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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도르 스칼렛 13화: 춘설이변의 끝
동방요요몽
난이도 Very Easy
동행자 앨리스 마가트로이드
3. 춘설이변의 끝
앨리스의 몸에서 꽃잎이 나왔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작은 병에서 나왔다. 그것은 바람을 타듯 저택으로 흘러간다. 유유코의 몸에서 나온 벚꽃잎 역시 저택으로 흘러가는 듯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요우무가 소리쳤다.
“유유코 님?! 유유코 님!!”
주인의 몸을 안고서 요우무는 필사적으로 유유코를 흔들고 있었다. 진지한 그 모습에 도르는 밑으로 내려오고 레이무도 이쪽을 돌아보았다
“무, 무슨 일?”
“유유코님이 싸늘해… 어째서…”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요우무의 대사에서 도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겨우 이해했다.
“죽었…다고? 그럴 리가…”
방금 유유코의 싸움을 도르는 분명히 보고 있었다. 격렬한 싸움이 있었지만 레이무가 죽을만큼 강하게 공격했다는 것일까? 도저히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야 레이무! 저기…”
마리사의 말에 도르를 포함한 모두는 백옥루 쪽을 보았다. 그리고 모두 말문이 막혔다. 무서운 속도로 앞마당에 있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어느새 봄의 벚꽃잎들은 그 나무에 흡수되고 있는 것 같고 요우무의 몸에서도 대량의 봄이 빨려나가고 있다. 거대한 나무는 점점 성장속도가 빨라져 이윽고 저택의 일부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성장 때문으로 생각했지만, 곧 그렇지 않은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거대한 나무는 뿌리를 이용해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저택을 파괴했다. 그것은 도르가 알던 벚나무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래서 내가 그랬잖아, 보통 나무일 리가 없다고.
앨리스는 진심으로 질색이라는 얼굴을 하며 나무를 바라본다. 하지만 다음 순간, 엄청난 양의 탄이 벚나무에서 방출되었다.탄의 양은 아까 본 유유코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였다. 다들 상황이 더 안 좋은 것을 느꼈는지, 앨리스는 인형을 세 개로 늘리고 도르를 보호한다. 레이무도 도르를 지키기 위해 탄을 발사해 격추시켰다.
두 사람의 도움으로 도르 근처에 탄이 올 걱정은 전혀 없었다. 마리사도 탄막의 비를 바라보며 돌진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사쿠야도 적이 바뀌었다고 중얼거리며 칼을 겨눈다.
하지만 그 칼을 던질 수는 없었다. 벚나무가 위력은 낮지만 방어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양의 탄막으로 공격을 바꿨다. 엄청난 물량의 눈부심에 도르는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살짝이나마 보았다. 항상 여유있는 얼굴을 하고있는 앨리스와 레이무의 얼굴이 조금 찌푸려진 것을. 도르는 어떻게든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해 손을 앞으로 뻗었다. 지켜지기만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새로 익힌 방어 기술을 사용할 때.
그러나 그보다 빨리 전원의 앞에 거대한 물체가 전개되었다. 그것은 이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양쪽에는 리본이 달려있지만 가운데는 기분 나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눈이 잔뜩 있었다. 그것은 벚나무에서 방출된 엄청난 양의 탄막을 하나도 남김없이 삼켰다.
“…늦었잖아. 동면은 끝났어?”
레이무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 말에 호응하듯 지상에 조금 전과 같은 이형이 열리고 안에서 금발의 여성이 나타났다.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며 프릴로 장식된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천천히 돌아보며 레이무를 바라본다.
“너무 심한 방식으로 깨워져서 불평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거든.”
귀에 기억되는 인상적인 목소리였다. 목소리뿐 이라면 어려보이지만, 톤이 묘하게 요염하여 강한 위화감을 주었다. 그리고 도르는 그 여성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아름답다고 생각한 여성들은 몇 있었다. 조금 전 유유코도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눈앞의 여성은 심상치 않다고 도르는 느꼈다. 아름다운 것은 틀림없지만 오히려 너무 아름다원 섬뜩해 보이기도 하였다.
“계기는 최악이지만, 완벽한 타이밍에 잘 왔어 유카리.”
레이무의 말에 도르는 흠칫했다. 그녀가 야쿠모 유카리, 요괴의 현자이고 최강의 요괴. 그런 그녀도 지금은 여유가 없는 듯 했다.
“시간이 없으니까 간단하게 설명할게. 저것은 사이교우지 아야카시, 부활하면 안돼. 그런데 지금 6할정도 부활한 상태야.”
“…그럼 위험한 거잖아?”
레이무의 말에 유카리는 부정한다.
“문제는 없어. 유유코가 깰 때까지…”
“꺄아!”
보라색의 말을 끊으며 비명이 울렸다. 눈을 돌려보면, 요우무가 뿌리에 걸려 날아가 도르의 근처에 떨어졌다. 도르는 요우무에게 다가가지만, 도중에 유유코의 몸이 뿌리에 붙잡혀 벚나무에 빨려들어갔다.
“시간제한, 생겨버렸네.”
“…그래, 최악이네.”
레이무의 기막힌 표정에, 유카리는 여유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도르는 왜인지 가슴이 갑갑해졌다.
‘왜 그래, 도르?’
“모르겠어. 그치만 뭔가 나쁜 예감이…”
“…야야, 저거 위험한 거 아니야?”
마리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에서 거대한 검은 구슬들이 방출된다. 그것을 보고, 유카리가 소리친다.
“만지면 안돼! 없앨 생각 하지말고 피해!”
유카리의 필사적인 목소리에 마리사는 순간적으로 손가락에서 마력을 방출했다. 보통 마력과 마력이 충돌할 경우 이 정도 위력이면 상쇄된다. 실제로 유유코와 싸울 때도 유유코의 탄막을 대부분 지우고 있었다.
그러나 마리사가 날린 마력은 검은 구체를 빠져나갔다. 부딪히지도, 멈추지도 않고 저편으로 사라졌다.
“뭐야 이거! 맞지도 사라지지도 않잖아!”
“저건 탄막이 아니잖아! 뭐야 저거!”
레이무의 외침에 유카리는 분한 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레이무와 앨리스의 인형의 공격도 모두 통과했다. 즉 그 벚나무가 방출하는 검은 구체는 마력도 요력도 영력도 아니다.
“유유코가 흡수된 지금 저건 탄막이 아니야… 저건 죽음 그 자체야.”
“…방법은 없습니까? 저걸 멈출?”
“일단 유유코 씨를 벚나무에 꺼내면 괜찮지 않나요…힉!?”
말을 가로막은 것을 불쾌하게 생각했는지 사쿠야는 무서운 표정으로 도르를 째려보았다. 그 싸늘한 눈초리에 도르는 몸을 움츠렸지만 곧 앨리스가 앞으로 나와 도르를 가렸다.
“도르의 의견에 찬성이야. 누구라도 저 나무에서 그 여자를 꺼낼 수 없어?”
“…유유코를 꺼내는 건 할 수 있어. 그런데…”
앨리스의 말에 미묘한 얼굴을 하고 유카리는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바라본다. 나무는 여전히 죽음을 뿌리며 접근을 허가하지 않고 있었다. 잘 보면 아까 전개했던 유카리의 이형조차도 검은 구체는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무리 내 스키마라도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를 틈에서 지우는 건 무리가-”
도르가 들은 것은 거기까지. 그 다음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뿌리가 땅에서 튀어나와 요우무와 도르를 겨냥했다. 끝에 검은 기운이 있는 것을 보아 뿌리는 죽음을 감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 자리의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공격. 따라서 누구도 대응할 수 없었다. 앨리스, 레이무는 멀리 떨어져 있으며, 사쿠야는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막을 수 있는 것은 본인 뿐이었다.
‘도르! 위!’
플랑의 외침에 도르는 순간적으로 양팔을 앞으로 뻗었다.
““도르!””
공포에 도르는 눈을 감았다. 앨리스와 레이무의 외침이 귀에 들린 것 같았지만 다음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귀가 아프다. 금속음 같은 것이 울리자 도르는 천천히 눈을 떴다. 하얀 빛들이 뿌리를 붙잡고 있다. 붙잡은 것은 정확히는 뿌리에 있는 어둠 그 자체이며, 하얀 빛의 벽은 단지 물결치며 그것을 막고 있었다.
그 다음, 음양옥과 인형이 뿌리 자체를 파괴했다. 위협이 사라지자, 도르가 만든 흰 벽도 흩어졌다.
‘와! 도르, 굉장해!’
머리에서 플랑이 환희의 비명을 지른다. 그 목소리에 자신의 힘이 드디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도르는 유카리에게 말했다.
“유카리 씨, 제 방어 마법으로 그 검은 걸 막을 수 있어요. 이걸로 가능한가요?”
“어, 아마… 그 방어 마법을 나한테 걸 수 있어?”
유카리는 당황한 모습으로 반문한다. 도르는 조용히 눈을 감고 유카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마법의 식 따위는 모른다. 단지 유카리 씨를 지키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을 뿐. 그리고 다음 순간 마리사의 환호를 들었다.
“됐어! 이거라면 성공하겠다구!”
천천히 눈을 뜨면 유카리의 주위를 아까 전의 하얀 빛이 감싸고 있었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할 건 하나네.”
돌파구를 찾자 앨리스는 인형을 최대한 꺼내 임전 태세를 취했다. 레이무는 갑자기 부적으로 저택의 잔해들을 날려 검은 구체에 명중시켰다. 파편들은 천천히 사멸하여 먼지가 되어 구체와 함께 사라졌다. 레이무는 그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고 이 죽음의 구체의 구조를 이해했다.
“직접 지울 순 없지만, 근처에 잔해들을 방패로 하면 문제없을 것 같아.”
“…가까이 오면 시간을 멈추겠습니다. 당신도 조심하세요.”
사쿠야도 앞에 나와 도르를 지키듯 위치를 잡았다. 시선을 맞추려 하지는 않지만 다소 걱정해주고 있단 것을 도르는 알아챘다.
“지키는 건 성미에 안 맞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지.”
마리사는 모자를 손가락으로 쓱 누르며 씨익 웃는다. 그 자연스러운 행동을 근사하다고 생각했지만, 다음 순간에 마리사와 눈이 마주쳐 도르는 고개를 돌렸다. 번뇌를 지우고, 유카리를 지키는 것에 집중한다.
“그럼 간다!”
유카리가 외치며, 눈앞에 한 사람이 들어갈 크기의 스키마를 전개해 그곳에 뛰어들었다. 그 다음 사이교우지 아야카시 앞으로 뛰쳐나와, 그 굵은 뿌리에 손바닥을 대었다. 물론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유카리를 겨냥해 어두운 죽음을 뿌렸고, 도르를 향해서도 뿌렸다.
요우무는 검으로 죽음을 쳐내고, 마리사, 앨리스, 레이무는 저택의 파편을 이용해 죽음을 막는다. 파편들은 죽음과 접한 순간 산산조각나 사라졌다. 사쿠야는 때때로 시간을 멈춰 집중하느라 움직일 수 없는 도르의 위치를 바꾸고 있었다.
“어이, 겨우 이게 다냐!”
마리사는 강하게 외치며 진심으로 즐거운 듯 빗자루를 휘두른다. 그리고 유카리는,
“기다리고 있어, 유유코…”
유카리는 진지한 얼굴로 뿌리를 헤치고 있었다. 쏟아지는 죽음에 눈길도 주지 않고 필사적으로. 그 모습을 도르는 눈을 떼지 않고 계속해서 지켜본다.
‘힘내라! 힘내라!’
플랑도 마음속에서 응원하고 있다. 이제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이 결정난다. 자신이 지면 그걸로 끝. 유카리는 죽고 이 장소의 모두가 검은 구체에 삼켜진다. 앨리스가, 레이무가, 사쿠야가, 그리고 플랑이 죽는다.
(그건 안 돼!)
플랑을 생각하자, 도르는 강하게 부정했다. 그것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자신이 죽는 건 그렇다 쳐도 플랑이 죽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병적인 사명감. 자신의 생각의 위화감을 도르는 눈치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지금 상황에서 제일 필요한 것이었다. 유카리에게 불어닥치는 죽음을 전신전령으로 막을 뿐.
‘거의 다 됐어!’
플랑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선을 돌리자 유카리가 유유코의 옷에 손을 대고 있었다. 이제 끌어내기 직전까지 와서인지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는 더 거세게 공격했다. 목표는 야쿠모 유카리 단 한 명. 그 재액을 도르는 혼자서 막아낸다. 익힌지 얼마 되지 않은 마법으로, 오로지 벽을 종횡무진 빠르게 움직여 죽음을 막는다. 피곤하지는 않다. 조금 전부터 계속 마법을 쓰는데도 지치지 않는 것은, 플랑이 방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이대로만 하면 성공한다.
이렇게 확신함과 동시에, 유카리는 유유코를 끌어냈다. 바로 스키마를 전개해 유유코와 함께 그 속으로 뛰어든다. 뛰어들기 직전, 그녀는 크게 외쳤다.
“네 차례야! 레이무!”
유카리의 말에 레이무는 뛰어들었다. 유유코를 꺼낸 것으로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는 죽음을 뿌릴 수 없게 되었다. 단순한 탄막이라면 하쿠레이의 무녀에게 그것을 피하는 것은 아무 문제도 없다. 몸을 움직며 모든 탄을 피하고 단번에 나무에 접근한다. 품에서 복잡하게 그려진 부적을 꺼내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뿌리에 힘차게 붙인다. 유유코에게 사용한 것보다 강력한 부적.
“사라져, 사이교우지 아야카시.”
하얗고 눈부신 빛이 나무를 감싼다. 나무는 몸을 삐걱삐걱 흔들며 마치 울음소리같은 소리를 낸다. 사이교우지 아야카시가 괴로워 신음하고 있다. 벚꽃잎이 빛이 되어 사라져간다. 거대한 나무는 점차 작아져 원래의 크기로 돌아오고 있다. 드디어 끝났다는 걸 깨닫고 도르는 숨을 내쉬웠다. 해낸 것이다. 처음으로 자신이 끝까지 해냈다. 다른 누군가를 처음으로 지켰다.
(해냈다……어?)
시야가 빙빙 돈다. 처음엔 세상이 돌고있다고 착각했지만, 다음 순간 서있을 수 없게 되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앨리스, 레이무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답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자신의 몸이 아닌 것처럼 무겁다. 이윽고 시야가 검어지고 도르의 의식은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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