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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도르 스칼렛 17화: 오니와의 만남
동방췌몽상
난이도 Easy
동행자 이부키 스이카
1. 오니와의 만남
겨울도 완전히 끝나 산의 나무에도 꽃이 피기 시작했을 무렵, 도르는 녹초가 된 모습으로 감미처 앞에 서 있었다. 지쳐보이는 것은 감미처의 일 때문만은 아니다. 변함없이 서 있을 뿐이므로 바쁘지는 않다. 문제는 앨리스가 방금 가져온 화제였다.
오늘 밤, 하쿠레이 신사에서 연회를 한다는 것. 도르가 연회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술은 마시지 못하지만, 주스를 마시면서 레이무나 다른 참가자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좋아한다. 그런 분위기는 이전 세계에선 체험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연회는 도르가 아는 한 일곱 번째. 그것도 공백기도 없이다. 이렇게나 빈도가 잦으면 조금 지친다.
‘저기 도르, 오늘은 걸어 돌아가지 않을래?’
문득 플랑이 머릿속에서 물어왔다.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뭔지 안다. 피부를 찌르는 듯 추운 겨울은 끝나고 계절은 봄이 되었다. 마을에 올 때는 날아왔지만, 나무는 벌써 꽃을 피우고 있어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다.
“좋아, 그러면 돌아갈 땐 자연을 보면서 가자.”
“오, 그거 괜찮구나.”
문득 들려온 목소리에 뒤돌아보면, 가게 안에서 할머니가 나오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손님도 더 이상 오지 않을 것 같고 가도 괜찮아.”
“네? 조금 이르지 않아요?”
아직 해는 저물지 않았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해가 질 때까지 하는 경우도 있고 이 시간에 끝나는 것은 드물다. 그렇게 생각하자 할머니가 가게 안을 보면서 미소지었다.
“괜찮아, 그렇게나 많은 돈… 손님이 왔다면 오늘은 이제 충분해.”
확실히 돈이라고 들었지만 도르는 아무 말도 않기로 했다. 현재 가게 안에는 유카리, 유유코, 요우무 세 명이 있다. 도르의 모습을 보러 왔다지만, 중간부터는 유유코의 독무대가 되었다. 물론 먹는다는 의미에서.
안을 들여다보면 요우무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쌓여가는 접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앉은 유카리는 그저 웃고 있을 뿐이지만, 부채로 가린 입술은 부들부들 떨고 있다. 당황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유카리는 유유코의 오랜 친구지만, 아무래도 지금의 유유코는 옛날과는 여러 가지로 다른 듯 하다. 가장 큰 차이는 그녀의 식욕일까. 요우무의 지갑에 대해 마음 속으로 묵념하고 시선을 뗐다. 가게가 번창하므로 좋은 일일 것이다. 아마도.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홍마관을 향해 걸어간다. 가는 중간에 산의 나무에 꽃이 핀 것은 날아오면서 이미 확인한 것이다.
‘저기 도르, 오늘도 연회에 갈거야?’
매우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머리에 들린다. 플랑도 도르와 공생관계에 있으므로 여러 차례 하쿠레이 신사의 연회가 가고 있다. 질려버린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위화감을 지울 수 없다. 하쿠레이 신사에서의 연회는 일곱 번째. 하지만 그 빈도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도르와 플랑, 두 명 뿐이었다.
레이무와 앨리스가 같은 이야기를 매번의 연회에서 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매일 하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그럼에도 그녀들은 지난 연회가 사흘 전이라는 점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도르가 보이겐 기억하지 못하는 것 처럼도 보인다. 왜 자신들은 연회의 개최 빈도가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가, 오히려 자신들이 비정상인가. 주위를 보고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딱 한 번 참가한 유카리는 도르에게 한마디를 말했다. 당신은 틀리지 않았어, 라고.
유카리는 이 상황을 관찰하고, 그러면서도 움직일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특별히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도르 자신에게 위기가 닥친 것도 아니다. 움직일 이유는 없다고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을 도르는 알지 못했다.
나뭇잎이 천장처럼 덮히고 그 사이로 햇빛이 비친다. 머릿속에서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지만 이미 산 속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그러나 이 산이 목적의 산은 아니다. 홍마관과 마을의 직선거리에는 산이 두 개 존재하는데, 그 중 마을과 가까운 쪽은 비교적 작은 산으로 거기까지 꽃이 피지는 않았다. 그래서 목적인 홍마관 쪽의 산을 생각하다가 눈앞에 연분홍색이 되었을 때 무심코 멈춰버렸다.
빙그르르 한바퀴 돈다. 마치 운명인 것처럼 도르의 신발에 날아왔다. 쭈그리고 앉아 그 꽃잎을 천천히 집었다.
‘이런 곳에도 벚꽃이 폈었나?’
“그러게?”
다시 생각해도 이 산에서 벚나무를 본 적은 없다. 우연히 못 본 것일지도 모른다. 바람에 실려온 거라면 온 방향으로 걸어가면 찾을 수 있을까.
그런 것을 생각하며 꽃잎을 손에 든 도르는 산길을 벗어나 걷기 시작했다. 겹겹이 쌓인 낙엽을 밟고, 날카로운 이파리를 피하면서 도르는 험한 산길을 걸어갔다. 도중에 잎에 베이거나 넘어지기도 했지만 도르는 나약한 소리 않고 계속 걸어갔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아름다운 벚꽃의 상상으로 가득했다. 그것을 볼 수 있다면 이 정도의 상처는 별 것도 아니다. 적어도 그녀의 흥미 앞에서 대부분의 해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만큼 도르는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관심을 갖는 인간-사실은 흡혈귀지만-이었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상처받은 자신의 발에 치유 마법을 건다. 아픈 상처는 곧 깨끗이 없어졌다. 다리의 통증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도르는 일어선다.
시야 가득 연분홍색이 비쳤다. 엄청나게 큰 벚나무가 솟아있다. 그 주변에는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도르의 눈에는 마치 불가침의 성역처럼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과 벚나무 사이에 놓인 거대한 바위에 앉아있는 한 소녀도 보였다.
소녀는 도르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옆에는 거대한 표주박과 술잔. 거기에 가득 찬 술의 바다에는 벚꽃잎이 하나 떠 있었다. 소녀는 인간은 아니었다. 특이한 복장은 둘째쳐도, 작은 몸집과 황갈색의 긴 머리는 인간과 같지만 머리에 돋은 두 개의 큰 뿔은 그녀가 요괴란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이 아니라고 도르가 판단한 이유는 한가지 더 있었다.
‘굉장히 강한 요괴야. 조심해, 도르.’
머릿속에 들리는 플랑의 목소리. 지금까지 유카리나 유유코 등 유명한 대요괴를 본 플랑의 대사는 보통이라면 경각심을 갖기엔 충분하지만, 도르의 감각은 이미 마비되고 있었다. 그녀에겐 이미 비인간의 존재를 만나는 것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벚꽃, 예쁘네요.”
그것은 무심코 던진 한 마디. 도르 나름의 단순한 인사였다. 그럼에도 눈 앞의 바위에 앉은 소녀는 놀란 듯 뒤돌아보았다. 그 눈을 부릅뜨고 도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귀여운 소녀라고 도르는 느꼈다.
귀여움이라면 플랑이 제일이라고 도르는 생각하지만 이 소녀는 플랑과는 다른 의미로 귀여웠다. 플랑은 순진무구, 마치 아이같은 사랑스러움이 있지만, 눈앞의 소녀는 그 모습에 어울리는 사랑스러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 생각은 곧바로 바뀌게 된다.
“호오, 너 내 모습이 보이는구나. 재밌네.”
마리사와 비슷하다. 새로운 인상은 그것이었다. 귀여움은 사라졌지만, 대신 독특한 멋이 분위기로 나온다.
“보여요.”
도르는 미소지으며 천천히 걸었다. 그 모습에 소녀는 호오, 중얼거렸지만 도르에겐 들리지 않은 것 같다.
“이 정도의 요기를 받고도 미동도 않다니 재밌네. 내 이름은 이부키 스이카. 네 이름은?”
“도르 스칼렛입니다.”
“좋아, 하지만 존댓말은 쓰지 마.”
그녀만의 이야기지만, 이부키 스이카는 도르의 모습을 확인했을 때부터 대요괴 수준의 요력을 방출했다. 그리고 도르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도 오해한 것이다. 이 소녀는 자신의 요력을 받아도 아무렇지 않고, 자신의 요력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줄일 수 있는 실력자라고.
취하지 않았다면 전혀 요력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단 것을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오늘도 스이카는 취해있어 정확히 깨닫지 못했다.
“앉아.”
“감사합니다.”
가벼운 말을 주고받고 도르는 옆에 앉았다. 잠시 벚꽃에 감탄하고 있었지만 곧 스이카가 입을 열었다.
“너는 흡혈귀?”
보석이 붙은 날개와 양산을 보고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스이카가 조금 붉어진 얼굴로 그렇게 물어왔다. 도르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스이카는 그렇구나, 라고 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나는 오니다. 꽤나 오랫동안 환상향에 있었지만, 너 정도의 강자는 오랜만에 보네. 흡혈귀 중에도 너 같은 존재는 있구나. 그동안 어디에 있던거야?”
스이카에게 도르는 이미 강자로 분류되고 있었다. 그러므로 도르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대답했다.
“환상향에 온지 얼마 안됐어.”
“호오.”
스이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재미있네. 환상향을 안내해줄까?”
그것은 도르가 상상도 못했던 것이었다. 사실 도르는 그와 같은 것을 레이무와 앨리스에게 의뢰한 적이 있지만, 레이무는 귀찮아서, 앨리스는 자세히 몰라서 거절당했다. 혼자 갈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조금 불안했다.
도르의 행동 반경은 홍마관에서 마을까지와 마법의 숲, 그리고 하쿠레이 신사 뿐이다. 그것도 대부분은 공중에서 이동하기에 요괴를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전혀 모르는 장소에 혼자 가는 것은 위험했고 무엇보다 플랑이 반대했다. 그런 플랑도 요력을 느끼고 스이카가 강자라고 하고 있고, 문제는 없을 것이다. 도르는 그 제안을 받기로 했다.
“고마워.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어.”
대답에 스이카는 씨익 웃으며 술잔의 술을 마시고 일어섰다.
“그렇다면 바로 출발할까.”
“에, 조금 쉬었다 가는게…”
도르는 스이카를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그녀의 뺨은 새빨갛게 물들어있고, 이런 상태가 된 레이무나 앨리스가 곧 쓰러져 잠들어 버리는 것을 도르는 여러 번 목격했다. 하지만 스이카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어필했다.
“괜찮아 괜찮아, 백년 정도는 이랬으니까.”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스이카는 제대로 서있고, 비틀거리지도 않았다. 레이무나 앨리스와는 몸의 구조가 다른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도르도 바위에서 일어선다. 이렇게 이부키 스이카의 환상향 투어(도르 명명)가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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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도르 스칼렛 16화: 겨울의 끝
동방요요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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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자 앨리스 마가트로이드
6. 겨울의 끝
석양이 진 환상향. 어두워지고 불이 켜지기 시작한 마을에서 도르는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일은 끝났고, 앨리스도 먼저 돌아갔기 때문에 오늘은 바로 돌아가게 될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홍마관으로 시선을 돌리려 하면 시야의 구석에 무언가가 비쳤다. 무언가 사람 같은 것이 하쿠레이 신사에서 튀어나와 무서운 기세로 마법의 숲으로 추락했다. 갑작스런 광경에 도르는 눈을 의심했다.
‘…뭔가 있어.’
플랑의 말에 착각이 아닌 걸 깨닫는다. 조금 신경쓰였기 때문에 그쪽을 향해 날개를 움직인다. 플랑은 조심하라고 했지만,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전력으로 도망갈 꺼니까 괜찮다고 했다. 도망갈 수 없으면 큰일이지만, 도르는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
떨어졌다고 예상되는 지점을 눈가늠하고 착지한 뒤 주위를 둘러본다. 조금 전의 인물은 간단히 발견됐다. 달빛이 쏟아지는 곳에 그녀는 쓰러져 있었다. 너덜너덜 해졌고 서있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우와… 레이무 씨도 정말 진심으로 안해도 괜찮잖아요…”
달빛에 비친 그녀의 상처를 본 도르는 망설임없이 달려갔다. 치료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발소리를 들은 그녀의 행동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누구냐!”
어느새 꺼냈는지 손에는 단풍잎같은 부채를 들고 그녀가 외친다. 다음 순간 그 부채를 휘둘렀다. 도르는 약간 뒤에 있는 큰 나무에 바람에 밀려 부딪혔다. 큰 위력에 도르는 쓰러지고 허리가 부서질 듯 했다. 손바닥에 차가운 흙의 감촉이 은근하게 퍼진다.
“흡혈귀? 우습네요. 흡혈귀 따위는 내가 만전이 아니여도 가소롭다고요? 웃기는 하급 요괴 녀석, 저승에서 후회하시길.”
전력의 위협. 그녀에겐 더 이상 적의 밖에 없다. 도르의 모습을 보고, 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향해진 부채에 대한 공포를 참으며 필사적으로 오해를 풀기 위해 소리를 지른다.
“아, 아니에요! 저는 그저 상처를 치료하려고…”
“웃기는 변명이네요. 아무리 방심하고 있어도, 그런 수에는 안 통합니다.”
도르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판단했는지 그녀는 도르의 말을 싹둑 잘라버렸다.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한 도르는 머리를 짜냈다. 그리고 플랑의 말을 떠올렸다.
“제가 요력이 없는 걸 보세요. 진짜 치료할 생각 뿐이였어요!”
도르의 목소리에 순간 의아한 얼굴을 했지만 상처입은 여성은 곧 요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읽은 것 같다. 도르에게 전혀 적의가 없는 것도.
“…믿을 수 없네요…”
그래도 여성은 도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확실히, 처음 만난 상대가 갑자기 상처를 치유해주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저는 믿지 않아도 되지만 그 상처가 심해보여요… 그러니까…”
여성은 혀를 차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큰 소리로, 도르를 향해 외친다.
“맘대로 하세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보이면 죽일겁니다.”
“…네!”
여성의 말에 도르는 신나게 달려왔다. 신용을 완전히 얻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의 옆에 무릎을 꿇고 곧바로 치유 마법을 건다. 곳곳의 상처는 점차 사라졌다.
“이제 괜찮죠?”
“당신도 요괴라면 알 겁니다. 그 정도의 상처, 애초에 아프지 않아요.”
내뱉듯이 말하고 여성은 일어섰다.
“그래도 일단 인사는 해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마디 그렇게 말하고선, 여성은 날아가 버렸다. 이후 남은 것은 그 자리에 서있는 도르 뿐이었다.
도르는 모른다, 방금 도왔던 여성이 샤메이마루 아야이며, 조금 전까지도 하쿠레이 신사에서 이변에 대해 취재하고 있었던 것을.
샤메이마루는 모른다. 방금 도움준 소녀가 자신이 추구하던 춘설이변의 대답임을.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이 만남이 하나의 큰 사건을 일으킬 것을 알지 못했다.
능숙하게 날개를 움직여 오른발로 천천히 땅에 착지한다. 처음에는 감동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였던 비행도 이젠 생활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편리한 능력은 곧 익숙해지는 것 같다.
접은 양산을 오른손에 들고 도르는 홍마관으로 향한다. 시간은 이미 늦은 밤. 당연히 햇빛은 없이 깜깜하고 올려다보면 별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시간에도 메이링은 문을 지키고 있었다. 홍마관을 공격하는 멍청한 요괴는 없을 것이기에 한가한 것이 틀림없겠지만 그럼에도 메이링은 항상 문 앞에 서있다.
“아, 어서오세요, 도르.”
“응, 다녀왔어, 메이링.”
‘다녀 왔습니다!’
플랑과 함께 힘차게 인사를 하고 큰 문의 한쪽을 양손으로 밀어 안으로 들어간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정원 중앙의 분수에서는 물이 나오고 있었다. 밤에 정원에 나온적은 별로 없었기에, 밤하늘을 비추는 분수의 물이 매우 깨끗해 플랑과 함께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시야 가장자리에서 무언가 빛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보면 분수 근처에 은색의 회중시계가 떨어져 있었다. 집어보면 상당히 튼튼하고 묵직한 듯 했다.
“사쿠야 씨 건가?”
이러한 것을 손에 들고있던 것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한번이였으므로 확실하진 않지만, 확실히 이렇게 생긴 시계였던 듯한…
‘이거, 사쿠야 거 아냐?’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으면, 플랑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 같다. 자신과 플랑, 둘 다 같은 것을 생각했다면 사쿠야의 것일 확률이 높다. 도르는 회중시계를 주머니에 넣고 홍마관으로 들어간다. 이 넓은 저택에서 한 명의 인간을 찾는 것은 힘들지만, 그런 것은 전혀 신경쓰지도 않고 도르는 사쿠야를 찾기 시작했다.
일 층의 복도. 문 한 장을 사이에 둔 그곳에 찾던 사람이 있었다. 의외로 빨리 발견해서 안심한 도르였지만, 반대로 사쿠야는 순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곧바로 무표정으로 돌아갔지만.
“아, 사쿠야 씨, 이거 사쿠야 씨 건가요?”
주머니에서 은색 회중시계를 꺼냈다. 그것을 보고 사쿠야는 한 마디만을 말할 뿐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시계를 받고 그 자리에서 감사 인사. 그리고 다음에는 마치 안개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녀의 특유의 능력으로 이동한 것이다. 조금 놀랐지만 사쿠야의 능력을 알고있기에 특별히 신경쓰지도 않았다. 오히려 신경쓰이는 것은…
‘…재수 없어.’
플랑은 기본적으로 도르가 홍마관 내의 인물들과 이야기하면 언짢아한다. 파츄리는 거의 괜찮아진 상태였지만, 특히 사쿠야, 레밀리아에 대해서는 현저했다. 이렇게 되면 플랑의 분노도 길어진다. 도르에게 실제로 오는 손해는 없지만 어쨌든 오랫동안 화내는 것이다. 오늘은 귀가 도중 도운 요괴의 여자가 감사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분노하고 있었지만, 이것으로 두 번째다. 오늘도 오래 가겠네, 라고 생각하며 도르는 지하의 방으로 향했다.
도르의 방의 입구는 당연하지만 1층에 있다. 거기에서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 방에 도착했다. 목조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자, 갑자기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얏!”
한발 뒤로 물러서 부딪힌 상대를 본다. 그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아, 여동생님…”
자신의 모습을 보고 공포에 질린 붉은 머리의 여성. 등에 돋아난 날개를 보면 요괴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표정은 공포로 물들어있다. 그 모습을 보고 도르는 여전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도르는 이 여성을 알고 있다. 파츄리의 조수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소악마라는 요괴이다. 이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들은 적이 없다. 파츄리에게 그녀의 이름은 중요한 것이 아니며, 도르 자신도 그녀와 얘기한 적이 없어 몰랐다.
그런 그녀는 도르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몸을 떨고 있었다. 전에 한번 도르는 자신이 플랑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 때에도 요력이 없다고 얘기했지만, 소악마는 믿지 않았다. 그 후에도 파츄리의 수행 중 몇 번 보았지만, 곧바로 도망쳐 버렸다.
“음, 소악마 씨. 지하에 있던 것 같은데 무슨 볼일이라도?”
앞의 나선 계단 아래에는 자신의 방 밖에 없다. 즉 문 너머에서 나온 소악마는 자신에게 볼일이 있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물은 것이지만 소악마는 다르게 해석한 것 같다.
“죄, 죄송해요! 마음대로 들어와서 죄송해요!”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사과하는 소악마를 바라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소악마 씨, 저 화난 것 아니에요. 플랑도 신경쓰지 않고.”
왜 소악마가 이렇게 자신을 무서워하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매번 이래서 슬슬 지치던 것이다. 도르는 소악마에 대해 별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까지 몇 번이나 무서워하면 싫어진다.
“죄, 죄송합니다!”
“아, 소악마 씨!”
도르의 제지를 무시하고 소악마는 달아났다. 도르도 플랑도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일단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단 방을 둘러보니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었다.
“그냥 날 만나러 온건가?”
‘그치만 도망갔잖아?’
“그러네…”
도르, 플랑 두 명은 소악마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답은 나오지 않았다. 피로가 쌓였는지 침대에서 생각하던 도르의 눈꺼풀은 점차 내려가, 마침내 잠들어 버렸다.
오랜 눈내리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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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자의 의혹과 신문기자
환상향에서 봄이 사라진 춘설이변이 끝나고 얼마 뒤, 도르는 하쿠레이 신사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환상향에 찬바람은 점차 줄어들고 봄바람이 불고 푸른 녹음이 우거져있다.
햇빛이 비쳐, 도르는 양산을 다시 써야 했지만 겨울보다는 봄이 좋았다. 도르가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기 더 쉬운 계절인 것은 틀림없었다. 이번에도 하쿠레이 신사에 방문했지만, 이번 이야기 상대는 달랐다.
“스키마 라는 건, 그냥 워프 장치라고 생각하면 편해.”
“워, 워프 장치?”
요괴의 현자이자 최강의 요괴인 야쿠모 유카리. 춘설이변 전에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녀지만 요즘은 거의 매일 하쿠레이 신사에 나타나고 있다. 목적은 오로지, 도르와의 대화이다. 유카리에게 도르는 미지의 존재이며 그 정체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도르는 그런 것을 알 리 없고 그냥 즐거운 다과회라고 생각한다.
말하는 내용은 온통 유카리의 얘기이다, 라기보다는 도르의 이야기 소재는 이미 고갈되어 버렸다. 그녀의 병원 생활은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환상향에 와서도 그렇게 많은 것을 경험해 보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도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들었지만, 이내 도르의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유카리가 도르와 대화를 계속하는 것은 도르의 과거 뿐만 아니라 그녀의 성품 자체에 흥미를 갖고 있음이 틀림없다. 사실. 유카리는 매일 이 시간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은 유카리의 스키마에 대한 얘기를 하는 중이다. 도르는 유카리의 능력에 흥미가 깊은 듯 해서, 그녀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여기서 도르의 방까지 간다고 생각해봐. 그때 스키마를 사용하면 순식간에 갈 수 있어. 눈앞과 도르의 방을 잇는단 느낌.”
“헤에… 그거 정말 편리하네요!”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도르는 스키마에 대한 지식을 기억한다.
“스키마 안은 어떤 느낌이에요?”
“딱히 아무 느낌도 없어.”
“물건도 보관할 수 있나요?”
“응, 시간이 멈춘 상태가 되지만.”
“호오…”
시간이 멈춘다면, 재료를 넣어두어도 썩지 않는다. 감미처에서 할머니에게 받은 화과자도 쉽게 레이무에게 줄 수 있다. 게다가 얼마든지 넣을 수 있다면 좋아하는 책도 보관할 수 있고, 아니 애초에 스키마를 사용하면 감미처로 바로 일하러 갈 수 있지 않은가. 유카리는 경계를 만질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온도의 경계를 조절하면 케이크를 바로 구울 수 있는걸까. 얼마나 좋은 능력인가.
“어때? 굉장하지?”
“네! 요리와 과자 만들기에 쓸 수 있다니 대단해요!”
“…응?”
생각지도 못한 말에 유카리는 반문했지만 도르는 이미 머릿속에서 스키마를 요리에 사용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이 능력의 쓰임새가 기껏 요리라니… 무슨…”
유카리의 능력은 일반적인 능력과 다르다. 터무니없이 강하며, 이 힘을 손에 넣으면 분명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실제로 유카리는 환상향을 만들고, 최강의 요괴라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을 손에 넣었을 때 도르의 용도는 요리라고 한다. 기가 막힐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별로 싫지는 않았다.
이 소녀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타입의 존재다. 적어도 이 환상향에 그녀같은 존재는 없을 것이다. 스키마의 용도를 곰곰이 생각하는 도르를 지켜보면서, 유카리는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바라건대 그녀에게 행복한 미래가 있기를.
저녁 즈음, 황혼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야쿠모 유카리는 조용히 차를 마신다. 차는 완전히 식었지만 그녀는 그런 일을 일일이 신경쓰지 않는다. 그 뛰어난 머리는 모든 사건을 관찰하고 분석한다. 그 계산에 차를 위한 공간은 없었다. 삐걱삐걱 판자가 울린다. 뒤에 인기척이 느껴지지만, 유카리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것이 누구인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유카리?”
하쿠레이의 무녀, 하쿠레이 레이무. 항상 빨간 무녀복을 입은 그녀는 툇마루에 앉아 최강의 요괴에게 말을 건넨다. 목적어는 없지만, 그것이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확실히 요력, 마력, 영력, 신력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특수한 힘이야. 정말 흡혈귀, 아니 애초에 요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레이무의 질문에, 유카리는 즉답하지 않았다. 단지 가만히 도르가 날아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레이무의 주먹에 이상하게 힘이 들어간다.
“확실히 요력이 없는 요괴는 드물지. 그렇지만 그 뿐이야. 잠시 관찰했지만, 그 아이가 누군가를 다치게 할거라곤 생각되지 않아.”
그 말에 레이무는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카리는 확실히 의심스러워 하긴 했지만, 도르를 제거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도르가 보통이 아니라고 했기에 조금 걱정했지만 아무래도 괜찮았던 것 같다.
“다만 도르의 지금 상황은 걱정되네.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마음. 이중인격이란 건 존재하지만 들여다 보았을 땐 그런게 아니였어, 아니, 그렇다기보다 저건…”
거기까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뒤, 유카리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유카리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레이무는 전혀 모른다. 유카리는 지금도 도르가 사라진 하늘을 그저 바라보고 있다. 잠시의 침묵. 더 이상 이곳에 있어도 유카리는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레이무는 발길을 돌려 그 자리에서 떠났다. 미닫이 소리로 레이무가 없어진 것을 안 유카리는 석양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한마디 중얼거렸다.
“도르… 정말 당신 안에 플랑이 있는거니?”
유카리가 레이무와 말하는 동안, 그 화제의 중심인물인 도르는 마을의 감미처에서 일을 돕고 있었다. 오늘도, 접객이라고 해도 여전히 서 있을 뿐이지만.
“안녕 도르,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아, 앨리스.”
말을 걸어본 쪽을 돌아보면 앨리스가 서있었다. 인형극이 끝난 뒤인지, 상하이 인형과 호라이 인형이 근처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앨리스는 최근 매일 마을에 왔고, 귀가하기 전에 이 감미처에 들르고 있다. 본인은 달콤한 향에 이끌렸다고 말하지만, 도르로서는 그녀를 만나는게 좋기 때문에 이유는 개의치 않았다.
앨리스는 기본적으로 상점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요즘은 오롯이 가게 안에서 과자를 받아 밖에서 먹고 있다. 도르의 옆에는 긴 의자가 있고, 그 의자의 도르보다 가장자리는 그녀의 특등석이다. 가게에 오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오늘도 앨리스는 양갱을 받고 그 자리에 앉는다. 양갱을 한입 크기로 썰어, 그것을 도르의 입으로 가져간다.
“자, 아-앙”
“아, 앨리스…”
도르는 양산을 쓰고 있어도 한손은 비어있다, 라고 해도 앨리스는 매일같이 먹이려고 한다. 한번은 거절하고 멍한 얼굴에 패배해 먹는 것이 일과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도 입을 벌려 양갱을 한 입. 달콤한 기운이 입 안 가득 퍼지면서 자연히 볼이 느슨해진다. 정말로 할머니는 화과자 만들기의 천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쳐도 잘도 이렇게 서있을 수가 있네.”
“그런가요?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라면 지루해서 죽었을거야.”
“아하하…”
담백한 앨리스의 대답에, 도르는 쓴웃음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사람과 대화할 수 있어 좋지만.
“그런데 전부터 생각했는데, 그… 아직도 공격 마법은 못쓰는거야?”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마지막은 진심으로 동정하는 눈으로 앨리스는 물었다. 도르는 쓴웃음을 짓는 것 밖에 할 수 없지만, 플랑은 쿠궁 가라앉아버려, 중얼중얼 말하고 있었다.
“약하지 않아… 약하지 않아…”
“음, 아직…”
물론 마법을 쓸 수 있도록 파츄리와 수행은 하고 있지만, 성장하는 건 방어와 회복 뿐. 공격은 한치도 성장하지 않았다. 이쯤되면 계속해도 의미가 있나 싶지만, 플랑이 열심히 하라고 울면서 호소하는 이상, 그만 둘 수는 없는 것이다. 파츄리, 앨리스와 플랑 이 세 사람 사이에 낀 도르는 지친 표정으로 노을을 보았다. 벌써 날이 저물고 있었다.
미닫이를 열고 툇마루에 나선다. 아직 검붉은 빛이 비췄지만 그것도 곧 사라질 것이다. 시간은 이제 밤이 되어간다. 붉은 태양은 절반 정도 산에 가려 서서히 사라져간다.
고개를 돌리면, 조금 전까지 앉아 차를 홀짝이던 유카리의 모습은 없다. 남아있는 것은 빈 찻잔과 접시뿐. 얘기할 건 전부 했으므로 스키마를 사용해 소리도 없이 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말 그녀답다고 레이무는 생각했다.
찻잔과 접시를 양손에 가지고 돌아가려 하자 바람이 불었다. 시야에 비치는 칠흑의 날개. 방금 전까지 없던 기척이 느껴진다. 그 정체를 깨닫고 레이무는 일순간 싫다는 얼굴을 했다.
“안녕하세요 레이무 씨! 밤 늦게 죄송합니다만, 맑고 올바른 샤메이마루입니다!”
레이무는 한숨을 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단발에 정렬된 검은 머리는 깨끗이 손질되어 있고 단정한 얼굴에 인위적인 미소로 레이무를 바라본다. 흰색을 기조로 단풍 무늬가 일선 라인에 들어간 반소매 셔츠를 위에 입고, 검은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다. 그 스커트도 역시 단풍의 라인이 들어가 있는데, 셔츠는 레이무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들어가 있지만, 스커트는 왼쪽으로 들어가 있다. 스커트에서 뻗어나오는 다리는 매우 가늘고 건강하고, 그 발에는 검은 양말과 굽 높은 구두가 신겨져 있다. 언뜻 보면 건강해보이는 소녀. 하지만 그녀도 인간이 아니다. 등에 검은 날개가 있고 풍겨오는 요기도 대요괴 급이다.
그녀, 샤메이마루 아야는 텐구이다. 이렇게 보면 머리에 쓰여진 아주 작은 모자, 아니 장식은 책에 쓰여진 텐구보다도 어울린다. 책에는 그녀같은 소녀는 없지만.
“돌아가.”
단 한마디, 레이무는 샤메이마루에게 이렇게 말한다. 레이무는 샤메이마루를 싫어했다. 퇴치당하는 요괴쪽이면서도 자신에게 흥미를 갖고 끈질기게 쫒아다니는 카라스 텐구. 레이무는 그녀가 보통의 카라스 텐구가 아님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요력의 양과 그녀의 소지품 때문이다. 한번 보여달라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일개 카라스 텐구가 가질 물건이 아니었다. 짐작건대, 샤메이마루는 요괴의 산, 즉 텐구 중에서도 극히 이질적인 존재이다.
그런 그녀는 신문기자를 하고 있다. 텐구 중에는 신문을 만드는 존재가 몇 있다는데, 샤메이마루는 그 중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듯 했다. 그렇다고 해도, 레이무는 읽은 적이 없다. 그런 샤메이마루는 최근 레이무에게 취재를 신청해온다. 그리고 아마 이번에도.
“그러지 말고 춘설 이변에 대해 가르쳐주세요-”
이것이다. 레이무는 머리를 감싸고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그 이변은 자신이 해결한 것이 아니다. 그 이변을 해결한 것은 유카리, 그리고 가장 공이 큰 것은 도르 스칼렛이다. 일단 도르를 지켜주었지만 어차피 잔해에서 지켜준 정도이다. 그래서 레이무는 별로 춘설이변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도르를 질투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없으면 해결하지 못했고, 지금도 여동생처럼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도르의 존재를 알려 샤메이마루를 떼어내는 최선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런 녀석은 그 아이에겐 버거운 것이다.
“몇번이나 말했잖아. 난 말할 생각이 없다고.”
“윽, 그냥 기사를 쓰고싶을 뿐이에요…”
이 텐구에게 도르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을, 레이무는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다. 만약 정체를 안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특종이다. 몇 번이나 거절했는데,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유카리 때문에 최근에는 도르와 별로 대화도 하지 못해 스트레스도 조금 쌓여있었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저랑 승부하죠! 제가 이기면 취재해주세요!”
“승부?”
샤메이마루의 말에 레이무는 움찔했다. 머릿속에서 생각이 빠르게 정렬된다. 이것 참, 승부라는데 어쩔 수 없지.
“그래, 그럼 시작할까?”
“네? …아, 저기, 레이무 씨?”
고개를 들은 레이무는 정말로 상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것은 황홀하게 보일 정도였다.
뒤에 눈에 보일만큼 엄청난 영력만 없었다면.
“아… 이건 좀 나쁘네요…”
경험적으로 그 상황이 위기인 것을 알았다.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지만, 두려움에 어깨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자, 시작할게 아야. 빨리 끝내줄게.”
그렇게 말하고 레이무는 날아올라 소리없이 착지했다. 언급해두자면 승부 시작부터 끝까지 걸린 시간은 5분. 승패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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