 것, 마을을 폐허로 만든 것, 그리고 나를 놓친 것, 전부 후회하게 해준다!”

바람이 휘몰아친다.

세로로, 가로로, 종횡무진 휘몰아치는 바람은 도르와 유카를 덮친다.

그 거친 바람 속에서 유카는 깨달았다.

그때 놓친 아이가 누구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훌륭해! 멋져! 그때의 나를 칭찬해 주고 싶어!”

과거의 자신에게 칭찬을 보내며 유카는 소리없이 웃는다. 옛날의 자신이, 지금의 이 요괴를 만들어낸 것이다.

최고! 최고야 도르 스칼렛! 너는 항상 내 기대 이상으로 만족시켜 주는구나! 너를 죽이면 얼마나

닥쳐어어어!!!”

이제 일 초라도 지체하지 못한다.

유카의 소리를 끊고, 오른손에 부채를 들고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력으로 유카를 겨냥해 신체를 돌진시킨다.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토네이토와 같은 일격. 그것을 우산으로 받아들인 유카의 여유로운 얼굴이, 처음으로 얼었다.

!”

유카는 오랜만에 혀를 찼다. 유산을 힘껏 잡고 아야의 공격을 막는다. 그러자 쉴틈없이 다음 공격이 날아온다. 단지 전신전력으로 돌진해올 뿐이지만 아야는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예상 밖의 공격에 유카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 카라스 텐구, 강하다.

분노에 몸을 맡기는 데에 비해 머리는 생각보다 냉정한 것 같다. 순간적으로 방출한 유카의 일격을 아야는 정확히 피한다. 유카는 미소를 지었다.

좋아! 좋아! ! 이름이 뭐지! 넌 한낱 카라스 텐구가 아니구나! 너만의 힘을 가진, 단 하나의 존재다!”

기억해라 유카! 내 이름은 샤메이마루 아야! 널 죽일 녀석의 이름이다!”

샤메이마루 아야, 샤메이마루 아야! 굉장히 좋은 울림이야! 자랑스러워해라 샤메이마루! 내가 인정하지. 너는 강하다! 샤메이마루 아야라는 이름의 강자!”

웃기지 마!”

비록 이 몸을 불사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죽인다. 그렇게 자신에게 맹세하고, 아야는 전력의 공격을 계속한다. 그것은 너무나도 무겁고, 날카롭고, 모든 면에서 유카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야는 정신이 없었다.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투의 범위 내에서였다. 그래서 그녀는 알아채지 못했다. 압도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유카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처음에는 위화감. 자신의 공격을 막는 유카의 우산의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확신으로 바뀐다. 곧바로 아야의 공격은 유카에게 통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공격은 막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든 막고 있었다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녀는 마치 아야의 공격이 보이는 것처럼 정확하게 우산으로 방어하고 있다. 처음에는 의심했다.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윽고 확신했다.

카자미 유카는 싸우면서 진화하고 있다고.

동시에 경악했다. 이 정도의 괴물이, 아직도 진화하느냐고.

그리고 그 방심이 독이 되었다. 유카에게 있어서 그것은 마치 사냥당할 것을 기다리는 먹이. 한 손을 적당히 휘둘러, 유카는 아야의 발을 붙잡았다.

어머, 적당히 해도 괜찮아?”

마음속으로 의외라는 목소리를 내면서, 유카는 미소짓는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아야는 아차싶은 표정을 지었다. 아야의 눈앞에는 이미 방출 직전의 빛나는 마력의 덩어리.

잡았다

광기의 미소를 띄며, 둔색으로 빛나는 마력의 격류는 구조 자체는 마리사가 사용하는 마스터 스파크와 같다. 차이가 있다면 마리사의 마스터 스파크는 부스터를 매개로 하지만, 유카의 경우는 순수하게 요력 자체를 적에게 부딪힌다. 즉 유카는 마리사가 하는 것을 부스터 없이 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그녀가 가진 요력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차이점. 마리사의 마스터 스파크는 반짝이는 무지개빛이지만, 유카의 것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둔색을 띄고 있다. 그것은 곧 절망의 색. 적을 삼킨 이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직선적인 단순한 공격이지만, 범위는 광대하다. 그것을 발목이 잡힌 채 맞으면 아야라도 어쩔 수 없다. 방어조차 통하지 않고 그녀는 삼켜진다.

그대로 다리를 잡고 있으면 손이 같이 말려들기 때문에 유카는 닿기 직전에 손을 놓았다.

우산에서 방출되어 아야를 삼킨 죽음의 광선은 그녀를 하늘 높이까지 끌어올린다. 그 몸을 깊은 곳까지 태우며 피해를 주는 광선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공중에 던져진 아야는 그대로 중력에 의해 지상으로 떨어졌다. 굉음을 내고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아야는 땅바닥에 격돌한다.

그 광경의 도르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비명이 들리자 유카의 마음은 떨리고 있었다. 시선을 돌리면 무력한 흡혈귀 소녀는 울상을 지으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 다음의 사냥, 아니 실전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몸이 도르를 향했을 때, 배후에 기척이 느껴졌다. 유카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있을 수 없어.

되돌아보고 잔해를 확인한다. 움직임은 일절 없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확실히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잔해가 날아갔다. 사방팔방 흩어진 잔해물을 산산히 부셔져 형체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잔해가 있던 자리에는 부채를 하늘로 가르킨 카라스 텐구. 그 마음은 아직 꺾이지 않고, 넘치는 요기는 대요괴 급이다. 몸은 너덜너덜해서 멀리서 봐도 전투를 계속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유카는 확신한다. 그 카라스 텐구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 날 더 즐겁게 해줘.

그래! 샤메이마루 아야! 이 정도로 끝날 리가 없지! 사냥감을 사냥하듯이, 와봐! 분노, 증오, 격분, 집념, 원망, 그 모든 것을 쏟아내 봐 샤메이마루 아야!”

그 말에 아야는 대답한다. 말이 아니라 감정이다.

으아아아아아!!!”

미친듯한 포효와 함께 모든 요력을 해방하는 아야.

그 모습을 카자미 유카는 일그러진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