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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도르 스칼렛 36화: 날 수 없는 무녀와 마음의 힘
동방화영총
난이도 Extra
동행자 샤메이마루 아야
10. 날 수 없는 무녀와 마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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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 보니 신사의 위화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주거의 불이 꺼져 있다. 부재중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 도르는 주거의 뒤편으로 돌아갔다.
주거의 뒤에는 공간이 조금 있다. 왠지 레이무가 그곳에 있다는 느낌으로 도르의 발은 자연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대로 레이무는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집 뒤에는 청소용구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레이무는 청소용구를 들고 있지 않았다.
아니, 청소용구는 물론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뛰고 있었다. 날고 있던 게 아니라, 도움닫기를 하며 뛰고 있었다.
그건 이상한 광경이었다. 몇 번이나 뛰곤 땅에 부딪힌다. 레이무는 그것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강박에 사로잡힌 듯 같은 일을 반복하는 레이무를 보며, 도르에겐 의문이 떠올랐다.
왜 레이무는 날 수 있을 텐데 날지 않는 것일까, 라고.
처음엔 높이 뛰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것보다 뛰는 것이 더 편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도르는 물었다.
“레이무? 뭐… 하는 거야?”
순간 레이무가 쳐다봤다. 얼굴에 진흙이 묻은 채 옷도 너덜너덜해진 레이무가 반야같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도르는 그 표정을 보고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가 도르를 덮쳤다.
“도르, 왜… 왜 여기 있는거야?”
“어… 레이무에게 이번 일을 사과하고 싶어서…”
“…별로 신경 안 써. 지금은 누구하고도 얘기하고 싶지 않아. 미안하지만 돌아가.”
“그, 그치만…”
놀라울 정도로 레이무는 차가웠다. 그래도 도르는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신경한 한마디를 하고 말았다.
“저기 레이무… 혹시 날 수 없게 된 거야?”
실언이었단 것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완전히 도르에게 등을 돌리고 있던 레이무는 다시 뒤돌아봤다. 이번에는 분노의 표정으로. 그대로 빠르게 도르에게 접근했다.
“그래! 유유코랑 싸운 후에 위화감이 느껴졌어. 카자미 유카랑 싸울 땐 더 이상 마음대로 날 수 없었고, 싸움 이후에는 완전히 날 수 없게 되었어. 하늘을 나는 정도의 능력이 사라졌어.”
“뭐… 그러면 같이 연습해서 다시 날 수 있도록…”
도르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번개같은 움직임으로 레이무는 도르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내던졌다. 등에 오르는 충격에 도르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러나 레이무는 보지 않은 듯 했다.
“태평하고 좋네 도르 스칼렛!! 날지 못하는 나 대신 카자미 유카를 쓰러트리고, 이변을 해결하고, 이번엔 나까지 돕는 거야? 구역질이 날 만큼 상냥하네. 너의 그 의식없는 말은 다른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고! 으으… 거슬린다고! 자기가 더 우월하다고 넌지시 말하는 것 같아서 짜증난다고!”
“그, 그렇지 않아!”
변명하는 도르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레이무는 도르를 그대로 옆으로 던졌다. 중심을 잃고 땅바닥에 쓰러진다. 무릎을 긁히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레이무의 말에 받은 마음의 상처가 더 깊었다.
“다가오지 마! 이제 너랑은 전혀 관계없어! 난 모든 것을 잃었어. 능력도 잃고, 하쿠레이의 무녀도 그만두게 되겠지. 요괴 퇴치를 할 수 없는 무녀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분노에 물든 레이무의 눈이 도르를 바라보며 일그러졌다. 그 눈은 정상이 아닌 탁한 빛을 띄고 있었다.
“그래! 네가 무녀를 하면 되겠네! 흡혈귀 무녀라니 멋있잖아! 나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겠지. 틀림없이 모두 기뻐할 테고! 나 따위는 금세 잊고, 모두들 너만 기억하겠지.”
“무슨… 말이야…”
레이무의 얼굴을 보고, 도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레이무는 울고 있었다.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우는 것을 숨길 생각도 없이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울고 있었다.
“괜찮잖아. 다들 행복하고! 내가 죽든말든 상관 없잖아!”
“그렇지 않아…”
점점 비굴해져가는 레이무의 발언을 지금의 도르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부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도르가 보이지 않는 듯 레이무는 목청껏 운다. 금방이라도 망가질 듯한 미소로.
“아무것도 없는 나같은 건 없어져도 좋잖아! 어차피 잊혀질 테고, 있어도 의미도 없는데! 이렇게 보기 흉하게 연습한다고 해도 사라진 것은 돌아오지 않아! 쓸데없잖아! 내가 없어졌다고 누구도 슬퍼하지 않을 텐데!”
“내가! 내가 슬퍼해!”
목이 쉬어도 상관없다. 목이 메어도 상관없다. 도르는 울먹이며 최대한 목청껏 외쳤다. 평소의 도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소리에 자포자기했던 레이무도 놀란 고양이같은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슬퍼하지 않는대도 레이무가 사라진다면 내가 슬퍼할거야! 매일매일 울거야! 잊을 리 없어! 잊을 수 있을 리도 없어! 비록 레이무가 능력을 잃어도, 하쿠레이의 무녀가 아니고 하쿠레이 레이무가 아니라고 해도 난 절대 잊지 않을거야!”
“…도르는 몰라! 날 수 없게 된 내 마음을 알 리가 없잖아!”
당황한 레이무가 외쳤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의 도르를 과소평가했다. 도르는 이제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 그러면 나도 날지 않을래! 레이무랑 같은 게 좋아! 이런 날개 따윈 필요없어!”
오른손을 뒤로 돌려 날개를 잡는다. 차랑 소리가 나는 그것을 최대한 세게 끌어당겼다. 통증으로 비명이 나올 것 같았지만 참았다.
“뭐, 뭐하는거야! 그만하라고! 그런 짓 해도 전혀 기쁘지 않-”
찰싹 소리가 들렸다. 날개에서 손을 뗀 도르는 최대한 세게 레이무의 뺨을 때렸다.
충격에 빠져있는 레이무를 향해 소리쳤다.
“나도 레이무가 그런 말을 한다고 기쁘지 않아! 뭐가 자기가 사라져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다는건데! 누가 잊는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읏…!”
레이무도 곧바로 도르의 뺨을 때렸다. 너무 강한 힘에 도르는 순간적으로 넘어졌다.
“네가 뭘 알아! 넌 모든 걸 갖고 있잖아! 너는 날 수 있는 능력도 있고, 카자미 유카를 쓰러트릴 힘도 있고, 든든한 아군도 있잖아!”
“레이무도!”
아픈 뺨을 부여잡고 도르는 레이무를 노려보았다.
“레이무도 힘이 있잖아! 유유코를 봉인한 것도 레이무의 힘이고! 유카를 이길 수 있던 것도 레이무가 있었기 때문이였고! 게다가, 게다가… 나는 든든한 아군이 될 수 없는거야?”
세찼던 목소리는 끝에 가서는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아졌다. 그대로 레이무의 어깨를 매달리듯이 잡고, 도르는 타이르듯이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투명한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레이무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도르의 말이 천천히 레이무의 마음에 스며든다.
“나는 레이무의 힘이 되고 싶어. 알고 있어? 홍마관에서 레이무가 나한테 언제든지 오라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구원을 받았는지. 그 때, 그 후에도 레이무한테 몇 번이나 도움을 받았어. 그러니까 난… 이번엔 내가 레이무를 돕고 싶어. 내가 큰 도움을 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눈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도르는 굳은 의지가 담긴 눈으로 레이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레이무의 마음을 흔든다.
“도르가… 도르는 도와줄거야?”
레이무의 눈을 보고 도르는 명확하게 대답했다.
“도와 줄게. 그러니까 함께 노력하자.”
“함께…?”
함께 노력하자는 한마디로 레이무의 마음의 벽은 허물어졌다. 억지로 가둔 감정이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레이무의 어깨가 떨린다.
“말한적 없어… 마리사한테도… 유카리한테도…”
“…”
눈에서 뚝뚝 흐르는 눈물이 땅바닥을 적셨다.
“무서웠어… 능력이 사라졌단 걸 말하는 걸… 요괴를 퇴치할 수 없다는 걸… 내가 부정되는 것 같아서… 설자리가 없어져 버리는 것 같아서… 아무에게도…”
도르는 작은 몸으로 레이무의 머리를 감쌌다. 상냥하게, 부드럽게 감싸 등을 쓰다듬었다.
“도와달라고 외치고 싶었어! 누군가 도와주길 바랬어! 카자미 유카 때도, 그 후에도 계속… 계속… 불안했어…”
“그래… 그래…”
도르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레이무를 껴안아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도와줘… 도와줘 도르…”
“그래, 도울거야. 절대로 도울거야. 함께 힘내자.”
“함께…”
이날 레이무는 누군가의 앞에서 처음으로 큰 소리로 울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천재라고 치켜세워지며 지나친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누구에게도 약점을 보이지 않은 레이무. 더 이상 날지도 못하게 된 그녀지만 대신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드디어 그녀의 나이대의 소녀가 가질 공간이 생긴 것이다.
도르 스칼렛 앞이라는, 그녀만의 장소가.
“제발… 부탁이니까 잊어줘…”
그로부터 몇시간 뒤 레이무와 도르는 주거의 툇마루에 앉아 있었다. 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두 명의 옆에는 차와 과자가 놓여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처럼 흐느껴 울던 레이무였지만, 곧 평정을 되찾자 그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그 홍조는 툇마루로 이동할 때까지 수그러들지 않았다. 지금도 지난 번의 일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못 잊을 것 같은데… 엄청 귀여웠고.”
“그 상냥한 미소가 지금은 괴로워…”
어깨를 푹 떨구며, 레이무는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무의 약한 부분을 알게되어 도르는 기뻤다.
조금 짖궂은 것도, 이번엔 용서해주길 바란다. 그치만, 레이무, 지금 귀엽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도르는 생각을 전환한다. 레이무의 현재 상황, 그리고 그것이 일어난 원인을.
“그러면 레이무, 언제부터 능력이 사라진거야?”
“음, 분명히 스이카의 건이 끝나기 조금 전부터였나? 그때부터 날 때 위화감이 들었어…”
스이카의 건은 얼마 전 봄, 그때부터 이미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 이후 카자미 유카의 건으로 인해 이젠 여름이 끝나기도 전에 그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다.
“지금은… 그… 전혀 날 수 없는거지?”
조금 말하기 거북한 듯 도르는 물었다. 말을 돌려서 하려고 했지만, 도르에겐 그럴 어휘력이 없었다.
그러나 레이무는 전혀 개의치 않고 답한다.
“그래. 전혀 날 수 없어. 그렇다고 해도, 별로 신경 안 써도 돼. 이제 홀가분해졌어. 누군가가 상냥한 덕분에… 능력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봐도 돼.”
“그렇구나…”
레이무의 말을 바탕으로 도르는 다시 생각한다. 능력이 사라져 버렸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 환상향에 존재하는 능력을 도르는 책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정도의 능력”
환상향에서 능력이라면 기본적으로 그것을 나타내는 정도로 생각해도 좋다.
이 세계에 사는 주민들은 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왜 “정도의 능력”이라고 부르는지는, 간단하다.
예를 들어 눈앞의 레이무. 그녀가 가진 능력은 “주로 하늘을 나는 정도의 능력”이다.
마리사는 “마법을 쓰는 정도의 능력”, 앨리스는 “인형을 조종하는 정도의 능력”이라는 식으로 “정도의 능력”이 어미에 반드시 붙는다.
그렇지만 도르는 이 정도의 능력이라는 표현에 대해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확실히 아까 언급한 세 명은 “정도”라고 붙여도 좋을지 모르지만, 예를 들면 그녀의 가족인 이부키 스이카.
그 능력은 “밀도를 다루는 정도의 능력”이고, 요괴의 현자, 야쿠모 유카리는 “경계를 조종하는 정도의 능력”, 영원의 공주, 호라이산 카구야는 “영원과 수유를 다루는 정도의 능력”이다.
말만으로는 어떤 능력인지 모르겠지만, 스이카 왈 “모을수도 있고, 뿌릴수도 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또 유카리 왈 “모든 경계를 만질 수 있어.”
모든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전부다. 게다가 카구야도 말하길 “내 능력은 확실히 이해하기 어렵네. 뭐 간단히 말하면 시간을 굉장히 짧게 하거나 매우 길게 하거나 할 수 있는거야.”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도르가 생각한 것은 하나. “정도가 뭐지?”라는 생각이다.
그 밖에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반칙 급 능력의 소유자가 많다.
게다가 그 대부분이 쉽게 설명한 뒤 “뭐, 그 밖에도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지만.”라고 적당히 말하기 때문에 더욱 성질이 나쁘다.
그리고 이 능력의 곤란한 점은, 원래부터 발현하지 않는 사람이나 요괴도 있다는 것이다.
개인에 따라 능력의 강함은 다르지만, 사실 도르 스칼렛은 이 정도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원래 정도의 능력은 어떻게 판별하는지 모르지만, 유카리가 말하기를 자신에 대해 “정도의 능력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고 한다.
그런 간단한. 라고 생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행해 본 결과 변화없음이었다.
들리는 것은 플랑의 목소리 뿐. 즉 도르에게는 정도의 능력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마을에도 그런 사람이 많기 때문에 따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진짜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치만 혹시 모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도르는 다시 책의 내용을 떠올린다.
수많은 정도의 능력에 관한 책을 읽었지만 그 중 능력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언급하는 책은 하나도 없었다.
그보다, 정도의 능력은 진화도 퇴화도 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성장하는 경우는 있어도 능력 그 자체가 변하는 경우는 없다.
즉 레이무의 “주로 하늘을 나는 정도의 능력”이 “과자를 만드는 정도의 능력”이 될 수도 없고, 갑자기 도르에게 “과자를 만드는 정도의 능력”이 생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뭐야 과자를 만드는 능력이라니, 정말 멋지잖아.
또다시 탈선해버리는 생각을 바로잡고, 도르는 다시 고민한다. 레이무가 괜찮을까 이 아이…라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착각일 게 틀림없다.
즉 “정도의 능력”이 사라진 전례를 도르는 모른다. 하지만 도르에겐 이미 해결방안이 있었다. 지금의 레이무만, 레이무밖에 할 수 없는 해결방안이.
“저기, 레이무. 우선 능력이 아니라, 하늘을 날 수 있게 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하늘을 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즉 나는 것을 기억하고 그 후에 능력을 되찾는다고?”
과연 하쿠레이의 무녀이다. 머리 회전이 빠르다. 도르의 말에서 순식간에 해답을 얻은 레이무는 수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한다.
“확실히 좋은 생각일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나는 방법을 모르겠어. 전에는 적당히 왠지 날고 있었으니까. 도르는 날개로 날고 있지? 움직이고 있고.”
“응? 아니, 날개는 관계 없어.”
확실히 도르가 날 때 등의 보석의 소리가 난다. 하지만 반드시 날개를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걸을 때 손이 움직이는 것과 같다.
그것을 레이무에게 설명하면 그녀는 납득한 듯 했지만 곧 언짢은 표정으로 도르의 뺨을 꼬집었다.
“그건 말하자면 날개가 없어도 날 수 있다는 거잖아. 아까 날개를 뜯으려고 한 건 뭐야.”
“아, 아니, 아까 그건 흥분해서… 아파! 아프다니까!”
레이무의 손으로부터 해방되어, 눈물을 글썽이며 도르는 뺨을 문질렀다. 틀림없이 빨갛게 변했을 것이다. 심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레이무를 보자 그녀는 토라진 듯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레이무… 화났어?”
“…하아, 뭐, 조금 나긴 했지만 도르는… 그… 나를 받아줬잖아?”
“레이무… 레이무…!”
“잠깐, 하지마! 아, 너, 볼이 매끈매끈… 이 아니라!”
레이무의 말에 감동해 볼을 비비던 도르를 레이무는 필사적으로 떼놓는다.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거친 숨을 내쉬며 레이무는 중얼거렸다.
“너랑 있으면 항상 이렇게 된다니깐… 어쨌든, 너도 어쩐지 날고 있는 거면 이건 도움이 안되는 거 아니야?”
“응, 어째서 날고 있지만 왜 날고 있는지는 알 수 있어?”
“응?”
힘차게 발을 굴러 땅에 착지한다. 그대로 레이무를 돌아보며 도르는 천천히 떠올랐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그리고 레이무…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요력이 없어.”
“그래, 전혀.”
“윽… 물론 마력이나 영력도 없어. 아, 방패나 치유술은 별개야. 파츄리 왈 그건 마력이 아닌 거 같다고 했으니.”
아직도 알 수 없는 방패와 치유술, 두 가지 힘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도르는 장난스레 웃었다. 그 모습에 레이무는 대답을 재촉했다.
“장난치지 말고 알려줘.”
“응. 그러면 레이무. 나는 어떻게 날고 있는 걸까?”
“뭐? 그야 요력을-”
까지 말하고 레이무는 깨달았다. 요력을 이용하여 하늘을 난다.
과거에 하쿠레이의 무녀가 영력으로 비행하던 것처럼 요괴는 그렇게 하늘을 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눈앞의 흡혈귀 소녀도 물론 똑같다고 단정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관점으로 보면 있을 수 없다. 비행 수단인 요력이 전혀 없는 도르가 날 수 있는 것은.
“잠깐만, 이제 와서지만, 대체 어떻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인데, 아마도 나는 일에 관해선 마력도, 요력도, 영력도 필요없는 것 아닐까.”
참신한 발산에 레이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비행에 요력도 영력도 필요없다니 들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확실히, 생각해보면 비행의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해명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가능성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레이무는 그 의견을 반박할 존재를 하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면 마리사는 어떤데? 그 녀석은 빗자루가 있어야 하늘을 날잖아.”
“어, 음, 뭐, 그렇긴 한데…”
반대 의견을 내면서도 레이무는 자신의 의견에 그렇게 자신하지 않았다.
마리사가 할 수 없는 것과, 도르가 할 수 있는 것은 설득력이 다르단 것을 레이무는 마음 속 어딘가에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도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레이무의 불완전한 반대 의견 따위는 아랑곳않고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여기는 환상향. 마음이 아주 중요한 곳. 유카리 씨는 그렇게 말했어. 그러니까 마음만으로도 사람은 날 수 있다고.”
그것은 요괴의 현자 야쿠모 유카리의 말버릇. 이 환상향에서 중요한 것은 힘도, 능력도, 기술도 아닌 순수한 마음이라고.
유카리는 그렇게 믿고, 몇 번이나 그 취지를 말했다. 그것을 도르는 잘 알고 있다.
“여기와서 특별한 일은 하지 않았어. 그냥 처음 플랑이 날 수 있단 걸 알고 나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했어. 나는 날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날 수 있던 게 아닐까.”
매우 참신한 발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레이무는 어딘가 납득하고 있었다. 도르가 날 수 있는 이유. 대충 끼워맞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형편좋게 해석했다고 해도 레이무는 그것을 믿었다.
천천히 땅으로 내려와 걸어서 다가온 도르는 레이무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싱글벙글 웃으며 도르는 레이무에게 제안했다.
“그러니까 나는 걸 같이 연습하자. 나랑 함께!”
밤하늘의 별빛 아래에서 보인 도르의 웃는 얼굴을 환한 일등성 같았고, 레이무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환상향에서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은 그 마음의 힘으로 하늘을 날고 있다.
이 발언이 많은 이들을 움직이는 계기가 될 만큼 중요한 것임을 도르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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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 그녀는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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