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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도르 스칼렛 34화: 전후 처리와 깊어지는 의혹
동방화영총
난이도 Extra
동행자 샤메이마루 아야
8. 전후 처리와 깊어지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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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는 것은 두 번째. 첫 번째에는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조금이나마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깜깜한 통로였다. 오른쪽도 왼쪽도 위쪽도 돌로 둘러싸인 무기질적인 통로. 천장은 도르가 서 있으면 겨우 닿지 않을 정도의 높이. 뒤돌아보면 막다른 골목이였다. 그렇다고 앞으로 갈 수도 없었다. 어떻게 배치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딱 맞는 큰 새장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뒤를 향한 채 앉아있는 소녀가 한 명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뚜렷하게 식별할 수 있는 붉은 색을 기조로 한 프릴이 달린 옷, 반짝이는 금발에 보석이 달린 날개. 그것은 거울로 자주 보는 자신의, 아니 플랑의 모습 그대로였다.
“플랑? 플랑이야?”
자신의 안에 있는 플랑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말을 걸지만 새장 속의 소녀는 반응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앉아 웅크리고 있다. 그 모습은 더는 볼 수 없어 도르는 새장에 손을 대었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 그것을 흔들려 했다.
“누구야? 왜 여기 있어? 너는… 플랑이 아냐?”
자신 안의 플랑이 아니라면 그녀는 누구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도르는 알 수 없었다. 이윽고 샤랑샤랑, 새장 속 소녀의 날개소리가 울렸다.
“하늘은… 사라지지 않는거야?”
소녀의 목소리가 머리에 울렸다. 언제나 듣고있는 플랑과 똑같은 목소리. 그와 동시에 시야가 하얗게 되었다. 뭔가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꿈이였을까. 꿈 치고는 굉장히 현실 같았던…
「도르! 도르! 괜찮아?!」
꿈속과 같은 소리가 도르를 걱정한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꿈속의 목소리와 똑같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 목소리는 오히려 슬픔에 차 있던 것 같은… 설마.
거기까지 생각하고 도르는 그 새장 속 소녀의 말을 떠올렸다. 그것은 무슨 뜻일까. 설마… 아니, 그럴 리 없다.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내몰자 오른손에 따뜻함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침대 옆에서 손을 잡은 채 카자미 유카가 잠들어 있었다. 기절하기 직전까지 사투를 벌였던 카자미 유카가.
“어…? 꺄아아아아아?!?!”
무심코 도르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왜 유카가 여기 있는지, 왜 손을 잡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패닉에 빠진 도르에게 플랑이 설명하기 전에 유카가 눈을 떴다.
“왜이리 시끄러워?”
졸린 듯 눈을 비비고 몽롱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서 하쿠레이 신사에서의 비정상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유카는 두세번 눈을 비빈 뒤 도르를 확인하자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 일어났구나. 다행이야.”
그것은 도르가 처음으로 본 유카의 순수하고 상냥한 미소였다. 지금까지의 비웃음이나 광기의 미소와는 다른 그 아름다움에 도르는 넋을 잃고 말았다. 예쁘다,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다음 말을 듣기 전까지는.
“죽어버리면 내가 죽일 수 없게 되잖아.”
“어…”
마치 외출하자는 말처럼 편하게 하는 말에 도르는 굳어버렸다. 식은땀이 흐른다. 그런 도르의 상황을 조금도 모르고 유카는 상냥하게 이야기한다.
“일어날 수 있어? 거실로 와줬으면 좋겠는데.”
아, 이것은 죽이기 전에 보여주는 유카 나름의 상냥함일 것이다. 도르가 현실도피 하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짧은 인생이였구나, 하고 회상한다. 정말 짧은 인생이었다.
머릿속에서 박장대소하는 플랑의 말을 들으며, 도르는 자신에게 이별을 고했다. 가능하면 아프지 않게 죽었으면 좋겠다, 라는 초점이 어긋난 생각을 하며 손을 당겨졌다. 그대로 이끌려 거실로 끌려갔다. 늘 둘만 쓰기엔 너무 넓은 거실의 모습은 오늘은 조금 달랐다.
4인용 테이블. 도르 기준 왼쪽의 가장 안쪽 자리에는 명계의 주인, 사이교우지 유유코가 언제나처럼의 미소를 띄며 앉아 있었다. 그녀는 도르를 발견하곤 작게 손을 흔들며 반가워한다. 그 뒤에는 강직한 정원사, 콘파쿠 요우무가 진지한 눈빛으로 도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후 꾸벅 머리를 숙인 뒤 정면을 바라봤다. 그 모습은 진지한 요우무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그 둘의 오른쪽 옆에는 이 세상의 존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절세미녀가 앉아 있었다. 복장은 일본식인데 마시는 것은 컵에 담긴 커피라고 하는, 왠지 화양 절충의 상태였지만.
죽림의 안쪽에 있는 영원정의 주인, 호라이산 카구야. 그녀는 친구 도르의 모습을 보자, 실례할게, 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그 뒤에는 야고코로 에이린이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
카구야의 앞에는 이 집의 주인이기도 한 이부키 스이카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양손을 머리 뒤로 한 채 의자에 앉아 놀고 있었다. 그 뒤에는 유유코, 카구야와는 다르게 아무도 없다. 그녀는 마치 온 것이 도르임을 아는 듯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옆 유유코의 앞자리는 공석이였다. 당연히 그 뒤에도 아무도 없다. 평소같으면 그럴 테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도르가 볼 때 가장 뒤쪽에 의자가 하나 추가됐고 거기에 압도적인 존재감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왔구나, 도르.”
다리를 꼬고 펼친 부채를 접은 요괴의 대현자, 야쿠모 유카리는 뒤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본 적 없는 예쁜 여성이 서 있고, 유카리의 지시를 받고 도르에게 접근에 웅크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도르 씨. 저는 야쿠모 란. 유카리 님의 식신입니다.”
“…여동생?”
도르는 식신이 무엇인지 몰랐다. 일단 야쿠모라는 성씨가 같아서 여동생이나 비슷한 걸까 생각했지만 란은 굳어버렸다. 뒤에선 유카리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다.
“그래, 란은 여동생 비슷한 거야.”
“농담하지 마세요 유카리 님… 음, 일단 안내해 드리죠.”
란에게 손을 잡혀 도르는 걷기 시작했다. 도중에 뒤돌아봤지만 유카는 여기에 오는 기색은 없었다. 그대로 탁자의 빈 자리로 안내되었다. 의자를 당겨 앉자 란은 유카리 뒤의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동시에, 지금까지 벽에 기대어 있던 한 카라스 텐구가 움직여 도르 뒤에 섰다.
“아야! 다친 데는 괜찮아?”
“네, 도르가 치료해 준 덕분에 멀쩡해요.”
“그렇구나…”
부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때 도르는 눈치채지 못했다. 한순간 아야의 표정이 슬픈 빛을 띈 것을.
“이제 모두 모였네.”
그렇게 말하곤 유카리는 시선을 창가로 향했다. 뒤돌아보면 의자가 두 개 놓여있고 앨리스 마가트로이드, 키리사메 마리사가 앉아 있었다. 마리사는 가볍게 도르에게 손을 흔들었고 앨리스는 인형을 도르에게 날렸다. 작고 사랑스러운 앨리스의 인형은 그대로 날아가 도르의 무릎 위에 앉았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기분 좋은 듯 웃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같은 인형이었다. 매우 사랑스러운 외형과 정반대로, 지금 도르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하면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그것을 방어하는 프로그램이 짜여있는 것을, 도르는 모른다.
앨리스 뿐만이 아니다. 유유코는 소매에 숨긴 손바닥에 나비를 전개하고 있고, 카구야도 언제든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요우무는 칼을 강하게 쥐고 에이린, 스이카를 경계하고 있다.
그 유카리조차 도르에게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다수의 스키마를 전개하고 있다. 도르에겐 언제나의 집이지만, 모여있는 인요들에겐 전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이번 전후 처리를 시작할까요. 사실 하쿠레이 레이무, 이자요이 사쿠야 두 명도 부르고 싶었지만, 사쿠야는 불참, 레이무는 참가할 수 없는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불참.”
그 말에 지금까지 인형과 놀고있던 도르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레이무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하는 표정을 보고 유유코가 보충을 덧붙인다.
“다친 건 아냐. 패배해서 조금 토라진 것 뿐이야.”
그 말에 안심하고 다시 도르는 인형과 놀기 시작했다. 볼을 비비는 걸로 마음에 든 것 같다. 앨리스도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고 있다.
“그러면, 이번에 카자미 유카로 인해 도르 스칼렛, 샤메이마루 아야, 하쿠레이 레이무, 이자요이 사쿠야 넷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특히 도르 외 세 명은 중상이라고 볼 정도. 이만큼 멋대로 움직여선 저도 곤란합니다. 그 때문에 여기 환상향의 대표자들과 사건 관련자들의 의견에 따라 처우를 결정하겠습니다.”
정확히는 도르가 알고 있는 환상향의 대표자 들이지만, 유카리는 결코 말았다. 도르의 존재를 감추는 것은 유카리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우선도가 높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유카리의 말을 듣고 모두가 생각하는 가운데 아야가 먼저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도르는 고개를 들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무서운 표정으로 아야는 유카를 노려보고 있었다. 손을 천천히 잡자 아야는 도르에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어딘가 어색했다.
“찬성이야. 너무 위험해.”
카구야도 곧 아야에게 동의했다. 에이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주인의 뜻에 따르겠다는 뜻일 것이다.
“이 환상향에서 카자미 유카의 행동이 허용되지 않는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강한 요괴가 싸움을 갈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뜻밖에 앨리스는 동참하지 않았다. 아야의 시선이 거세진다. 하지만, 이라고 앨리스는 덧붙였다.
“도르를 노린 건 실수였어. 이 아이가 힘이 없다는 건 누구라고 알 거야.”
“그래. 도르를 노린 건 실수였지. 하지만 다른 셋은 달라. 그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 거 아니야?”
“스이카 님!”
아야가 소리쳤다. 그것을 귀찮은 듯이 스이카는 받아넘겼다.
“아야가 말하고 싶은 것도 알겠고 기분도 알겠어. 하지만 사적인 감정을 개입하는 건 잘못이야.”
스이카의 정론에 아야는 대꾸할 수도 없었다. 아야가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했다. 게다가, 스이카는 덧붙였다. 아야를 째려보며.
“원래 도르가 우리와 관계 있단 것을 말하지 않았으면 이만큼 피해가 커지지 않았을 지도 모르잖아?”
“그건… 죄송합니다.”
그때 아야의 한 마디가 유카에게 불을 지핀 것은 틀림없다. 그것은 도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피해가 줄었을까?
“뭐 그래도 도르는 습격 당했을테니 그건 감사해야겠네. 고마워, 도르를 지켜줘서.”
“그런,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머리를 깊이 숙이는 아야는 진심으로 귀찮은 듯 보며 스이카는 얘기가 끝나자 다시 의자에서 놀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카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요괴의 특성이라고 해도 하쿠레이의 무녀에게 중상을 입히고 하쿠레이 신사를 무너뜨린 것은 사실. 저도 제거하는 쪽에 한 표네요.”
유카리의 말에 회의의 결론은 정해진 듯 했다. 하지만,
“어머? 말 잘했네 유카리.”
유카의 제거에 한 표를 던진 유카리를 지금까지 관망하던 유유코가 비난했다. 예상 밖의 말에 유카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유카리?”
“아니? 단지 이번엔 네가 말하는 게 실수라고 느꼈을 뿐이야.”
“…”
“어머, 갑자기 침묵하는 거야? 하쿠레이의 무녀가 지는 걸 너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 상태의 무녀였다면 그곳의 요괴는 무찌를 수 없어. 그러면 하쿠레이 신사의 건은 인용하기 부적절하지 않을까?”
유카리, 유유코 사이에서 불꽃이 튄다. 갑작스런 사태에 도르는 허둥지둥 했지만 곧 유카리가 의견을 굽혔다.
“…그렇죠. 하쿠레이 신사의 피해는 생각하지 않기로 해요.”
“그거 좋네. 게다가 그 뿐 만이 아니야. 여기 모인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
“잠깐, 유유코, 기다려.”
유카리는 총명했다. 그래서 유유코가 말하려는 것을 알았다. 이어지는 말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번 건은 카자미 유카를 퇴치한 도르 스칼렛에게 맡기는 것이 맞지 않아?”
“유유코… 너…”
유카리는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이 단계에서 회담의 결과는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모두가 도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천천히 유유코가 말했다.
“도르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유카가 죽었으면 좋겠어? 살았으면 좋겠어?”
유카리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진다. 머릿속으로 비겁하다고 유유코를 욕했다. 그런 질문을 하면 도르가 어떻게 대답할지 불 보듯 뻔하다.
“살았으면 좋겠어요.”
또렷한 눈으로, 도르는 대답한다. 소녀는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니,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결정은 다양한 요괴들을 적으로 돌린다. 예를 들면, 뒤에 서 있는 카라스 텐구같은 소중한 친구조차도.
그래도 도르는 양보하지 않는다. 이 의견만은 양보할 수 없다. 이 순간 카자미 유카의 처우는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에 불만을 품은 요괴도 있다.
“아까부터 가만히 있었는데, 정말 멋대로들 말하네.”
그리고 그것은 당사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유카는 이를 들어냈다.
“여기 있는 요괴만으로 나를 멈춘다고?”
유카에게서 방출된 압도적인 양의 요력에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인요들의 경계가 강해진다. 도르의 무릎에 앉은 사랑스러운 인형조차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다. 갑작스레 웃음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큰 웃음이 아닌 속삭이는 듯한 킥킥거리는 웃음이.
“뭐가 웃겨?”
“아니, 그치만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웃음의 주인, 유유코는 가만히 유카를 바라본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 투명한 눈동자로.
“카자미 유카, 그대의 목적은 도르 스칼렛을 이기는 것. 그렇지? 무조건 그럴 거야. 그대는 전력으로 거기 도르와 싸워서 패배했으니까. 그런 당신이… 아니, 지금까지 패배한 적 없는 당신이 도르에게 관심이 없을 리가 없어. 그렇지?”
유카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단지 무표정하게 유유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카리는 카자미 유카를 도르의 주변에 두는 것으로 억제할 수 있다. 카자미 유카는 도르 옆에서 언제든지 싸울 수 있다. 이게 최선의 방법은 아닐까?”
“유유코… 너…”
작게 중얼거린 친구의 말을 유유코는 무시했다. 이제 이 회담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존재는 사이교우지 유유코 단 한 명 뿐이었다.
“도르, 당신은 유카가 소중한 사람을 덮치려고 하면 어떻게 할거야?”
갑작스런 질문에 도르는 순간 당황했지만,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런 건 용서 못해.”
“그래, 문제없네.”
진심으로 즐거운 듯이 유유코는 손뼉을 쳤다.
“그렇다면 이제 회담은 끝. 카자미 유카의 처우는 도르의 옆에 있게 하는 것. 반대 의견 있을까?”
“위험해요. 지금 당장 죽여야해요.”
끝을 내려던 유유코의 말을 곧바로 자르고 아야는 반대했다. 지체하지 않고 발론했다.
“마지막에는 이겼지만 앞으로도 이길지 알 수 없어요. 그런 상대에요 카자미 유카는. 그런 괴물을 도르 옆에 둔다니-”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야.”
그러나 그 반론은 오래가지 않는다. 곧 스이카가 아야의 의견에 반박한다. 그녀의 단 하나의 신념을 바탕으로, 말을 계속한다.
“몇 번이고 해도 카자미 유카는 도르에게 이길 수 없어. 그리고 도르 옆에는 내가 있어. 어설픈 짓은 못하게 할거야.”
“하지만-”
그래도 아야는 물러서지 않는다. 옛 상사인 스이카를 상대로도 필사적으로 반박한다. 그러나 스이카는 아야의 말에 더 이상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한 요괴도 마찬가지이다.
“유카리, 뭐 다른 의견 있어? 그대의 ‘은인’인 도르 스칼렛과 도르의 절친 이부키 스이카가 카자미 유카를 감시한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 같은데?”
유유코에게 이미 이 이야기는 끝이다. 아무리 아야가 반박하려 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래, 그렇네.”
마치 자기자신을 타이르듯 하는 말에 카구야가 일어섰다. 절망스런 표정으로, 아야는 카구야를 응시했다.
“애기는 끝이야. 도르, 나는 조금 화났어. 왜 그때 식신으로 불러주지 않은거야? 그러면 시간을 멈춰서라도 도우러 갔을텐데…”
“아… 미안해 카구야. 깜빡 잊었어.”
주머니에서 인간형의 식신을 꺼낸다. 그 모습에 어이 없어하면서도 카구야는 도르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뜨는 도르를 보고 웃으면서, 카구야는 말했다.
“다음에는 꼭 불러줘. 당신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 지 알아?”
“응, 미안해 카구야.”
“괜찮아. 나중에 감미처에서 상대해주면 봐줄게. 다음에 또 봐.”
“응! 조심히 가!”
그때까지 도르와 카구야의 대화를, 에이린은 무표정으로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손을 흔들고 집을 나가는 카구야와 에이린. 문이 닫히고,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아야였다.
“도르, 제발, 다시 생각해봐.”
“아야…”
진심으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아야는 도르에게 호소한다. 유유코보다 좋은 의견을 낼 수 없는 지금, 상황을 뒤집으려면 도르에게 의지하는 수 밖에 없다. 카구야는 사라졌지만, 도르의 결정이라면 그녀도 불만은 없을 것이다.
“아야, 이제 포기해.”
“하지만… 하지만…”
마리사가 제지하지만 아야의 마음은 이미 망가져간다. 이 자리에서 아야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도르의 집에 환상향의 유력자가 모인다고 들었을 때, 아야는 기대했다. 그리고 모인 멤버를 흘끗 보고 아야는 확신했다. 복수가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기뻤다.
누구나 도르를 소중히 생각한다. 그런 도르에게 상처를 준 카자미 유카를 용서할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야는 그 도르를 계산에 넣지 않았다.
도르의 한 마디로 상황이 달라졌다. 아니, 그 이전 유유코의 발언에서 결론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쐐기를 박은 것은 확실히 도르의 말이었다.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 한 마디로 중립이었던 스이카와 카구야와, 심지어는 반대했던 앨리스조차도 입장을 바꿨다. 아야의 기대는 배신당했다.
그렇다면 복수를 이루기 위해선…
“부탁이야 도르, 나는 양친을 그녀에게 살해당했다. 죽이고 싶을 만큼 밉다고!”
“야 아야!”
마리사가 잡은 손을 뿌리치고 아야는 도르에게 달려들었다. 도르의 양 어깨를 붙잡고 호소한다.
“나를… 나를 위해 죽이…”
“적당히 해!”
찰나, 아야는 나가떨어져 벽에 들이받았다. 당황한 마리사가 아야를 확인한다. 아야가 올려봤을 땐 분노의 표정을 짓고 있는 스이카와 조금 겁 먹은 모습의 도르였다.
“샤메이마루 아야.”
타이르듯 무게 있는 말에 아야는 반사적으로 그 쪽을 보았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났는지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사이교우지 유유코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어붙을 듯한 차가운 시선으로.
“그대의 마음도 조금 이해합니다. 그래도 너무 과했네요.”
도르에게 죽음을 연상시키는 말을 한 것이다. 스이카도 화를 내고, 유유코도 적잖히 과민반응하고 있다.
고개를 숙여 도르를 보지 않고, 아야는 중얼거린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대답해줘 도르.”
마지막으로 매달리듯 아야는 도르를 본다. 겁 먹은 표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아야도 볼 수 있었다.
“생각을 바꿀 마음은… 없어?”
그 말에 도르는 울상이 되었다. 그래도 아야는 대답을 기다렸다. 신에게 기도하는 심정으로 도르를 응시했다.
이윽고 도르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래… 라고 중얼거리고 아야는 천천히 일어섰다.
“최악이야.”
내뱉은 그 말에 도르는 멍하니 아야를 봤다. 아야는 지금까지 도르에게 지은 적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카를 만났을 때와 같이 원망하는 표정으로 도르를 보고 있었다.
“위선자년… 절대 용서 안한다.”
도르의 큰 눈동자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순간적으로 아야는 얼굴을 찡그렸지만 곧 방을 뛰쳐나갔다. 그녀를 부르는 마리사와 앨리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하늘로 날아갔다. 방안에는 도르가 고개를 숙이고 오열하고 있었다. 위로하려는 스이카의 손을 뿌리쳤다. 놀라는 스이카에게 도르는 웃어보였다.
“어쩔 수 없어… 어쩔수 없어. 아야에게 원망받아도 어쩔 수 없는 짓을 내가 했으니까.”
아야의 기분은 괴로울 만큼 알고 있었다. 그래도 도르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유카를 죽이자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복수를 하면 아야는 텅 빈 존재가 되버린다. 나중에 그런 변명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도르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의견과 아야의 의견이 충돌해서 이렇게 된 것이다. 그뿐이다. 그 뿐인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미안해… 미안해요…”
도르가 할 수 있는 것은 떠나간 아야에게 사과하는 것 뿐이었다. 환상향에 와서 처음으로 도르는 혼자 울었다. 몇 시간이고 몇 시간이고 울었다.
“무슨 속셈이야, 유유코.”
울고있는 도르는 스이카에게 맡기고, 유유코, 유카리, 앨리스, 마리사는 차례로 집을 떠났다. 앨리스, 마리사와는 중간에 헤어져 현재 유카리는 유유코와 명계로 향하는 중이다. 스키마를 사용하면 곧바로 갈 수 있지만, 유카리는 그것을 하지 않았다. 유유코도 그것을 아는 듯 하여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뒤에서는 요우무가 조용히 따라오고 있다. 왜 유카리가 유유코와 같이 행동하는지 그녀는 잘 알 것이다.
명계를 천천히 거닐면서, 유카리는 그 집에서 들을 수 없었던 걸 유유코에게 듣기로 했다. 유유코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유카리는 알고 싶었다.
당초 유카리는 카자미 유카를 제거할 생각으로 회담에 참여했다. 도르의 일을 빼고 생각하더라도, 그러한 능력과 성격은 환상향에 해만 될 뿐이다. 친구인 유유코도 그렇다 생각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다. 유유코는 교묘한 말로 그 자리의 모두를 유도하여 유카의 처분을 도르가 감시하는 지극히 가벼운 것으로 바꾸었다. 그것이 유카리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 유유코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유카리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아직도 모르는구나… 아무래도 나는 야쿠모 유카리라는 요괴를 과대평가하고 있었나 보네.”
그것은 이쪽이 할 대사라고 유카리는 말하고 싶었다. 적어도 유카리가 알고 있는 생전의 사이교우지 유유코는 밝은 성격이었지만, 이런 의미심장한 말은 하지 않았다. 되살아나고 죽음에 관한 강력한 힘을 가져도 대요괴로서 도움이 되 줄 거라고 믿었다.
“유카리, 이번에 카자미 유카는 도움을 받았어. 원래라면 그녀는 거기서 죽었을 거야. 그런데 왜 살았을까?”
“그야 네가…”
“아니라고?”
유카리의 대답을 유유코는 즉시 부인했다. 유카리가 의아한 표정을 짓지만, 유유코는 말을 계속한다.
“확실히 나는 카자미 유카가 살도록 이야기를 유도했다. 하지만 유도만 했을 뿐이야. 유카리, 여기까지 얘기해도 아직 모르겠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눈을 크게 떴다. 뒤엉킨 사고가 순식간에 깔끔해진다. 알 것 같다. 확실히 유유코는 카자미 유카가 살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도만 했을 뿐이다.
“그 회담의 결론을 낸 건 내가 아냐. 그 카라스 텐구가 가장 잘 알거야. 그리고,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 이제 알겠지?”
유유코는 멈춰서서 가만히 유카리를 바라봤다. 그 연분홍색의 입술로 대답했다.
“도르의 한 마디로 카자미 유카는 살아난거야.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
휙 그 자리에서 한 바퀴 회전한다. 행동은 천진난만한 소녀지만, 표정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그 후에 이어질 말을 유카리는 잘 알고 있었다.
“그 한마디로 이부키 스이카도, 호라이산 카구야도, 앨리스 마가트로이드도 의견을 바꿨어. 아니, 정확히는 결정했다고 하는 편이 옳겠네. 그리고 야쿠모 유카리, 본래라면 중립이여야 할 너조차도.”
“아니, 나는…”
“지금까지 전혀 깨닫지 못한 게 증거야. 유카리, 아무리 그래도 그 아이를 너무 아끼는 건 아닐까.”
몽둥이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유카리를 덮쳤다.
“그 아이의 한 마디만으로 그만큼의 전력이 움직이는 거야. 그것이야말로 환상향을 멸망시킬 수도 있어. 잘 알고 있지? 물론 그 아이는 싸움은 원하지 않아. 평화로운 세계를 희망하고 있지. 하지만 그것이 언제 바뀔지 몰라.”
유유코의 말에, 유카리는 분명히 부정했다.
“아니, 도르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
“그래. 도르는 그런 일 안하겠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난 믿어. 하지만 그 주변은 달라. 아직도 모르겠어? 저 무력한 흡혈귀 하나를 길들이는 것 만으로 환상향의 절반을 손에 넣는 거라고?”
이부키 스이카와 호라이산 카구야.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전력이다. 도르 개인의 힘은 없지만 그 둘의 힘을 얻는 것 만으로도 도르의 가치는 치솟는다. 도르를 공포로 굴복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걸 스이카가 용인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녀는 악의에 너무 약하다. 거짓말을 믿을 만큼 순수하고 지나치게 친절하다. 그녀를 구슬리는 방법은 수 없이 많다.
“게다가, 유카리,”
머릿속에서 현재 도르의 상황을 정리하는 유카리에게 유유코는 말했다.
“솔직히 나는 도르를 완전히 믿지 않아. 그 아이는 자신의 몸 속에 몸의 원래 주인인 플랑도르 스칼렛이 있고, 그녀를 풀어주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했지. 나는 그게 사실인지 의심스러워.”
“…도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거야?”
유유코는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그 아이가 그런 일을 할 것 같진 않아. 게다가 그런 거짓말을 해도 그 아이에게 이득이 없어. 하지만 증거가 없어. 아니, 증명할 방법이 없어. 너도 모르는 것을 알 수 있는 요괴가 또 있을까? 도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상한 점이 많아. 심지어 이미 그 아이가 속아서 자신의 안에 플랑이 있다고 믿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누군가 도르를 조종하고 있다고?”
꽉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누가, 무엇을 위해.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손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야. 어쩌면 그 아이의 마음이 망가져서 자기 안에 플랑이 있다고 현실을 도피하는 것일지도 몰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어.”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잖아. 물론 도르의 말이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유카리의 말대로다. 지금까지 유유코의 말의 근거는 너무 적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말한 것 뿐이다. 하지만 유유코는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띄엄띄엄 말하기 시작했다.
“난 오래전부터 궁금했어. 왜 그 아이는 플랑에게 몸을 돌려주기 위해 애쓸까? 왜 그렇게 열심인 걸까. 그 일면만 보면 그녀의 상냥함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 도르는 착하고 좋은 아이니까. 그렇지만, 문제는 그게 아냐. 만약 플랑에게 몸을 돌려주면 도르는 어디로 가는거지?”
“그건…”
유카리도 그것을 생각했다. 도르가 목적을 달성하면, 어디로 갈 것인가? 도르의 원래 육체는, 그녀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역할을 다 한 날에는…
“사라지겠지.”
유카리가 말하지 못한 말을 유유코는 시원스레 말했다. 옆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표정은 어딘가 근심을 띄고 있었다.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치만 그 아이의 입에서 그런 소리를 들은 적 있어?”
유유코의 말에 유카리는 깜짝 놀랐다. 이미 도르가 플랑의 일에 관해 알아본 지 상당히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는 모르는 것 같다. 플랑에게 몸을 되돌려주면 자신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가능성이 점점 커져가는 것도.
“마을에서는 감미처을 통해 여러 인요들과 접촉하고, 집에 가면 스이카라는 따뜻한 가족도 있어. 이변의 해결에 공헌한 덕에 나나 유카리, 영원정의 멤버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었지. 지금까지 못해본 일을 그녀는 다 할 수 있어. 지금까지 맛볼 수 없었던 세계, 도르 스칼렛에게 있어 최고의 세계. 그 아이는 최고의 행복을 맛보고 있겠지… 그런데 플랑에게 몸을 돌려주고 사라진다고?”
그 질문에 유카리는 대답할 수 없었다. 도르가 행복해 보이는 것은 유카리의 눈에도 분명하다. 그런데 그녀는 필사적이다. 플랑을 되돌리기 위해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원래 플랑에게 몸을 돌려준다는 목적 자체가 이상해. 지금 그 아이에게 그 목적만 이상한거야. 마치 도르라는 존재에 억지로 끼어들어간 목적같아.”
확실히 이상하다. 지금의 도르가 사라질 지도 모르는 목적. 삶을 원하는 소녀에게 있어 죽음을 이끄는 목적. 게다가 도르는 그 죽음을 생각지도 않고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이 거짓이라면 당연히 그 아이 안에 있다는 플랑도 거짓말. 즉, 그 목적이 없다면 도르 스칼렛의 위화감은 사라져.”
오랫동안 누구도 도르 속 플랑의 존재는 지각하지 못했다. 전부 도르가 그렇게 말하고 있기에 믿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원래 그런 존재가 없다.
유카리는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유유코와 카구야도 오랜 시간을 살아왔지만 도르같은 요괴는 본 적이 없다. 그것이 모두 거짓말이라면 설명이 된다.
유카리 속의 도르의 이미지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목적이 거짓말인게, 진짜 그녀의 목적이라고 나는 생각해. 그 아이의 마음이 망가진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아. 누가 무슨 목적으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를 너무 믿는 건 그 누군가의 의도에 빠지는 거야. 눈을 떠, 유카리.”
도르의 속에 플랑은 없다. 누군가 도르에게 암시를 걸어 그렇게 생각하게 하고 있다. 그것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그것을 간파할 수 없는 것일까. 다시 유카리는 생각에 빠진다.
유유코가 말한 것이 맞는지 유카리는 알 수 없다. 그것을 판단하기엔 정보가 너무 적었다.
“그것에 관해서는 몰라. 유유코의 말이 맞을 수도 있고, 도르의 말이 전부 사실일수도 있어. 지금은 모르겠어. 생각해볼게. 하지만 그러면 너는 왜 유카를 도왔지? 도르의 영향력을 보이는 게 목적이라면, 리스크가 너무 커. 만약 유카가 도르와 다시 싸우면 도르는 이길 수 없을지도 몰라.”
서둘러 유유코를 쫓으며 유카리는 뒤에서 말을 던졌다. 유카리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도르의 지금까지의 발언과 유유코의 고찰 모두 좀 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유유코의 목적은 방금 알 수 있었다. 유카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도르를 경고하는 것. 하지만 그대로 유카를 제거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것 아닌가.
“이부키 스이카도 그랬지? 몇 번을 해도 도르의 승리라고.”
“그건 스이카가 도르를 믿으니까. 회피하지 마 유유코.”
유유코의 말을 유카리는 곧 비난한다. 스이카는 도르를 믿는다. 가족으로서 그녀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신뢰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유코는 다르다. 그것을 유카리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고개만 뒤로 돌려 유유코는 유카리에게 미소지었다. 깨끗한 미소는 생전의 것과는 동떨어져 보였다.
“그래, 다음엔 질 지도 몰라.”
“그러면 그건 곧 환상향의-”
“저기 유카리, 아까의 대답이야.”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리며 유유코는 유카리의 말을 막았다. 유유코는 춤추듯 이상한 음색으로 유카리에게 대답했다.
“나는 카자미 유카의 위험과 너에게 도르의 영향력을 경고하는 것, 그 두 가지를 저울에 놓고 더 큰 쪽을 택했을 뿐이야. 작은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는 건 대요괴 실격이야.”
유카리가 이해하지 못해도 유유코는 확실히 대답한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그녀는 걷는 속도를 조금 높여 명계의 어둠에 녹아들었다. 그 등을 유카리는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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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도르에게 말거는 플랑의 말과 다른 캐릭터의 속마음 모두 ‘’로 표시했지만 앞으로 도르 머리에만 들리는 플랑의 말은 「」로 표시하려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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