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도르 스칼렛 33화: 그리고 그녀의 세계는 무너진다.

동방화영총

난이도 Extra

동행자 샤메이마루 아야

7. 그리고 그녀의 세계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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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상황에 가장 당황한 것은 유카였다. 확실히 유카의 세계에서 도르 스칼렛은 사라졌다. 확실히 유카의 세계에서 도르 스칼렛은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카가 흥미를 잃었다는 것이지, 죽었다고 시체가 사라지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유카의 눈앞에는 상처입은 카라스 텐구밖에 없다. 그리고 우산을 휘둘렀을 때 느낌이 없었다. 마치 허공을 가른 것처럼

거기까지 생각하고 유카는 겨우 깨달았다. 피했다. 그것도 도르 자신의 힘이 아닌 누군가의 도움으로.

즉시 유카는 주위를 둘러본다. 뜻밖에도 흡혈귀 소녀는 바로 발견되었다. 그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땅에 쓰러져 있었다.

그 위를 지키듯 서있는 은발의 메이드 복장의 소녀는 유카에게는 처음 보는 존재였다. 언제 이곳에 왔는지, 어떻게 도르를 저기까지 이동시켰는지, 그것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새로운 개입자에게 유카의 흥미는 옮겨갔다.

 

영문을 모르겠다. 도르의 머리는 완전히 혼란에 빠져있었다. 그 때, 확실히 죽을 것이라 생각했고 사는 것을 포기했다. 가차 없이 내리쳐진 우산을 막는 행위를, 도르는 하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포기했다. 머릿속으로 플랑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기다려도 충격은 오지 않았다. 느낀 것은, 허리에 약간의 충격과 따듯한, 아니 뜨거운 것.

천천히 눈을 뜬다. 눈에 들어온 것은 카자미 유카도, 해바라기도 아닌 흐린 하늘이었다. 그리고 도르는 자신의 상태를 깨달았다. 도르는 바닥에 누워있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을 지키듯 덮어주고 있다. 그게 누구인지, 시선을 돌렸을 때 은색의 머리가 눈에 보여 도르는 놀랐다.

자신을 덮어준 것은 홍마관에서 자고 있어야 할 이자요이 사쿠야였다. 사쿠야의 능력은 플랑에게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 그 능력으로 자신을 도와준 것일까.

하지만 그녀가 정상이 아닌 것은 그 괴로움으로 일그러진 표정과 전해져 오는 체온으로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사쿠야 씨

아가씨의 명령입니다. 당신이 죽지 않도록지원하는 것그것이그것이 제 역할입니다. 자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오늘의 일이 머릿속에서 플래시백 된다. 항상 요괴가 없는 산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타났던 세 체의 요괴. 왜 지금까지는 요괴에게 습격당하지 않았는가. 왜 오늘은 요괴를 마주쳤는가. 퍼즐이 맞춰진다.

사쿠야 덕분이었다. 사쿠야가 뒤에서 도르를 지켜주고 있던 것이다. 접근하는 요괴들을 물리치고 항상 뒤에서 도움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도망치세요. 저는괜찮으니까.”

, 그치만

괜찮을 리가 없다. 그 말을 사쿠야의 손가락이 멈췄다.

당신은 바보입니다. 태양의 밭이 얼마나 위험한 지조금만 생각해봐도 알텐데. 하지만감사합니다. 도르, 저를 위해서약초를 가져오려고 해 주셔서 기뻤어요.”

그것이 도르가 처음으로 본 사쿠야의 미소였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사쿠야는 도르 위에 쓰러졌다. 체력의 한계였을 것이다. 의식을 잃고 어깨가 심하게 상하로 요동치고 있다. 그 몸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내려, 도르는 사쿠야의 아래에서 빠져나왔다.

잘 모르겠지만 방해만 된 것 같네.”

무리에요, 사쿠야 씨.

도르는 마음속으로 사쿠야에게 사과했다. 둘러보면 레이무는 신사의 잔해 위로 내던져져 있고 아야는 유카의 발밑에 쓰러져 있고, 사쿠야는 자신의 발밑에 쓰러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다. 자신이 무력해서 이 상황을 초래했는데, 자신만 도망칠 수는 없다.

자신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아야가 다치지 않았다. 도움을 요청했다면 레이무는 지금 쯤 치료받고 있을지도 모르고, 사쿠야가 일부로 아픈 몸을 채찍질하며 돕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이 셋을 죽이는 것과 같다. 자신에 차서 유카를 이기는 생각을 했던 과거의 자신을 때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지금은 무의미하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다. 자신의 방패의 힘은 유카에겐 통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이제 셋과 함께 죽는 것을 기다리는 것 뿐.

플랑의 외침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도르는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레밀리아에게 사과한다. 약속 하나 지키지 못하는 자신이 싫어진다. 결국 자신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전 세계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작고 어리석은 존재.

안녕.

플랑에게, 환상향에게, 도르는 작별을 고했다.

 

한 번도 모자라 두 번이나 포기하는거야?”

울러펴지는 목소리에 도르는 천천히 눈을 떠 목소리의 주인을 찾는다. 그리고 곧 발견했다. 무너진 신사. 그 중 유일하게 온전한 붉은 토리이 위에 앉아 그녀는 이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도르는그렇게 약한 아이가 아닐 텐데.”

도르의 유일한 가족, 이부키 스이카가 거기에 있었다. 스이카는 가만히 도르는 응시하곤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 행위가 도르에게 용기를 주었다.

더 이상 포기하지 마. 지금까지 전부 포기했잖아. 도르는 조금 더 멋대로 살아도 괜찮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돼. 도르가 하고 싶은 걸 해.”

지금 자신이 하고싶은 것. 그것은 카자미 유카를 쓰러트린다거나 이 이변을 해결한다거나 하는 큰 일이 아니다. 도르가 원하는 것은 단지 하나. 하쿠레이 레이무, 샤메이마루 아야, 이자요이 사쿠야. 이 셋을 지키고 싶다. 그뿐이다. 단지 그 뿐인 작은 소원을, 도르는 포기하려고 했다.

이전 세계에서 도르는 포기했다.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렇다면 이번 세계에서는? 이 세계에서도 포기할 것인가?

단 세 존재를 지키고 싶은 그 작은 소망마저 포기할 것인가.

포기할 리가 없다.

또 방해야? 이렇게 많아도 질리는걸. 그대는 나를 즐겁게 해주는 건가?”

그 말에 토리이 위의 스이카는 시선을 유카에게로 살짝 돌렸다. 그 눈에는 기가 막힌 감정이 보였다.

너구나? 내 도르를 귀여워해 준 녀석이. 하지만미안하지만 널 쓰러트리는 건 내가 아니다. 거기 있는, 도르 스칼렛이다.”

스이카의 말을 듣고 유카는 코웃음친다.

이 상황이 보이지 않는 걸까? 거기 작은 흡혈귀 씨는 이미 포기했어. 싸울 수 없어. 아니, 싸워도 이길 수 없다. 이미 이렇게 판단한거야.”

성급하긴, 잔챙이 녀석.”

도발에 유카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그건 니가 도르 주변의 인간, 요괴들을 모두 쓰러트렸으니까 하는 말 뿐이잖아? 넌 하나도 이루지 못했어. 도르 스칼렛을 조금도 위협하지 못했지. 게다가-”

거기서 말을 끊고, 도르를 다시 보았다. 부드러운 눈빛 속에서 신뢰를 볼 수 있었다.

포기한 요괴가 이런 짓을 할 것 같아?”

그말에 유카는 도르를 보았다. 포기하고 탁해져있던 눈이 빛을 되찾고 있다. 최초의 자만심도, 망설임도 없다. 곧은 눈으로 유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노려보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 시선이 싫어 유카는 기분이 상했다.

도르는 공격은 못해. 방어밖에 할 수 없어. 하지만이제 그 방어는 깨지지 않아. 시험해 봐. 네가 가진 모든 것을 도르에게 쏟아부어 봐. 그래도 너 정도로 도르의 방패는 깨지지 않아.”

입 닥쳐.”

지금까지의 날카로운 목소리와는 다른, 무섭게 낮은 목소리. 신사 주위의 영압이 강해지고, 유카의 눈에 깃든 살의가 한층 강해진다. 카자미 유카의 전력. 그 영향을 받은 도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제 도르를 위협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족이 믿어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도르, 전부 막아버려.’

이기는 것이 아니라 막는다. 더 이상 상처주지 않는다. 절대로 지킨다. 플랑의 말에 강하게 수긍하고, 도르는 눈앞에 흰 벽을 전개한다. 그 벽은 평소보다 두껍게 보였다.

부숴줄게. 그 방패도, 도르 너도, 토리이 위의 너도.”

양산을 한손에 쥐고, 유카가 움직였다. 순식간에 접근한 유카는 전력의 일격을 내리친다. 빠르고 날카로운 일격. 그러나 플랑이 말한 위치로 전개된 도르의 방패에 막힌다. 그 다음부터는, 유카의 일방적인 맹공. 내리치고, 후려치고, 올려치고, 찌른다. 그러나 그 모두가 도르의 방패에 막힌다. 온 힘을 다해 휘두르고 있지만, 방패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쉽게 부술 수 있던 벽이 이제는 너무 단단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도르의 눈이 유카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순수한 의지 하나밖에 없다. 지킨다. 그 세 글자만이, 아니, 단 세 글자지만 강력한 의지가 도르를 지탱하고 있다.

이윽고 유카는 이대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란 걸 깨닫는다. 빠른 공격, 묵직한 공격, 모두 지금의 도르에겐 통하지 않는단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가라앉아라. 압도적인 힘 앞에.

뛰어올라 양산의 첨단을 도르에게 향한다. 빛이 수렴하고, 둔색의 빛이 순식간에 방출된다. 샤메이마루 아야를 몰아붙인 마력의 급류를 도르는 피하지도 않았다. 단지 거기에 서서 자신의 능력을 벽 형태에서 결계 형태로 전환했다.

이전에 그 결계는 파츄리의 마법 앞에 한 번 산산조각 난 적이 있다. 그 때 파츄리가 당부했다. 결계는 확실히 전방위를 지켜주지만, 벽 형태보다 강한 공격에 약하다. 지금 유카의 일격은 유카의 제일 강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도르는 확신했다. 이 결계가 깨질 일은 없다고. 아니,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도르를 삼킬 정도로 거대한 급류는 결계에 직격해 굉음을 울리며 결계를 조금씩 깎아나간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자세가 흐트러질 것 같지만 도르는 여전히 물러서지 않았다. 손에 힘을 주어 결계를 강하게 상상했다. 망가지지 말고, 뚫리지 말고, 부서지지 마라. 그렇게 몇 번이나 머릿속에서 되새긴다.

이윽고 급류는 사라지고, 결계만이 남아있다. 매우 막강한 공격을 견뎌했다.

가라앉아.”

안심하는 동시에 그림자가 나타났다. 도르가 방금 공격을 막는 것을 예상했던 것처럼, 카자미 유카는 도르의 바로 앞에 있었다. 양손으로 우산을 강하게 쥐고 첨단에 아까보다 많은 요력을 집중시킨 상태로.

순간적으로 도르는 능력을 방패로 전환한다. 그 순간, 아까보다 더 큰 파도가 도르의 벽에 격돌했다.

유카의 모든 요력을 건 혼신의 일격. 제로 거리 강화판 마스터 스파크라고 할까. 레이무도, 아야도, 사쿠야도, 어쩌면 스이카도 견디지 못할 흉악한 공격. 이를 도르는 단 하나의 방패로 막는다. 굉음에 귀가 아프고, 휘몰아치는 바람에 정신이 없고, 방패를 유지하는 손이 아리다. 그렇지만 도르는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힘내! 화이팅 도르! 힘내!’

힘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플랑의 최선의 응원. 그 소리를 들으며 도르는 참는다. 얼마나 아프든 상관없다. 이것을 막은 뒤 쓰러져도 좋다. 절대 지지 않는다.

으아아아아아!”

고함을 치며 도르는 힘을 쥐어짠다. 한계는 이미 다다른지 오래다. 그래도 여전히 지킨다.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낸다.

격돌하는 광선과 벽이 굉음을 낸다. 하나는 모든 것을 쓸기 위해, 다른 하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기 위해.

엄청나네하지만 끝이야.’

마음속으로 유카는 도르에게 칭찬의 박수를 보냈다. 훌륭하다. 방패는 조금 전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견고했다.

그러나 유카에겐 보였다. 그 방패의 한계가. 방금 전의 마력의 격류. 그것을 막은 시점에서 이 방패의 한계가 보였다. 지금도 제로 거리의 공격을 막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 이상의 요력을 아직 유카는 몸 속에 갖고 있었다.

자신의 마력을 더욱 증대시켜, 유카가 내뿜는 둔색의 빛은 더욱 굵어지고, 상승한 위력은 도르의 방패로 견딜 수 없다. 부서질 것이다. 그 광경이 유카에겐 선명하게 떠올랐다.

빠직빠직. 방패에 금이 간다. 벽 전체로 퍼진 금은 곧-

 

매우 큰, 마치 얼음같은 산이 되었다.

무슨?’

유카는 아연했다. 그것은 마치 빙산이나 암석,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빛나는 거대한 산으로 보였다. 보석처럼 빛나는 카자미 유카보다 훨씬 크고 단단해 보였다.

다음 순간, 유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조금 전까지 보였던 산은 어디에도 없었다.

착각했다고? 저렇게 커다란 걸? 그게 착각이라고?’

그리고 깨달았다. 도르의 방패의 이변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체에 금이 가있던 방패였을텐데.

하나도 손상되지 않은 채 유카의 공격을 막고 있다. 방패를 전개한 도르는 힘을 모으는 데 필사적이여서 두 눈을 감고 있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무슨 일이지? 대체 뭐가 일어난? 그렇다고 해도!’

그래도 할 일에는 변함이 없다. 부술 뿐이다. 유카의 안에는 아직도 남아있는 요력이 있다.

이를 해방하여 단번에.

그리고 유카는 위화감을 느꼈다. 남은 요력은 충분하다. 오랫동안 싸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요력이 쌓여 있었을 것이다. 자신도 아직 얼만큼의 요력이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요력이 있다고 믿고 있었을 줄은.

여기까지 와서 유카는 마침내 알아차렸다. 자신에게 마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아직 남아있다고 착각하게 된 것을.

, 뭐지? 아까부터 대체 뭐지? 내가 내 요력의 양을 착각했다고? 그럴 리 없어. 그런 실수를 할 리가. 그러면 누가, 누가설마!’

뇌리를 스치는 광경. 붉은 옷의 무녀가 부적의 칼을 생성해 자신을 베려고 했을 때. 그것을 유카는 몸으로 막았다. 그리고 무녀를 잡았다. 하지만 그 때 무녀는 어쨌는가. 하쿠레이의 무녀의 입 꼬리가 또렷하게 떠올랐다.

입 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유카의 공격에도 웃고 있었다.

젠장할 무녀!!”

당했다. 그 일격은 유카를 쓰러트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녀를 속이기 위한 레이무 자신을 희생한 공격. 모든 것을 쏟아부은 공격. 아마 요력을 감지되지 않도록 흡수하는 효과의 공격.

그리고 레이무의 뒤를 이은 것은 샤메이마루 아야. 레이무의 계획에는 없었지만, 그녀도 충분히 활약했다. 유카가 요력을 사용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요력의 격류와 방패의 격돌. 그 끝은 빠르게 다가온다. 유카가 내뿜은 요력의 격류가 점차 약해진다. 하쿠레이 레이무, 샤메이마루 아야. 그 둘과의 전투를 통해 유카의 요력은 아름아름 사라져 있었다. 둘이 한 일은 그 순간에는 별거 아니였을지도 모른다. 각각 그 자체로는 유카를 막을 수도 없었다.

그래도 이 때 큰 영향을 끼쳤다. 그야말로 전세를 기울일 정도의 영향을.

믿을 수 없어, 유카의 얼굴이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둔색의 빛은 약해지고, 사라졌다. 유카의 요력이, 아야의 요력을 먹고 레이무를 전투 불능으로 만들 정도로 막강한 요력이 공격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순간적으로 유카는 양산을 들어올렸다. 요력은 다했다. 이제 마력의 격류를 쏘는 건 불가능하다. 걷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싸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 양산으로 가라앉혀 준다-

갑자기 몸에 충격이 달렸다. 유카가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여기까지. 정신이 들면 눈앞에서 방패를 전개하고 있던 작은 소녀가 자신을 안은채로 있었다.

너무나도 뜻밖의 일에 힘이 다한 유카는 자세를 무너트렸다. 도르가 방패를 해제하고 몸으로 부딪혀올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충격도 줄이지 못하고 유카는 신사로 쓰러졌다. 등의 충격에 고개를 찡그리고 다시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눈치챘다. 작은 소녀가, 강하게, 강하게 자신을 껴안고 있다는 것을.

절대 상처주지 않아. 절대 놓치 않아.”

지금의 유카도 떨쳐버릴만큼 약한 힘. 그래도 도르는 열심히 유카를 누른다. 아프지도, 아무렇지도 않다.

가슴께에 따뜻함을 느끼고, 유카는 팔의 힘을 빼고 다시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시선을 정면으로 향하면 둔색의 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적들과 싸웠다.

그 속에서 자신이 하늘을 올려다 본 적은 없었다. 쓰러지는 일 따위는 없었다.

작디작은 소녀가 일으킨 기적. 위를 향해 쓰러져 억제되고 있다. 상황을 다시 확인하고, 유카는 생각했다.

완패가 아닌가, 라고.

이 상태로 이 소녀를 위협해 쓰러트리는 짓은 유카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자신은 이 작은 소녀의 방패를 부수지 못했던 것이다. 마지막에는 레이무와 아야도 협력했던 요력 부족이라는 결말. 그래도 그것을 핑계 삼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 산을 무너뜨릴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유카 자신도 인정하는 것이다. 이 싸움의 승자가 누구인지를.

첫 패배.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였다. 갑자기 발소리를 느껴 둘러보면, 토리이 위에 있던 오니가 내려오고 있었다.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으며.

좋은 광경이네. 도르랑 그렇게나 밀착하다니.”

시끄러워. 죽여버린다. 오니 주제에

어이쿠, 오니 모욕도 거기까지야. 오니를 이긴 적은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사천왕 중 하나. 과거에 네가 싸운 오니랑은 차원이 다른 존재야.”

스이카가 발하는 요력을 느끼고, 유카는 코웃음쳤다. 확실히 지금까지 만난 어떤 오니보다도 강할 것이다. 그래도 유카는 질 생각은 조금도 없다.

실력을 보이기 위해 내놓았던 요력을 다시 모으고, 스이카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최강의 카라스 텐구도, 하쿠레이의 무녀도 넌 이겼어. 틀림없이 강하지. 나도 이길지 확신은 못하겠어. 하지만 이건 확실해. 넌 도르보다 약해. 마음도, 몸도. 어느 것 하나 넌 도르를 이기지 못해.”

그 말에 유카는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아직도 필사적으로 유카를 누르는 작은 흡혈귀를 보았다.

확실히그럴지도 모르겠네. 나는 이 아이를 이길 수 없어.”

지금 자신의 힘으로는 몇 번을 해도 도르의 방어를 뚫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길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한번의 패배는 유카에게 전환점이 되었다.

지금의 자신은 이길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 유카는 도르에게 강한 관심이 생겼다. 몸은 작지만 강한 힘을 지닌 소녀. 이 소녀를 언젠가 반드시 쓰러트린다. 그렇게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르에게 비키라고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도르가 승자임을 말하려고 손을 뻗쳤고, 그 손은 정지했다.

조금 전까지 강하게 자신을 누르던 소녀의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일어나 도르를 바라본다. 숨은 붙어있다. 죽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자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표정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다. 이마에 손을 대 봐도 열은 느껴지지 않았다. 갑작스런 사태에 유카는 스이카에게 고함쳤다.

사천왕! 이게 어떻게 된거야!”

뭐야대체 무슨 일이야?”

믿었던 스이카도 도르의 이런 상태는 처음 보는 듯 했다. 유카는 어떻게 할지 전혀 몰랐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나? 누구에게? 애시당초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유카는 아는 요괴가 없었다. 작은 몸을 흔들며 유카는 격앙한다.

장난치지마 도르 스칼렛! 나를 이겨두고, 이렇게 되는 게 어딨어? 이런 건 용납 못해!”

처음 자신을 이긴 존재. 그것이 사라지는 것을 유카는 용납할 수 없다. 도르가 사라지면 유카의 세계는 다시 빛을 잃고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와 버린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누구라도 좋아. 이 아이를 살려줘.

그것은 유카의 첫 소원이었다. 1000년 이상의 시간에서 처음으로 생각한 그녀의 바램.

그리고 행운이 따랐다. 다름 아닌 유카가 죽이려고 한 요괴에게서.

가진 요력을 도르에게 흘려넣어.”

찰나, 공간이 열렸다.” 뻥 뚫린 공간에는 무수한 눈이 있어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그 안에서, 금발의 여성-환상향 최강의 요괴, 야쿠모 유카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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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만난 세 체의 요괴란게 뭘까요? 이전 화들을 읽어봐도 그런 묘사는 못 찾았고 주연급이라고 해도 유카랑 아야 둘인데.. 일단 그냥 잡요괴 셋을 만났다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2. 작가 후기에서도 나오지만, 카자미 유카가 본 도르의 방패와는 다른 산은 무언가 떡밥입니다.(다 읽은 적이 있지만 너무 예전이라 기억이 안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