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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도르 스칼렛 29화: 최악의 사태와 그녀의 자만
동방화영총
난이도 Extra
동행자 샤메이마루 아야
3. 최악의 사태와 그녀의 자만
도르는 약초의 옆까지 달려왔다. 그 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색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발소리조차 귀에 들리지 않았다.
“어?”
그런데 누군가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에 서 있던 것처럼 그녀는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작은 요괴 씨.”
상냥한 음색이 귀를 간질였다. 눈앞에선 짙은 녹색 머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녹색과 붉은 색의 체크무늬로 장식된 스커트와 상의는 왠지 봄의 느낌이 들었다. 만약 그 뿐이었다면 도르는 예쁜 언니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그 미소에 왠지 모를 위화감만 없었다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아, 제 친구가 감기에 걸려서, 약초를 찾으러… 아, 멋대로 가져가서 죄송해요!”
얘기하는 도중 혹시 이 여성이 이 밭의 관리인인가 생각해 도르는 바로 사과했다.
“별로 상관 없어. 그 아이도 약초로 쓰이는 걸 바랄거야.”
“아, 감사합니다…”
감사하는 한편으로, 도르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눈앞의 여성은 미소 짓고 있다. 그렇지만 그 미소가 어딘가 이상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 별로 상관없어. 사과할 필요 없단다.”
‘위!! 도르!!’
머릿속의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반응할 수 있던 것은 경험 때문일까. 양산을 버리고 반사적으로 팔을 머리 위로 들어 흰색 방패를 출현시킨다. 그만큼 플랑의 목소리는 크고 초조했다.
“목숨으로 지불받을게.”
부드럽게 중얼거린 말 다음 바로 울린 굉음. 바위가 부딪힌 듯한 엄청난 소리에 귀를 막고 싶어지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다. 쉴틈없이 목소리가 머리에 울린다.
‘뒤로 날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뒤로 난다. 거리를 벌린 채 고개를 들자 비로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여성은 손에 들고 있던 양산을 풀 파워로 내리쳤던 것이다. 도르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서.
“어머? 고작 뱀파이어 주제에 제법이네. 방금 걸 막다니.”
왜 공격받는지 알 수 없다. 약초를 뽑아서? 그게 죽을만큼 나쁜 행동인가?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왜 갑자기…”
“여기 들어왔잖아. 그 뿐이야. 그러니까 제거한다.”
예기치 못한 대답에 도르는 전율했다.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는 여성이 도르를 조금씩 추격해온다.
두 명의 위로 펼쳐지는 구름은 거무스름하게 물들고 있었다.
“…뭔 일이 생겼네.”
지하의 술집. 유기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마음의 준비를 기다리던 이부키 스이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일어섰다. 가족에 관한 분신의 연락. 아무래도 도르의 몸에 무언가 한 듯하다. 사토리를 찾아가기 전 다른 일을 전해들은 스이카는 곧 더 높은 우선순위로 목표를 수정했다.
“잠깐 나갔다 올게.”
유기에게 그 말을 한 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스이카는 날아올랐다. 어느새 그녀가 보이지 않게 되자, 유기는 미묘하게 중얼거렸다.
“대체 뭘 하러 지저에 온 거냐. 정말이지…”
마음속으로 유기는 건투를 빌었다. 어디까지나 기도할 뿐 도와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만.
‘도르, 피하면서 도망쳐! 그렇게 빠르진 않아!’
도르는 전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었다. 여성의 공격은 모두 무겁고 날카롭다. 그것을 한 개의 방패로 계속 막고있지만,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도르에게 곧 한계가 올 것은 분명했다. 그 때 플랑에게서 그러한 말이 나왔다.
그녀의 제안으로 도르는 눈앞의 여성의 공격을 막는 것이 아닌 피하기로 했다. 이 여성의 발은 그렇게 빠르지 않다. 어쩌면 이대로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타이밍을 맞춰 여성의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도르는 도망치는 토끼처럼 빠르게 달려나갔다. 적어도 날아간다면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지금은 날씨도 흐리고 태양빛도 없다. 행동을 제한하는 것은 없으니 도망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을 때, 다리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어?”
얼빠진 소리가 새어나왔다. 발 아래를 보면, 초목 넝쿨이 발목에 얽혀 날아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발목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들면 눈앞에는 양산을 든 여성.
‘어느새… 여기에?!’
‘막아 도르!!’
놀라는 것과 동시에, 플랑이 외친다. 순간적으로 방패를 확장하자 여성은 미소지었다. 지금까지의 상냥한 웃음과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영약한 미소를.
“처음엔 피하거나 막는 게 상황을 지켜보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지? 너 말이야… 공격을 못하는구나. 그렇지?”
여성은 치켜든 양산을 힘차게 내리쳤다. 하지만 그 양산은 방패를 건들지 않고 허공을 갈랐다.
“확실히 방어는 강한 것 같지만, 내 앞에선 통하지 않아.”
찰나, 양산이 도르의 방패를 아래에서 올려쳤다. 그 힘에 도르의 팔은 견디지 못하고 하늘을 향했다.
큰일났다고 생각했을 땐 이미 늦었다. 눈 앞에는 돌출된 끝에 빛이 모이고 있는 양산과 승리를 확신한 여성의 얼굴.
죽는다. 그렇게 생각한 도르와 플랑이었지만 다음 순간, 여성은 그 자리에서 갑자기 뒤로 도약했다. 곧바로 여성이 서있던 장소에 바람이 몰아친다. 땅은 도려지고 도르는 풍압으로 날아갔다.
이 곳이 꽃밭이었던 것이 다행일 것이다. 날아간 도르의 작은 몸은 쿠션같은 초목 위에 떨어져 땅을 굴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몰라 당황하지만,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한다. 자신을 지키듯이 누군가 내려왔다. 엎드린 자신의 눈 앞에 검은 날개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도르는 고개를 들었다.
“아야 씨!”
예전에 알게 된 카라스텐구 샤메이마루 아야가 서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이 아니다. 가만히 무표정인 채 여성을 바라보고 있다.
“도르, 여기서 움직이지 마.”
도르는 대답을 하고 아야 건너편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영악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조금 불편함이 느껴졌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방해하는 건데.”
여성의 말을 아야는 완전히 무시한다. 단지 도르가 어떤 존재인지 상대에게 경고한다.
“귀찮은 건 질색이지만… 친구가 습격당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죠. 그리고, 그냥 가는 것이 좋아요. 당신이 지금 덮친 건 도르 스칼렛. 그녀에게 해를 가하면 요괴의 현자나 산의 사천왕, 영원의 공주 등 환상향의 이름난 대요괴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아야의 발언은 상대를 퇴각시키기에 충분한 위력을 갖고 있긴 했다. 야쿠모 유카리나 이부키 스이카, 그런 이름난 대요괴를 적으로 돌린다면 살아날 수 없다. 틀림없이 도르를 포기하고 돌아갈 것이라고 아야는 확신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야 자신도 환상향에서 상당한 실력자다. 유카리나 스이카 정도는 아니지만 꽤나 상당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름도 신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자신의 말이라면 효과는 크다.
아야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분명 요괴인 이상 아야를 알 수도 있고, 유카리나 스이카를 두려워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그래… 그러면 그 소녀를 괴롭히면 환상향의 강한 존재들과 싸울 수 있는 건가?”
진심으로 기쁜 듯이 웃는 눈 앞의 여성이 예외의 존재라는 것을.
여성이 짓는 유열의 미소에 아야는 전율했다. 이 요괴는 보통의 요괴와 다르다. 이야기로 물러나게 할 수는 없다.
확신한 아야는 도르에게 제안한다.
“도르 씨, 일단 도망가죠. 하쿠레이 신사로 가는 겁니다.”
“으, 응…”
여성에게 들리지 않도록 아야는 하쿠레이 신사로 후퇴하는 것을 제안했다. 요괴를 퇴치하는 것은 하쿠레이의 무녀. 그것이 이 환상향의 절대적인 룰. 나머지 문제는 거기까지 도망칠 수 있는가.
하지만, 그 부분에 관해서는 자신이 있었다. 자신은 환상향에서도 최속. 따라잡힐 수 없다.
발길을 돌려 도르를 안는다. 날개에 힘을 주고 최대한의 전력으로 하늘로 날아오른다. 하쿠레이 신사까지의 길은 그렇게 멀지 않다. 빨리, 더 빨리.
바람같은 음속을 넘어 광속으로 날아간다. 그 찰나에, 아야는 뒤에서 기척을 느꼈다.
있을 수 없다. 자신은 환상향 최속. 절대 따라잡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것은 뭐지?
왜 이 여성은 자신의 뒤에? 같은 속도로?
“어머? 이번엔 술래잡기야? 이런 건 오랜만이네.”
놀랐다. 아야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여성의 능력은 미지수지만, 매우 위험하다.
필사적인 도피, 아니 그 여성에게 있어서 놀이는 하쿠레이 신사에 가까스로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반쯤 낙하하는 기세로 하쿠레이 신사의 마당에 돌진한다. 굉음이 울리고 흙먼지가 흩날린다. 하지만 그 너머에서 아야는 확실하게 보았다.
갑작스런 사태에 놀란 하쿠레이의 무녀가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신사가?!?!”
레이무의 고함에서 아야는 자신의 뒤에 누군가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순간적으로 아야는 소리쳤다.
“레이무 씨! 의뢰입니다! 저 요괴를 퇴치해 주세요!”
갑작스런 사태에 갈피를 못잡던 레이무지만, 과연 하쿠레이의 무녀라고 할까. “요괴”라는 한 마디에 눈빛이 바뀌고 손에는 불제봉이 들려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요괴가 하쿠레이의 신사에 난입하다니-”
자살지원일까? 라고 말하려던 레이무의 입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순간 몸을 짓누른 정도로 강대한 요기가 신사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레이무를 압도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레이무가 느껴본 적 없을 정도의 요력. 그것을 의도적으로, 여유있는 표정으로 방출하는 여성은 단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유열의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은 채.
“그래, 당신이 지금의 하쿠레이의 무녀구나?”
오한이 들 만큼 섬뜩한 미소. 진심도 아니고 비웃음도 아닌 심상찮은 웃음에 레이무는 조금이나마 있는 요괴 퇴치의 경험으로 느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누구인지 레이무는 단박에 이해했다.
그리고 자신 혼자서 어쩔 수 없는 극도로 위험한 상대임도 이해했다.
불제봉을 쥐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뺨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지만 무시했다. 도르, 아야 앞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전한다. 그것이 이 자리에서 레이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었다.
“둘 중 누구라도 좋아. 지원을 불러와. 내가 여기서 버틸 테니까, 가능한 강한 놈으로. 도르의 언니나 유카리 급의 녀석으로…”
필사적으로, 자신의 동요를 눈앞의 요괴에게 들키지 않도록 도움을 청했다. 순간적으로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자존심을 생각했지만, 눈앞의 요괴가 생각을 고치게 해주었다.
저 녀석은 지금까지 본 어떤 요괴보다도 위험하다.
힘뿐이라면 유카리나 스이카가 더 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힘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레이무의 심상치 않은 모습에 아야는 상황이 아주 나쁘게 흘러가고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도르의 손을 잡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도르, 지금 당장 집으로 가서 스이카 님을 불러와. 나는 마을에서 조력자를 최대한 찾아볼게.”
이 시간대라면 마을에는 앨리스, 마리사가 있다. 운이 좋으면 감미처에 유유코와 유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가장 올 가능성이 높은 것은 스이카이다. 도르도 그것을 알고 있는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때의 두 명은 초조한 상태였다. 눈앞의 레이무조차 경계할 정도의 요괴가 나타난 것이다. 초조한 것도 어쩔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스이카는 용무로 나가서 지금 집에 없는 것을.
그 스이카는 지금 하쿠레이 신사로 오고 있지만, 그래도 도착하기엔 한참 먼 상태이다.
그때까지 얼만큼의 피해가 나올지, 이때의 도르는 아직 알지 못했던 것이다.
등 뒤에서 보석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나뭇가지 같은 날개는 분주히 움직이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고막을 두드렸다.
아야는 마을로, 도르는 집으로 지원을 부르기 위해 날았다. 이제 조금의 여유도 없다. 늦으면 레이무는 물론이고 다른 피해자까지 나올 수 있다.
도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실제로 그녀의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도르는 요력을 느끼지 못한다. 스이카가 유카리같은 대요괴 클래스여도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살기는 느낄 수 있다. 레밀리아에게서 처음 느낀 피부를 찌르는 듯한 통증. 그것을 아까도 느꼈다. 아야를 향하고 있음에도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숨이 막힐 듯 했다.
하지만 그 뿐만이라면 그 여성은 레밀리아 정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레밀리아도 꺾은 레이무가 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싫은 예감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두 번째였다. 도르의 안에는 요기를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있다. 도르에게 향하진 않았지만 플랑은 그 여자의 힘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절대 안돼… 그거랑 싸우는 건 절대 안돼…!’
요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플랑은 조금 전부터 몇 번이고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유유코나 유카리, 스이카 등 여러 대요괴와 조우하여 그 요력의 크기에 플랑이 놀란 적은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강하게 경고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 무서운 강요가 지금까지의 어떤 요괴와도 다른 이질적인 존재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도르는 아직 미숙했다. 지금까지 유유코나 유카리, 스이카가 얽힌 이변의 해결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했다. 카구야와는 함께 이변을 해결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자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라면, 혹시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 한 구석에서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레이무의… 레이무의 힘이 약해지고 있어…?’
플랑은 최대의 실수를 하고 말았다. 도르가 그런 환상을 가진 줄도 모르고 레이무의 위기를 말해버린 것이다.
순간적으로 도르는 목적지를 집에서 하쿠레이 신사로 변경하고 왔던 길을 전속력으로 되돌아갔다. 플랑이 깨달았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안돼! 안돼 도르! 제발 돌아가!’
“내… 내 힘이면 레이무를 지킬 수 있을거야! 괜찮아!”
근거는 전혀 없다. 도르의 방어능력은 그 여성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것은 꽃밭에서 이미 경험했다. 그럼에도 도르는 아무도 다치지 않는 최선의 결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 이변으로 도르는 자신이 얼마나 작고 무력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도르보다 빠르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아야가 마을을 발견하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곳에 간다면 지원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머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이 아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까의 요괴와 대치했을 때부터 통증이 계속되고 있다. 몸 상태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몸 상태는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야는 이 아픔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 광기의 유열의 미소를 떠올릴 때마다, 그 피부를 찌르는 살기를 느낄 때마다 머리가 아파왔다. 대체 무엇인가. 멈춰. 멈춰. 멈추라고.
그렇게 생각해도 전혀 멈추지 않는다.
“오늘은, 액일이네요.”
“꿈도 나쁘고, 만난 적도 최악이고, 이보다 최악이 있을까.”
그러나 나쁜 일이란 연속해서 찾아오는 법이다.
샤메이마루 아야는 입장 상으로는 일개 카라스텐구지만, 그 힘은 강력하다. 유카리나 스이카에겐 한참 못 미치지만 환상향에서 상위권에 드는 힘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환상향에서 특정 기운을 탐색하는 것은 그녀에겐 쉬운 일이다. 그리고 그 힘으로 아야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하쿠레이 레이무의 위기와 도르 스칼렛의 목적지 변경을.
첫 번째는 상정 범위 내였다. 아무리 하쿠레이의 무녀라도 그 요괴를 혼자서 상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녀는 도움을 청한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는 상상하지 못했다. 도르가 레이무를 걱정해 신사로 돌아갈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야는 잊고 있던 것이다.
“저 바보가!”
순간적으로 아야는 행선지를 신사로 변경했다. 도르는 약하다. 그 요괴 앞에서는 말 그대로 무력하다. 자신이 가지 않으면 틀림없이 환상향에서 지워질 것이다.
이 때 아야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마을에 들러 앨리스나 마리사, 케이네에게라도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이후의 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안돼! 안된다니까!!’
머릿속의 플랑이 울부짖는 소리를 무시하고 도르는 하쿠레이 신사에 착지한다. 경내에 거의 돌진하듯이 착지해 고개를 든 순간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레이무의 집은 무너지고 신사는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그 더미에서 붉은 무녀복을 더욱 붉은 피로 물들인 레이무가 쓰러져 있었다.
레이무는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중상을 입고 있었다. 온몸에 타박상과 자상이 있고 출혈이 심했다. 오른발은 기괴하게 꺾여있고, 손에 든 불제봉도 중간에서 부러져 있었다. 옆구리에 일격을 당했는지 그을린 듯 검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레이무는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진심이 아니였구나. 아쉽네. 제대로 싸우고 싶었는데. 뭐, 그래도 결과는 똑같았겠지만.”
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그 요괴가 서 있었다. 레이무가 심하게 당한 것과 다르게 그녀는 상처조차 없는 상태였다.
조금 피로해 보이지만 아직 여유로운 상태였다. 레밀리아를 꺾은 레이무와 싸우고도 여유가 있다는 것을 도르는 믿을 수 없었다.
“다시 돌아오다니 바보같구나. 자기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거야?”
그녀는 이쪽을 바라본 채 미소지었다. 공포가 도르를 압도했지만 어떻게든 떨쳐내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자신이라면 쓰러트릴 수 있다. 쓰러트릴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노려보는 도르를 그녀는 비웃었다.
“마음대로 생각해. 아니 오히려 그렇게 생각해. 그만큼 그 믿음이 꺾였을 때의 쾌감이 늘어나니까. 똑똑히 알려줄게.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손에 든 양산을 휘두르자 튀기는 피가 땅을 적셨다. 그것만으로 그녀의 살기는 더욱 커져 도르의 몸을 찌른다. 그녀는 큰 소리로 고했다.
“원한이 있는 건 아니야. 그냥 심심해서 그래. 그뿐이야. 이 카자미 유카의 오락을 위해서.”
유카. 그렇게 자칭한 요괴는 양산을 도르를 향한 채 선언했다.
“환상향은 강자만 살아남는 세계야. 그러니까 죽여줄게. 작은 흡혈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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